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49] ‘청바지’ 5말6초 청춘은 바로 지금!

박명기 기자
  • 입력 2019.09.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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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사진=tvN 캡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사진=tvN 캡처

몇 년 전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그것도 강남역 5번 출구 앞 우리 회사 앞에서 딱 부딪쳤다. 그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콩다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했다.

“의학의 발달로 인생 후반전이 길어졌다. 아이들 다 크고 하던 일에서 손을 놓기 시작하는 5말6초(50대 말, 60대 초)가 다시 맞이하는 인생의 전성기이다. 그러니 그때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게 준비하라.”

단 20여 분간 만남이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청춘은 오래 전에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 말은 벼락같은 죽비소리였다.

한때 ‘청바지’란 건배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청춘은 바로 지금”하면 “청바지”로 응수하는 건배사였다. 이 말을 떠올리게 한 책을 만났다. 올해 100살이 된 김형석 명예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와 75세 사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사무엘 울만의 말과 김형석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청바지! 나는 선배와 조우한 이후 ‘5말6초’를 잘 마무리하고 다시 인생의 전성기를 꽃피우겠다고 다짐했다.

 

■ 김창완과 김필이 함께 부른 <응답하라 1988>에서의 <청춘>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떨 때가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

‘산울림’의 김창완 노래는 1980년대 나의 대학 시절 내내 위안을 주는 진정제였다. 청춘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의 노래 <청춘>이 큰 위안이 되었다.

몇 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김필이 그 노래와 내 청춘을 소환했다. 김필이 부른 <청춘>은 김창완의 느낌과는 달랐다. 아득하게 사라져버린 내 청춘, 쭈글쭈글한 청춘시절, OST에서 김창완과 김필이 함께 부르는 대목에서 더 구슬퍼졌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김창완의 <청춘>의 대사 중

역시 이 노래는 다시 들어도 좋았다. 다만 불안이 표백되고 거세되어, 이제 담담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대학 때 역시 좋아했던 들국화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 중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처럼 말이다. 아, 이 노래도 <응답하라 1988>에서 가수 이적이 리메이크했지.

55세에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중국 갑부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
55세에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중국 갑부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

■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白日莫虛渡靑春不再來, 백일막허도 청춘부재래)”

하얼빈 역에서 조선 침략자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말이다. 전적으로 동감했다.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나름대로 여행 찬미가인 나는 평소에 “무릎이 성할 때, 가슴이 뛸 때 많이 여행하라”고 설파하곤 한다. 이 때 청춘은 활력과 건강이다.

중국 최대 갑부인 IT업계 큰손 마윈은 이달 9월에 은퇴했다. 나와는 한 살 차이인 그는 “나이 55세에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본디 영어교사였던 그는 인생 후반기를 교육사업에 바치겠다고 했다.

멋있다. 나이 쉰을 지난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골똘히 인생 후반기 삶을 생각했다. 비록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청춘심폐소생술'에 버금가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가능할까?

하나 둘 준비를 해나가면 은퇴 이후 ‘이모작 리스트’대로 ‘여행’과 ‘인도차이나’ 등에서 내 삶을 불태울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절로 신이 났다.

일본인 의사 오츠 슈이치의 저서 [죽을 때 후회하는 것 25가지]
일본인 의사 오츠 슈이치의 저서 [죽을 때 후회하는 것 25가지]

■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무엇일까. 수년간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한 한 일본인 의사 오츠 슈이치의 저서 <죽을 때 후회하는 것 25가지>가 일본 네티즌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적이 있었다.

그 중에 나에게 가장 절실한 느낌을 준 몇 가지를 뽑아보았다. 맨 먼저 선택한 것은 1번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감정에 좌지우지돼 일생을 보내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과 가고 싶은 장소를 여행하지 않았던 것, 또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명희의 에세이 제목은 <참을 걸, 베풀 걸, 즐길 걸>이다. 사람들은 생을 마감할 때 크게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요즘 나는 ‘후회 3걸’을 만들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참고, 베풀고, 즐기도록 나를 추스르고 있는 중이다.

5말6초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내 인생의 새 전성기, 내 생애 봄날이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힙합 리듬을 타고 다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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