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④] 재즈 뮤지션 최선배 ‘풍류살롱’

천건희 기자
  • 입력 2019.10.29 13:42
  • 수정 2020.07.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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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천건희
사진= 천건희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재즈 음악은 어느 계절에나 들어도 좋지만, 가을에 듣는 재즈는 감동과 풍미를 배가 시킨다. 가을을 닮은 재즈 공연을 만나러 코트 깃을 올렸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민속극장 풍류에서 트럼페티스트 최선배 선생님의 <다르고도 닮은> 음악회가 열렸다. 최선배 재즈밴드와 하프,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풍류살롱이었다.

한국 1세대 재즈 뮤지션인 최선배 선생님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재즈계를 묵묵히 지켜온 역사의 산증인으로 한국 최초의 프리 재즈밴드를 결성했고, 두 장의 음반 <자유>(1998년), <불꽃>(2007년)을 일본에서 발매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 중 트럼페티스트로서의 단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됐다.

사진= 천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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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와 흰 턱수염이 잘 어울리는 최선배 선생님은 최선배 재즈 밴드와 함께 우리들에게 익숙한 곡인 ‘Cherry PinK and Apple Blossom White’, ‘Bebop lives’ 등의 곡으로 관객들을 젊은 시절의 감성으로 아련한 그리움에 젖게 했다.

트럼펫 연주와 함께한 열정적인 하모니카 연주는 ‘Old Friend’의 아름다운 선율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피아노는 없었지만, 하모니카는 있었고 음악을 좋아하는 언니들에게 배운 실력으로 한 두 곡 정도는 연주했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했다.

최선배 선생님은 함께한 관객과 협연해준 젊은 뮤지션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1985년 일본 NHK 방송국에 출연한 한류 1세대로서 ‘Old Friend’를 작곡한 투츠 탈레망(Toots Thielemans)이 94세까지 무대에서 공연했듯이 올해 77세인 나도 인생의 마지막을 연주 무대에서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관객들의 환호와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사진= 천건희
사진= 천건희

하프와 함께 어우러진 트럼펫 연주 ‘바람을 위한 즉흥곡’과 ‘반줄’은 프리재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입술과 호흡을 통해 만들어지는 최선배 선생님 특유의 즉흥적인 트럼펫 연주는 모든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내 관객들을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다르고도 닮은> 연주는 사물놀이와의 협연인 트럼펫 산조 ‘아리랑’ 3부작에서 절정에 달했다. 사물놀이의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장단과 어우러진 최선배 선생님의 즉흥연주 ‘아리랑’은 관객들의 박수 장단과 하나가 되고,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춤사위를 만들어냈다.

앵콜! 앵콜!~~

민속극장 풍류는 최선배 선생님의 트럼펫 음악과 하나 된 관객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고, 최선배 선생님의 100세 공연까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최선배’, ‘최선배’를 외쳤다.

민속극장 풍류는 서울 강남구 한복판인 선릉 옆에 위치한 반원형의 무대로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 연주자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어 공연의 감동이 잘 전달되는 장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의 공연장 3곳(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한국문화의 집KOUS, 한국의 집)중 하나인데, 이곳에서 민속극장 풍류의 재개관 기념 신규 기획공연시리즈 ‘인문학극장 풍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 문화계 명사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해설과 함께하는 렉쳐콘서트로 11월~12월 양진성, 김녕만, 전고필, 이성재 등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어 기대가 된다. ‘인문학극장 풍류’ 전석이 착한 가격 5,000원인 것도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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