새벽부터 끄무레하던 하늘이 그예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요즘의 일기예보는 정확하다. 하늘도 내 원통함을 아는 탓이려니 하자. 비닐에 덮여서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온 이삿짐이 곧바로 탑차로 들어가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석 달 전에 잡은 이삿날이니 날씨까지 염두에 둘 처지가 아니었다. 집을 팔고 나니 갈 곳이 막막했다. 역세권이 좋겠지. 전철을 이용할 수 있고 생활 인프라가 대충 갖추어 있는데다 앞이 트인 아파트를 이사 날짜까지 맞추어 찾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을 팔고 열흘도 채 되지 않아서 집값이 무섭게
나이가 들수록 건강 걱정에 여념이 없다. ’암‘ 이외에도 스스로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만드는 신경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대표적으로 ’치매‘가 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경제적·심적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치매 극복의 날이다. 치매 극복을 위해 치매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히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알아보자. 치매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병65세 이상 노인인구 대상 추정 치매 유
“당신은 까칠하고 예민하다. 코로나 때문인지 더 까칠하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부담스럽다. 만날 때마다 매우 계산적이라고 느낀다. 많은 일과 많은 사람에 치이는 당신이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매사에 무슨 장사꾼이나 판사처럼 행동할 건 아니지 않나. 뭘 그리 아는 게 많은 건지, 그 말이 꼭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만나면 어디가 덧나나. 그냥 말없이 들어주고 받아주면 안 되는 걸까. 자신이 불행하다는 듯 말하는데 불행에 동조해야 하나. 아무리 여러 말로 조언해도 자기자랑 외에는 남의 말을 듣는데 관
하필이면 파운드케이크를 사올 게 뭐람. 뭘 이런 걸 다 사오느냐고 하며 어색하게 쇼핑백을 받아들었을 때 눈치를 챘다. 분명 파운드케이크일 것이라고.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손쉽고 모양 나는 선물이 파운드케이크라는 게 평소의 생각이었으니까. 매수인이 인테리어 업자와 같이 방문해도 되느냐는 문자를 했을 때 언제든지 전화하고 들르라고 흔쾌히 답은 했다. 그렇지만 지난 십년간 쓸고 닦아가며 애지중지했던 멀쩡한 아파트를 송두리째 갈아엎겠다는 소리에 마음이 허전해서 하루 종일 집안을 서성거리던 참이었다. 요즘 내 기분은 바닥으로 내려가서 도무지
유래 없는 긴 장마와 푹푹 찌는 더위를 뒤로한 채 어느덧 가을로 입성한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 정취를 즐기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각종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난다. 즐거운 산행이 부상으로 인한 고통의 기억으로 남지 않으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목 염좌와 무릎 통증의 원인뻗어있는 나뭇가지는 찰과상의 원인이 되고, 잔돌을 잘못 디뎌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지만, 등산 중 가장 흔한 부상은 바로 ‘발목 염좌’와 ‘무릎 통증’이다.발목 염좌는 흔히 ‘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건강에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으로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며,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중증난치 질환이다.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아시아권 발병률 점차 높아지고 있다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염증을 특징으로 한다.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점액이 섞인 혈변이나 설사와 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 절박감, 잔
-1-K광역시 남구 H아파트 상가에는 아네모네꽃집과 마네모네사진관이 나란히 붙어 있다. 동네 사람들은 뭔놈의 가게이름이 저 모양들이냐고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한마디씩 하곤 한다.요즘이야 세련되고 경쾌한 노래도 많건만 아네모네꽃집에서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온종일 이미자의 아네모네 뽕짝이 흘러나와서 듣기 좋은 노래도 한 두 번이지 이건 뭐 왕짜증을 유발하고 있었다.역시 세상에는 환상의 콤비가 꼭 있게 마련이어서 꽃집 바로 옆에는 마넨지 모넨지 네몬지 모를 화가의 모조그림을 유리창에 붙어놓고 중늙은이가 사진관 영업을 하고 있었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비대면 방식’이 아닐까 한다.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같은 공식적인 업무에서부터 배달 음식을 수령하는 일상 속 작은 습관까지, 이제 비대면 방식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병문안 문화만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지난 몇 년간 병동 입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보호자 출입증을 발급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울, 불안, 짜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위 ‘코로나 우울’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의 사회적 관계가 모두 깨진 탓이다.일례로 피부 접촉을 통해 서로의 친근감을 확인했던 악수는 주먹을 부딪치는 ‘주먹 악수’로 바뀌었다.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가 증가했고, 학교에서도 원격강의 비중이 커졌다. 이전까지 당연히 직접 만나서 했던 많은 일들이 모
이번에는 며느리가 좋아하는 꽈리고추 볶음이다.나는 오늘 반찬의 대미를 장식할 주재료에 슬쩍 윙크를 보낸다. 포도씨유와 게간장이 자글자글 한소끔 끓어오르는 프라이팬에 푸릇푸릇한 꽈리고추를 재빨리 넣어 볶으니 금세 윤기다 돈다. 마늘 슬라이스와 잔멸치를 곁들여 한 차례 더 볶는다. 상큼한 고추 향이 주방 한가득 떠돈다.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는 보일 듯 말 듯, 통깨는 듬뿍 흩뿌린다. 맛은 차치하고 비주얼만으로도 대만족이다.얼마 만인가. 작정하고 이것저것 넉넉하게 솜씨를 좀 부려보았다. 아들네가 오면 같이 식사하고 나서 싸 보낼 요량이다.
여고생 영지는 어디선가 풍겨오는 튀긴 통닭 냄새를 맡았다. 아빠가 오늘 저녁에도 또 통닭과 곰보빵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온게 아닌가. 도대체 술에 취하거나 공연히 기분이 좋은 날 아빠가 통닭을 사온 세월이 몇 년간이던가? 영지가 기억하기론 자신이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였을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처음엔 영지도 저녁 늦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아빠가 사가지고 올 통닭을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이젠 솔직히 친구들이랑 먹는 양념치킨이 더 입맛에 맞았다. 어떤 날은 따뜻한 통닭이 든 봉지를 아빠가 기분이 좋다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자
21세기는 IT(Internet Technology)로 명명되는 인터넷 기술 속에 인간의 삶이 흘러가는 시대이다. 이 온라인 시스템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고도화된 시스템도 사람이 주도하고 사람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그러나 다들 무작정 IT라는 온라인 시스템의 발전과 기대만을 강조하기 바쁘다. 애초 인터넷기술이 인간 삶에 얼마나 유익한 역할을 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혹여 사람이 생각지 못한 기술운용의 해악이 있다면 철저한 검증과 책임을 정해야 한다. 세
'중2병'이라는 말이 있다. 북한이 남한의 중학교 2학년생들 때문에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그러면 '초2병'도 있을까?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도 사고와 행동을 무시해선 안 되는 인생의 함의가 들어있을 수 있다. 위기철 작가가 쓴 [아홉살 인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리다고 함부로 대할 연륜이 아니다. "너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엉?"이라고, 참 정내미 떨어지게 묻는 어느 어른에게 "낙엽을 밟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나이가 아홉살이다. J. 스피넬리의 성장
얼마전 TV에서 ‘꼰대인턴’드라마를 봤다. TV에 나오는 영업팀장은 툭하면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며,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윽박지르고, 정작 의견을 제시하면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 너는 그냥 따르기만 하면 돼)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옳다고 주장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우열함을 드러내려는 습성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라떼는 말이야"와 같이 말하는 사람을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벌써 일이 끝났수?”“일이랄 것두 없어요. 동네 한 바퀴 쓱 훑으면서 담배꽁초나 버려진 음료수병 따위를 치우는 데, 운동 삼아 하는 거지 뭐.”앞 동에 사는 동갑네다. 아침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지킴이’ 활동으로 한 달에 27만원을 챙기는 똘똘한 노인이다. 정부에서 수십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서 노인들에게 수입을 올리게 하는데도 나는 아직 그 대열에 끼지 못했다. 일을 한다는 건 사회생활을 한
딕훼밀리 이천행음악의 열정은 청춘보다 아름답다! “나는 못난이”, “또 만나요” 등 1970년대 밴드 중 흔치 않은 큰 성공을 거두며 한 앨범에서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그룹사운드 ‘딕훼밀리’.딕훼밀리는 텔레비전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4주 연속 1위를 지키는 인기 그룹사운드였다.당시 ‘나는 못난이’의 인기는 문학작품과 영화로까지 이어지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또 만나요’는 지금까지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살구,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아파트 단지를 빙 두른 산책길에 잘 익은 살구가 제법 떨어져 있다. 좀 멀쩡하다 싶어서 집어 들면 갈라져 있거나 물렀거나 벌레가 먹었다. 높이 솟은 살구나무를 올려다보면 누렇게 익은 살구가 가지가 휘도록 다닥다닥 달려 있다.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어보지만 먹음직스러운 살구는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나무 밑동을 발로 힘껏 차세요.”“아녀유. 그러다 발목 나가유.”나이가 70은 넘어 보이는데도 남자는 남자다. 남자가 나무 밑동을 발길로 냅다 걷어차자 잘
1사람들은 유독 100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맨날 70점 받아온 아이가 어쩌다 100점을 받아오면 부모는 좋아라 하면서도 꼭 뒤끝에는 "너네 반 아이 몇 명이나 100점 받았어?"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100점을 독점하고픈 인간의 심리라고나 해야 하나? 대체 100점이 뭐라고 100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왜 끝이 없을까?한자로 일백百은 흰白 위에 한 일(一)자를 가로로 그은 형상이다. 하얀 백(白)은 공(空)이면서 동시에 충만을 예비하는 절대적인 색깔이기도 하다. 그 백지 위에 일구월심 일편단심 바라고 바라는 것을 빌고
6월인데도 벌써부터 후텁지근하다. 엊그제만 해도 산책길의 흐드러진 장미꽃에서 슬쩍 여름을 예감했을 뿐인데, 어느새 한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사계절의 순환이 그 궤도를 이탈한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봄이 오는가 하면 여름으로 넘어가고, 여름은 또 아열대를 방불케 한다.간단한 점심 설거지를 하는 데도 금세 목덜미가 끈적끈적하고, 등줄기가 스멀거린다. 나는 수건으로 땀을 훔치다가 문득 부채가 생각난다. 재바르게 책장 서랍을 여니, 이런저런 부채들이 얌전히 차곡차곡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색채가 아름다운 단선(團
Y씨의 고향집은 부친이 열여섯 나던 해에 지었다고 한다. 80년이 훨씬 넘은 집, 험한 세월을 견디다 보니 성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일곱 형제나 되는 처지라 당연히 Y씨의 단독 집이 아니지만, 시골집은 "최다 시간 점유자 소유권 인정법"(이런 법률도 있나?)에 따라 거의 그의 소유가 되어가는 중이다.Y씨는 정년퇴직하고 고향에 내려와 생활한 지 석 달이 되어간다. 올해 서남부지방에는 유독 바람이 많이 불어 녹이 슨 지붕 차양이 덜컹거려 과감히 교체를 감행하기로 하였다.물받이 차양막 교체 시공은 마침 건축 리모델링을 하는 초등학교 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