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씨는 이제 70고개를 넘어가는 길목이니만큼 기억력도 옛날만 못한 것 같아 티비에서 알려주는 각종 뉴스와 정보를 잊어먹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티비 자막을 수놓는 영문으로 된 각종 용어들은 영문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났다.며칠 전에도 대한노인회 G군 지회 노인놀이방에서 옆 마을 김영감에게 LTV를 '쌍방향 디지털 TV'라고 우기다가 그것이 정작 주택담보대출 약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스타일을 팍 구긴 사건 이후로 한동안 티비시청을 기피하였고 TV라는 글자만 봐도 기함할
Y씨는 J고등학교 교문 경비실 근무 30년만에 퇴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와 텃밭을 가꾸며 지내온 지 삼년째 되어간다.늘 꿈에도 그리던 고향집인지라 나날이 추억과 감동으로 점철되었으나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자기를 괴롭히는 수풀모기는 짓이기고 싶도록 미웠다. 시커먼 몸뚱이에 흰 줄이 서네 개 처진 그놈은 Y씨와 눈을 마주쳤다 하면 이미 늙은이의 몸뚱아리에서 한 홉 가량 흡혈을 하고 난 뒤였다."내 피를 뽈아묵어봤자 넌 문족지혈(蚊足之血)이다 작껏! 내 평생 참을성 하나로 버텨왔는디 뭐."Y씨는 매번 이렇게 다짐을 하며 하루하루를 매진하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평생학습도시 고양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생애주기별 평생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고양시는 5060 신중년대학, 고양시민대학, 성인문해교실, 장애인 평생교육 등 다양한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평생학습관, 평생학습센터, 평생학습 카페 등 교육인프라를 확충하고 학교혁신 교육 프로그램, 풀뿌리 학습공동체 활동지원, 지역 특성을 살린 역사·환경·문화체험 교육으로 배우는 즐거움을 제공한다.명사초청 ‘고양시민대학’고양시민대학은
한여름의 새벽은 해가 중천에라도 오른 듯 훤하다. 오늘 하루도 얼마나 더 열섬 속에서 허덕여야 하는가. 어젯밤은 열대야에 지구촌의 가슴 아픈 뉴스들까지 쏟아져 잠을 설쳤다. 아프카니스탄과 아이티의 참상. 가슴이 답답해 서성이는데 뜻밖의 초록이 눈을 간질인다. 유리 꽃병에서 피어나는 싱싱한 이파리들. 고구마순이다. 고구마순이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풍성하게 자랐다. 고구마 두 개가 피워 올린 싱그러운 초록 세상이다. 할아버지 수염 같은 하얀 잔뿌리들은 부지런히 단물을 빨아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다. 더위는 더위이고, 지금은 녹음방초
70을 바라보는 Y씨는 "아끼다가 똥된다"는 말을 제일 싫어할 정도로 평생을 ‘아끼다’로 살아온 사람이다. 또한 ‘우리 것’을 너무 사랑하사 외국 물건은 쳐다도 안 볼뿐만 아니라 순우리말도 좋아해서 비행기는 ‘날틀’,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계집애큰배움터’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Y씨는 집안에서 제일 잘나가는 손위 6촌성님이 20여 년 전에 미국으로 떠나면서 입다 남겨준 겨울 잠바를 아끼고 아끼다가 첫눈 오는 날 드디어 꺼내 입었다.“아
홍범식(洪凡植)씨는 70여 평생동안 세상의 갖가지 '법칙'을 지켜오면서 살다보니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홍범식은 편모슬하 소년가장이나 다름없었고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했으나, 지각 결석 한 번 하지 않아 초등학교 75명 졸업생 중 유일하게 6년 개근상을 받았다. 그 부상으로 삼거리 면장으로부터 "賞"이라고 큼지막한 도장이 찍힌 두툼한 영어사전을 받았으나 중학 갈 형편이 되지 못해 영어사전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특이하게도 어린 범식이는 세상의 모든 규칙이란 규칙은 무조건 지키라고 존재한다는 사실을 엄마 뱃속에서
-1-Y씨(69세)는 6.25 피난민 2세이다. 전쟁통에 피폐한 농촌에서 태어난 터라 필설로는 다 못할 고생살이로 유년을 보냈다. 소년기부터는 깔뚱이(*)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심성이 착하고 성실하여 청년기가 되면서 제법 상일꾼 반열에 접어들었고 어렵사리 수루메(오징어) 귀때기보다 작기는 해도 논밭도 장만하였다.하지만, 어릴 적부터 워낙 못 묵고 못 살던 것이 한이 되어 돈이라고는 전혀 쓸 줄도 모른 채 그저 오그려 쥐고만 있는 것이 어쩔 때는 너무 안쓰러울 정도였다.그러던 짠돌이 Y씨가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게 가끔씩 풍년초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