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집에 왔다. 아니 결혼한 딸과 사위와 외손자가 같이 왔다. 결혼하고 딸이 빠져나간 방이 썰렁하게 느껴졌던 것도 잠시, 어느새 식구가 불어서 세 사람이 들어설 때는 현관 입구부터 떠들썩했다. 돌이 막 지난 손자는 역시나 아빠 품에 안긴 채 집으로 들어선다. 아기를 안은 사위의 자세가 아주 자연스럽다. 아기가 울자 사위가 가방에서 분유를 꺼내 역시나 익숙하고 차분한 동작으로 먹인다. 그때 딸은 무엇을 하나 봤더니 제 엄마랑 한갓지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외손주가 생긴 뒤, 주말이면 형석씨의 집에서 늘상 보는 장면이지만
저기다, 이제 다 왔다. 용인의 한 자연휴양림에 들어선 정미씨는 숲속의 통나무집 앞에다 차를 세웠다. 통나무집 문 앞에서 87세의 노모가 합죽이 웃으며 정미씨를 반가이 맞아준다. 언니가 세 자매와 친정어머니가 1박2일 동안 숲속 통나무집에서 먹을 음식을 그야말로 바라바리 준비해가지고 왔다. 지금 정미씨의 나이 55세, 언니는 두 살 위고 동생 은미는 53살로 두 살 아래이다. 세 자매가 모두 50대로 갱년기를 겪을 나이인데 엄마가 계시니 그 앞에서는 내색을 못하고 그냥 ‘젊은것’이 되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2021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국립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유물과 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런웨이를 선보인다.이번 서울패션위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삼국시대 유물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배경으로 한 런웨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승택, 양혜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전시장과 현대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한 런웨이가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된다. K-컬쳐의 대표 문화콘텐츠와 K-패션이 결합된 패션쇼 무대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서울
큰언니가 입원한단다. 유방암 초기란다. 윤미씨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의 큰언니도 아플 줄 아는 사람이었어? 나의 큰언니는 언제나 아플 줄도 모르고 아파서도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한 사람 아니었어? 3녀 1남의 셋째 딸인 윤미씨는 흐르는 눈물 속에서 자신의 버팀목이 스러지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윤미씨네는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살았는데 딸 셋에 맨 마지막에 아들 하나라 전형적인, 아들선호 패턴인 집안이었다. 조그만 간장 종지에 참기름 한 숟갈과 계란 노른자 한 개를 띄운 그것을 아침마다 남동생에게만 주는 엄마를 보면 윤미씨는 그 종지
아니 뭔 남자가 결혼생활 30년 동안을 마누라가 해주는 음식에 입맛을 길들이지 못하고 여태껏 ‘깊은맛’타령이람. 된장찌개를 해주어도 먹을만은 한데 깊은맛은 아니라고 하고, 시어머니에게 배워서 무를 깔고, 시래기도 넣고 생선조림을 해주어도 한 끗 차이로 깊은맛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애초에 서울여자인 남주씨와 전라도 남자인 남편의 입맛 사이에는 합일이 되지 않는 깊은 강이 흘렀는데, 지금까지 그 강을 메우지를 못하고 깊은맛 부족이란 지청구를 수시로 듣는 처지로, 이젠 아예 맛평가에 대한 후렴귀로 여겼다.남
“아, 이젠 정말 아파트살이가 재미가 없다” 라고 수남씨는 뇌까렸다. 오늘은 정말 집, 그 중에서도 단독주택을 보러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몇 년 전부터, 구체적으로는 하나뿐인 딸이 결혼을 한 3년 전부터, 오래된 로망이 다시 타올랐다. 마음에 드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 주위에서 우려 섞인 견해들이 많았다. 게다가 결혼한 딸이 일 년 후 손주를 출산하자 육아를 돕다보니 3년이 훌쩍 지났다. 이젠 손주도 발걸음을 떼고 수남씨의 아내가 딸집으로 출퇴근을 하며 돕고 있었다.전원주택살이의 희망을
중학교 교사인 민자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줄곧 계속 해온 중학교 교사생활이지만 요즈막엔 나이가 60살을 바라봐선지 피로가 능숙함을 앞질렀다. 다행히도 민자씨의 딸 둘이 다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는 남편을 포함해서 가족 내에서 불문율이 생겼다. 적어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엄마인 민자씨의 취침과 기상, 아침밥은 누구의 시간표에도 맞추지 말고 민자씨 마음대로 하기로 말이다.민자씨는 가족들에게 미소를 날리며 “그럼, 이 몸은 평생 연금이 나오는 연금녀니까 상종가로 알아서들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한국 문화재 사진의 선구자인 고(故) 한석홍(1940~2015) 작가의 왕실문화재를 촬영한 기증사진 310여건이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공개됐다.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1980~90년대 촬영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ㆍ궁궐 전각 사진 310여건이다.국립고궁박물관은 2019~2020년에 걸쳐 고(故) 한석홍 작가가 촬영한 왕실문화재와 궁궐 전각 사진필름 490여 건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이 필름들은 1980~1990년대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신인 궁중유물전시관이나, 그 이전 문화재관리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왕실
진우씨는 사방이 막혀버린 듯 답답했다. 진우씨는 이른 나이인 50대 중반에 증권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서 1인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가 어린이집 영양사로 일하는 터라 생활비 걱정은 크게 없었지만, 취미로 배워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어서 용기를 내서 테이크아웃만 전문으로 하는 비좁은 가게를 냈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대학교의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학교 앞을 오가는 학생수가 확 줄어서 장사는 1년 내내 여의치 못했다. 테이크아웃만 하는 초소형 가게라 월세가 그리 세지는 않았고, 카페 착석 금지에도
[이모작뉴스 오은주기자] 어르신 문화예술 축제 ‘2020 실버문화페스티벌’이 11월 9일부터 12월 18일까지 40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으로 인생2막을 준비하고 어르신들에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여러 행사들이 마련됐다.특히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샤이니스타를 찾아라!’와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문화 콘텐츠 ‘문화나눔한마당’을 진행했다.어르신 예술가들의 경연 무대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코로나19가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2020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린다.중기부는 소상공인의 지원을 위한 내수 활성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12월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열린다.올해는 ‘산타마스크가 전하는 따뜻한 선물’ 주제로 동행세일(6월), 새희망자금(10월),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 이후 ‘내수촉진 이어달리기’의 마지막 행사이다.올해 2회째를 맞
고등학교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웬만하면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는 시절에 직접 전화라니, 길게 의논할 일이 생겼나 싶었다. 그런데 친구는 충격적인 내용을 전했다. 또 다른 친구 경환이가 죽었다는 것이다.“뭐야? 언제 교통사고를 당한 거야? 경환이는 몇 달 전에 부모님이 아파서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했잖아? 고향에 잘 있는 거 아니었어?”그게 아니고, 실은 6개월 전쯤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할 수 없는 말기상태라 그냥 부모님댁에 머물며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떠났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