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준기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관장 “후견지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높일 때”

이정기 기자
  • 입력 2019.09.23 09:54
  • 수정 2021.06.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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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경력 인재의 소셜캐피털화(사회적 자본화)와 서초후견지원센터 설립하고 싶어”

박준기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관장
박준기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이모작뉴스 이정기 기자】 서초구는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성년후견제도 이용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정신적 제약으로 자기결정 능력이 결여된 성인을 위한 법정 후견 지원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서초구립중앙노인종합복지관은 성년후견제도 지원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은 공공후견인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으로, 교육 수료자들을 통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인식개선과 성년후견이 필요한 저소득층, 장애인 발굴·지원 활동을 한다.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을 주관하고 있는 박준기 관장을 만나 정책적 효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먼저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10주년을 축하드린다. 복지관의 중점 정책 사업인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A. 서초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고학력 어르신이 많고, 복지관을 활용하시는 분들도 대학졸업자들이 다수이다. 전문직종 경력을 가진 어르신으로 구성된 ‘서초골든클럽’은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들의 인적자원을 소셜캐피탈(Social Capital)화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재능을 나누는 서비스 전달자임과 동시에 수혜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능력 있는 서초구 어르신들의 인적자원을 성년후견인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을 개설하게 됐다. 아시다시피 서초구는 2017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년후견제도를 조례로 제정하여 성년지원제도에 앞서가고 있다. 이에 후견지원교육, 현장 활동, 사례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 사업을 통해서 서초구의 어르신들을 보다 촘촘히 섬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Q. 성년후견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A. 4년 전 다른 복지관에 근무할 당시, 경제력도 있고, 학력도 높은 어르신이 사회교육프로그램 반장을 맡고 계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행동(치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식이 없어 자신 명의 집 2채 등 자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점차 스스로 자산관리가 어려워지고, 병원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후견인이 절실히 필요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자체 장에게 요청했지만, 사례가 없어 후견인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 끝에 검사가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신청하여 법원 승인을 받아 후견을 개시할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1월 어르신의 사망으로 후견은 종료되었다.

노인단독가구가 60%를 넘어서는 현재, 이와 같은 사례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후견인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지하게 됐고 후견지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복지만으로는 후견인에 관한 법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인적으로 전문후견인 교육을 받았고, 서울가정법원 후견인 모집에 응시, 면접과 시험을 통과한 후 현재는 수급권자들에게 국선후견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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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후견활동에서 보람 있었거나 힘들었던 일은?

A. 피후견인의 인권을 보호했던 일이 보람 있었다.

모친과 살고 있는 피후견인이 가족을 만나고 싶었지만 부모간의 증오로 만날 수 없었다. 피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을 만나게 해 주었다. 사회복지서비스 측면에서 피후견인의 모에게 피후견인이 부적절하게 받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해소하고 보다 필요한 장애인 활동서비스를 수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 후 피후견인의 모와 신뢰관계가 형성되었고 피후견인이 가족을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어려운 점은 후견인이 도와주는 사람임에도 적대적으로 대할 때 힘들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이해 부족으로 협조를 받지 못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Q. 교육을 수료한 예비 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A. 이번 후견지원활동가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나 강의, 실제 발굴활동, 행정지원 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시면 좋겠다. 또한 서초후견지원센터를 만드는 일에도 함께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남을 도와주는 일에 전문지식까지 갖춘다면 효과가 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따뜻한 마음과 사랑, 인간애가 더해진다면 성공적인 후견지원이 될 것이다. 봉사가 주는 기쁨을 가지고 성실함과 헌신적인 자세로 활동을 해 주셨으면 한다.

Ⓒ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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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년후견제 정착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일본의 경우 시설이나 재가복지서비스를 받으려면 후견지원과 연결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국내도 유사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친족의 경우는 생업에 바쁘거나 제도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친족후견만으로는 피후견인의 자기 의사결정권이나 재산권 보호가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현재는 치매공공센터와 커뮤니티케어가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후견지원도 커뮤니티케어와 연계되어 제도적 보완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더불어 독거노인이나 노인단독가구가 늘고 있어 후견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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