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춘너싱홈 최종녀 원장 “아픈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 관심과 공감”

박민경 기자
  • 입력 2019.12.02 21:24
  • 수정 2021.06.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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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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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혼자 지내게 할 수 없고, 또 모실 수 있는 형편이 안 될 때 가족 같은 마음으로 돌봐주는 전문기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용인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함춘너싱홈’이 그런 곳이 아닐까한다. ‘함춘너싱홈’을 운영하는 최종녀 원장님을 만나 그가 가진 운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최종녀 원장님은 2019년 ‘올해의 간호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의 간호인’은 사회적으로 간호 전문직 위상 정립에 기여했거나 간호정신을 구현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최 원장님은 1985년부터 한양대병원, 의정부 백병원, 포천 자혜의 집, 청운실버센터 원장. 미추 실버케어 원장을 거쳐 글로벌휴먼스 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또한 2014년부터 3년간 서울요양원에서 팀장 겸 총괄 케어매니저로 근무했다. 서울요양원 근무 당시 <요양급여체계시스템>을 정립하고, 요양시설의 3개 유닛(치매, 간호, 일반형)을 직접 계획, 운영하면서 요양원 어르신들이 전문적이며 효과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261개 개인맞춤형 템플릿을 개발해 알고리즘 전산화를 계획했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92세 된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함춘너싱홈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닞=박민경 기자
사진=박민경 기자

Q. 너싱홈이 무엇인가요?

A. 너싱홈은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전문요양시설로 병원과 가정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어요. 질환의 상태가 심해 치료가 최우선인 노인은 요양병원에 입소하고, 일상생활능력에 따라 와상환자(어쩔수 없이 누워서 생활해야하는 경우)나 보조기구를 이용해야 거동이 가능한 분들 또는 보조원의 도움으로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요양원에 입소 가능합니다. 이때 장기노인요양보험이 지원됩니다. 반면 너싱홈은 일상생활에서 24시간 지속적인 간호사의 관리가 필요한 노인들이 대부분 유료로 거주하시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전문 간호사를 두고 간호와 재활치료, 여가생활까지 할 수 있죠.

Q. 함춘너싱홈은 어떤 곳인가요?

A. 현재 16명의 어르신들이 2인 1실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어르신 평균 연령은 90대입니다. 1명의 직원이 2.2명을 보살피고 있어요. 보통 간호사 1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100명을 케어하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 16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르신 60%가 치매 말기고 나머지는 초기 치매를 앓고 계세요. 보통 3~4년 정도 이곳에서 함께 생활했어요.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는 거의 걷지도 못하셨는데 지금은 두 분을 제외하고 모두 걸으세요. 안전바를 잡고 20분간 서있기, 앉기, 걷기 훈련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거에요.

Q. 프로그램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요?

A. 그림그리기 활동을 많이 한다. 1919년생 김영순님은 스케치북에다 자신의 사진을 붙여드리고 “이거, 어머니 것에요!”라고 하면 정말 좋아하세요. 그림 그리시는 것도 물론 좋아하시죠. 치매라고 해서 항상 기억이 없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 등을 찾아내 활동하게 해주고 그와 관련해 말동무가 되어 드리면 치매증상이 많이 호전된답니다. 그래서 우리 함춘너싱홈은 어르신 한분 한분의 특징과 관심분야를 파악해 철저하게 일대일 맞춤 프로그램으로 돌보고 있어요. 어떤 분은 하루에도 열두 번 “죽겠다”며 우울증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 무조건 항우울제를 주면 경련이 일어 날 수 있어요. 약 처방보다 소속감을 갖게 하고 운동을 시키면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이것 역시 맞춤 케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저희 너싱홈은 지난 2018년 12월에 오픈해 아직 외부 프로그램은 없어요. 하지만 분기별로 외부공연을 진행하고 있고, 추석 등 명절에는 경기민요 대가들을 모시고 공연할 계획입니다. 공단홈페이지 인지학습지와 한국치매예방협회에 단계별로 되어있는 학습지를 다운로드해 활용하고 있는데, 학습지도 어르신들 개별증세에 따라 일일이 선별해서 만들어드리고 있어요. 이때 중요한 것은 학습지 표지에 표시되어 있는 ‘6세용’ ‘7세용’이라는 부분은 없애야 해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낮은 단계에 학습지를 받게 되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고 자존감도 격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분한분 존중받는 느낌을 드려야 합니다.

사진=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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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너싱홈 운영에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직원관리가 제일 힘듭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들도 어느새 내 진심과 동화될 수 있어요. 50세 넘은 직원에게 지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요. 이견이 생겼을 때 설득을 해야지 맞서서 가르치려 들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내편이 되어주도록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식사 준비는 따로 하지 않지만 밥은 직접 짓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집밥 냄새를 맡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고소한 밥 냄새는 너싱홈 가족들 모두에게 힐링이 됩니다. 비 오는 날이나 꾸물꾸물한 날에는 잡곡밥에 대추를 넣어 지으면 고소한 향기가 더욱 짙어지죠. 하지만 밥 짓는 일을 두고 요양보호사들과 의견 충돌이 있었어요. 그들은 “왜 요양보호사가 밥을 지어야 하나?”고 반문했고, 나는 나의 진심을 충분히 피력하고 설득했어요. 사회복지사, 간호사, 원장인 나도 각자 역할이 있지만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다보면 이해와 합의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요양원보다 너싱홈의 장점은 무엇이며,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요?

A. 장기요양법 자체가 의료질환에 관한 것이고 질병을 제대로 알고 처치하는 간호사가 돌보면 유리한 점이 많아요. 과거 복지 중심에서 지금은 기본건강이 우선이 되고 있어요. 기본건강은 간호사가 대처능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호사도 간호사 나름이고, 복지사도 나름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일대일 맞춤형으로 어르신을 돌봐야 합니다. 치매든 와상이든 잔존기능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잔존기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케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걷지도 못하던 분들이 오셔서 걷게 되고 산책도 나가시는 것을 볼 때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껴요. 어르신 한 분이 “내 품에서 돌아가시고 싶다”고 했을 때 정말 가슴이 찡하고 먹먹했어요. 97세 어르신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할 때 현실을 인지시키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공감해주면 상태가 훨씬 호전되는 것도 보았고요. 공감대 형성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사진=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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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춘너싱홈 최종녀 원장님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감동적이었다. 밝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소곤거리며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소녀들의 소꿉놀이를 보는 듯 했다. 이들에게 편안한 미소를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최종녀 원장님이 강조하는 세심한 일대일 맞춤케어와 공감대 형성 덕분이 아닌가 한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아픈 노년을 가족처럼 함께할 곳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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