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살고 계신 친정어머니가 홀로 생일을 맞이하면 안 될 것 같아 며칠 전에 막내딸인 인자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왔다. 노모는 제일 마음 편한 막내 인자씨 집에 며칠째 묵으면서 두 아들과 다른 두 딸을 보고 싶어 했다. 인자씨는 큰언니인 숙자씨에게 전화해서 어머니 생일 점심때 장어구이를 먹으러 교외로 가자고 했다. 여름을 보내느라 부쩍 기운이 떨어진 88세 노모에게 보양도 해드리고 꽤나 뜨악해져버린 언니와의 만남도 주선할 참이었다.그런데 큰언니 숙자씨의 병이 또 도졌다. 이번에도 한사코 어머니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는 봄 가뭄 소리가 쏙 들어갔다. 해마다 가뭄이 들어 저수지가 바닥을 보여 모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더니 올봄은 때맞춰 비가 충분히 내린다. 비를 맞은 앞산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솟아나고 베란다의 화초도 저마다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햇살 맑은 아침에 베란다에 나와 앉아 있으면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감미롭다.CBS FM 음악방송은 아침 9시부터 클래식 타임이다. 클래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라디오 채널이 맞는 방송이 오직 그뿐이어서 듣기 시작한 지 스무 해가 넘었다. 그 시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