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한 하노이의 거리 풍경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초상화를 그려주는 할아버지의 손길, 그 손길이 갈 때마다 한 세월을 바쳐온 장인의 지나온 시간이 보이는 듯하다. 한 땀 한 땀 변해가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딸의 얼굴도 시간이 지날수록 환해진다.허름한 시장가 LP가스통들 옆에서 무심히 내장을 손질하는 아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그 손길이 맵차다. 어느 오지 산골을 떠나 이 도시로 나온 아이일까, 아마도 부모님이라면 저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 텐데,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아이에게 짠한, 마음이 밀려온다.허름한 가방을 들고 지나가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법“이곳은 지구 안의 또 다른 행성이다.”카파도키아의 기기묘묘한 지형을 걷다가 보면, 문득 이란의 남쪽 분쟁이 잦은 걸프만(페르시아만, 아라비아만)에 떠있는 ‘호류뮤즈 섬(Hormuz Island)’의 사자 바위가 떠오르고, 그 옆에 놓여있던 ‘케슘섬’에 기이하게 솟아있던 협곡이 생각난다.첫 인상은 중국의 구이린(계림)과, 장가계도 겹쳐 보였다. 참으로 세상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기묘한 지역들이 많았다.며칠 전에 이란 국경을 넘으면서 보고 온
오스만 대제국의 나라, 터키를 가다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날 가고 달 가니 해 바뀐 듯하지만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란인인 22세와 33세 젊은 커플과 국경을 넘어오다 친해져, 그들이 묵는다는 숙소를 따라갔다. 아마도 두 사람은 이란에서 살만한 집안의 자제인 모양이다. 차도 마침 숙소 근처에서 내린다.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왔는데도 내 주머니에는 그 나라 화폐가 한 푼도 없어 걱정스러웠는데, 마침 ATM 기계가 있다. 이국에 나와 돈을 찾고 숙소를 잡고 나면 한숨 돌릴
천불천탑(千佛天塔), 바간왕국에 서다“여행자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저녁 8시 10분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탔다. 시내를 벗어나자 어슴푸레하게 미얀마의 산하가 다가온다. 모두 잠이 들었는지 버스 안은 금새 조용해진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선다.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인데, 식당 앞이다. 사람들은 부스스 일어나 대부분 밖으로 나간다. 모두들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데, 따라가 보니 그 안에 화장실이 있다. 몇 사람은 늦은 식사라도 할 요량인지 음식을 주문하고, 더러는 식
도미토리(Dormitory)가난한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3 “매일 사람들이 찾아오고 떠난다.다들 다양한 이야기로 자기만의 발자국을 남기며 간다.” 매쌀롱, 중국인 마을 게스트 하우스미얀마와 타일랜드를 가로지르는 매싸이 국경 강가의 게스트하우스에, 새 새끼처럼 찾아든 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오후가 되자 건너편 숲속 가난한 미얀마 마을에서는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이들은 오늘도 수영을 하여 좁은 두 나라 국경을 오고 간다. 아이들은 국경의 무의미함을 이미 오랜 시간 몸으로 체득한 듯하다
칭다오(靑島)의 눈물“길 위에는,직업도 없고, 귀천도 없다길 위에서,나는 항상 자유로웠다.”- 박범신 원작나는 지금 열하(황해)를 건너는 비행기 안에 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이 험난한 바닷길을 돛단배나 노 젓은 배에 의존해서 건넜을 것이다. 일기예보도 없는 이 먼 길을 오직 바닷길에 이골이 난 뱃사공에 의지해서, 자연의 순리인 바람을 따라 끝도 모를 길을 나섰으리라. 그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했을 순간, 나는 편안하게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만에 산둥반도의 남쪽, ‘중국 속의 유럽, 청
“그물 속으로 지나가도 바람은 걸리지 않은데,천지간(天地間)으로 걸어가도 나는 날마다 걸린다.”- 금강경 미얀마 국경이 보이는, 오후 무렵이면 그 옛날 우리의 넝마주의처럼 전통복장을 입고 망태를 맨 카렌족 아낙들이 강마을을 지나간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푸성귀를 지고 새벽 타일랜드 산속 국경 검문소를 넘어와 종일 팔고 이제 돌아간다. 손에 쥔 돈은 몇 푼 안되리라. 때로는 거리를 거닐면서 팔기도 하는데, 경제력의 차이에 남의 나라까지 넘어온 소수 오지민족들의 고단함이 절절이 배어난
도미토리(Dormitory)_ 가난한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1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어라.”- 이상화 시 빛바랜 커텐, 세로 2미터 가로가 1미터 정도의 간이침대들이 10여개 이상 벌집처럼 이 층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약간은 썰렁하고 어둑한 방, 어쩌다 석양 무렵이면 작은 창으로 노란 햇볕이 들어와 이층 침대 모서리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앞사람의 숨소리나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안에서는 발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하지 않으며 잠만 자고 나오는 것이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