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48] “어쩌란 말이냐. 배수지-이승기” 배가본드

박명기 기자
  • 입력 2019.09.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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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블랙요인으로 등장하는 배수지 / 사진=SBS 캡처
국정원 블랙요인으로 등장하는 배수지 / 사진=SBS 캡처

SBS 드라마 <배가본드>가 첫 회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스턴트맨 이승기와 신분을 숨긴 국정원 블랙요인 배수지(수지)의 케미(화학적 결합), 동명의 일본만화와 그 만화의 원작 소설 관계도 등 매혹적인 키워드 등이 어필한 탓이다.

K-드라마의 우수한(?) 유전자는 글로벌에서 단연 최고수다. 엄지척이다. K드라마의 마법은 “의사나 변호사, 검사, 정치인 등 어떤 직업이 등장해도 결국 ‘러브스토리’로 귀결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마법은 <베가본드>에서도 작동되었다. 기획 4년 제작 1년, 250억을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를 파헤친다. 촬영지도 모로코와 포르투갈로 눈요기와 볼거리가 넘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승기-배수지의 ‘러브라인’은 최고 조합이다. 터프해진 이승기-청순한 미모의 ‘이-배’ 커플로 인해 첫 회부터 시청률 10.2%를 돌파했다.

‘배가본드’의 두 주인공 이승기와 배수지 / 사진=SBS 배가본드 홈페이지 캡처
‘배가본드’의 두 주인공 이승기와 배수지 / 사진=SBS 배가본드 홈페이지 캡처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에 오른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 배우다. 노래 ‘내 여자라니까’로 빅히트한 이승기는 가수에서 출발, 연기와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두 사람은 드라마 ‘구가의 서’ 이후 6년 만에 호흡을 맞추었다. K-드라마 정석인 두 남녀가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릉거리다 필연적으로 연인으로 발전하는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의 묘미도 예고되었다. 그걸 알아야 진정한 한국 드라마 팬이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성룡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액션 스턴트맨 차달건 역을 맡았다. 태권도, 유도, 주짓수, 검도, 복싱으로 다져진 종합 무술 18단이다. 태권도 시범단이 되어 조카가 타고 갔던 비행기가 추락해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는 조카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택시운전사를 했다.

배수지는 국정원 직원의 신분을 감춘 채 모로코 주재 한국대사관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블랙요원인 고해리다. 훈련 중에 여덟 명의 부하들을 화염에서 구하고 장렬히 산화한 해병대의 전설 고강철 중령이 그의 아빠다.

스턴트맨 차달건역을 맡은 이승기 / 사진=SBS 캡처
스턴트맨 차달건역을 맡은 이승기 / 사진=SBS 캡처

첩보액션 멜로물이라는 컨셉에 대해 제작진은 “가족도, 소속도, 심지어 이름도 잃은 방랑자들의 위험천만하고 적나라한 모험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첫 회에서는 배수지는 모로코 한국대사관 영사방 안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스타킹을 찢는 수상하고도 도발적인 자태를 연출했다. 이승기는 자동차 추격, 골목길 격투, 건물 위를 날아다니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눈을 뗄 수 없는 고난도 액션을 연기를 발산했다.

화면을 채운 모로코의 도시와 해안가의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풍광이 눈길을 끌었다. 긴박한 추격신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다 이름이 같은 만화 ‘배가본드’에 대한 관심 때문에 더 끌려들었다.

‘배가본드’는 영어로 ‘vagabond’며 뜻은 ‘방랑자’ 및 ‘유랑자’를 뜻한다. 드라마의 이름이 일본 만화 ‘배가본드’와 같아서 오해한 부분이 있지만, 만화와는 내용도 다르고 무관한 드라마임에도 말이다.

일본만화 ‘배가본드’는 ‘슬램덩크’로 유명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이다. 1998년부터 고단샤의 만화잡지 ‘모닝’에 연재된 ‘배가본드’는 초판부수 100만부대, 30권까지 누계부수 5200만부를 기록한 슈퍼베스트셀러 만화다.

만화 ‘배가본드’의 소개 페이지 / 사진=고단샤 모닝 홈페이지
만화 ‘배가본드’의 소개 페이지 / 사진=고단샤 모닝 홈페이지

이 만화를 세상에 등장하게 만든 건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60여 차례의 검술 시합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일본에서 검성(검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전설적인 검객이다.

하지만 만화는 소설의 틀만 빌려온 사실상 이노우에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듯한 스토리로 꼽힌다.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만화 속 전투묘사였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요시오카 도장의 70명을 베어 넘기는 과정은 아름다운 전율이다. 그는 영화처럼 단행본 2권 분량을 일일이 극사실적으로 꼼꼼히 그려냈다.

독자가 마치 만화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2002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받았지만, 2014년 중순 37권 나온 이후 38권은 안 나오고 있어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본만화는 한국 만화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최민식 주연으로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쥔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도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일본만화였다. 2006년 하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역시 일본 작가 스즈키 유미코의 동명 만화를 차용했다.

이 때문에 유명 만화작품 ‘배가본드’의 이름을 차용하는 것은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비록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정치 문제로 불안하지만, 적어도 문화는 그것을 훌쩍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자연스레 20~30대 ‘망가’(일본풍 만화) 열성팬들은 먼저 만화를 연상시켰을 것이다.

모로코 해안이 화면에 꽉차게 들어온다 / 사진=SBS 캡처
모로코 해안이 화면에 꽉차게 들어온다 / 사진=SBS 캡처

출발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한 드라마 ‘배가본드’는 태생이 반전과 스릴러가 복합된 첩보액션멜로다. 태생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적의 적은 친구’라는 스파이물이라는 것이다.

긴박감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급 스케일, 이국적 풍광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으로 흥행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유인식 감독의 촉이 통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액션, 멜로, 정치, 스릴러 모든 게 담긴 드라마”라고 말했다. 맞다. 신성록, 백윤식, 김민종, 문정희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하니 스케일도 적지 않다. 그런데 내 눈에는 오롯이 배수지-이승기와 만화 ‘배가본드’만이 오버랩되어 들어온다. “배가본드,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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