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스치는 실바람이 보드랍다. 나는 강 따라 난 산책길을 걷다 말고 징검다리로 들어선다. 어제 이맘 때 어스름이 밀려올 무렵이었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강바닥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잡다가 여자가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자는 강물에 몸을 담근 채 남자를 바라보며 일어날 생각도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모르게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나는 얼른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얼마만의 웃음인가. TV의 개그 프로를 보면서도 도무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온통 젖은 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