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의 人花方暢 2] 큰마음 수박꽃 ‘박광성’

박애경 기자
  • 입력 2018.12.13 15:04
  • 수정 2021.06.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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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박광성 총장

12월 크리스마스트리는 형형색색 앙증맞은 장식품에 화려한 조명과 캐럴까지 덧입혀져 기품 있는 발랄함을 뽐낸다. 보는 이들에게 늘 따뜻함과 설렘을 선사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곳곳에 반짝이는 요즘이다. 오늘 만날 두 번째 밥동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의 두 번째 밥동무는 7여년 지인의 인연을 맺고 있는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박광성 총장님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바로 오늘 내가 마주한 크리스마스트리와 같았다. 미디어매체 초보운영자인 내게 ‘방송계의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만큼의 이력을 가진 그가 내민 손은 따뜻하고 푸근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반달 같은 미소로 항상 나를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냥 즐겁다.

박광성 총장은 1974년 MBC 광고 분야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이후 1981년 한국방송광고공사 창설위원으로 참여, 공익광고협의회 총책임국장, 문화예술계 공익자금 담당국장, 광고교육원 창설 초대교육부장 등 방송·광고계에서 다양한 일을 담당했었다.

이밖에 후학양성에도 힘을 보탰다. 1988년 아주대학교에서의 강의를 시작으로 연세대, 중앙대,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했고,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10년 겸임교수,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교 8년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후학양성에 대한 그의 열정은 1992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방송인으로서의 꿈을 가진 끼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더 나아가 방송인들이 현업을 그만두고 난 후, 이러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학문과 현업을 연결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보람이라고 그는 말한다.

서울 은평구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이 지역인들 뿐 아니라 경계 넘어 고양시민을 위한 복합문화생활공간으로 세워진 구파발 롯데몰에서 그를 만났다. 매콤달콤한 밥도둑 코다리찜 반상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뜨끈한 북엇국 한술로 겨울 냉기를 달랜 후, 주인장이 잘 발라놓은 코다리 한 점과 아삭한 콩나물을 갓 지은 쌀밥 올려 고소한 재래식 햇김에 싸서 먹는 맛이 예술이다. 어디 이것뿐이랴. 뻘건 양념에 푸욱 무른 무를 한 숟가락 베어 밥에 쓱쓱 비비면 입 안 가득 달콤한 행복이 넘친다.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그간의 개인사들을 반찬삼아 늘여 놓다보니 어느덧 밥 한공기가 뚝딱 비워진다.

인생이 뭐 별거겠는가? 좋은 이와 맛난 식사 한 끼로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깔깔거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싶다. 코다리 밥도둑으로 즐거운 만찬을 마치고, 작은 정원 같은 카페에서 차 한 잔 수다를 이어갔다.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들로 시공간을 채웠다. 이제부터 수박꽃 박광성 총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대 독자인 그는 수줍은 많은 소년이었다.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도 많았다. 그래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관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엄격했으며, 지나칠 만큼 성실했다. 인내력, 지구력, 적응력으로 세상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자기관리 중심에는 꾸준한 독서가 우위를 차지했다. 문화, 예술, 철학, 인문학 등 생각과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섭렵했다. 학창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읽은 수많은 책들은 자신의 일생에 보고(寶庫)가 됐다.

또 하나의 보물창고는 ‘사람’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통해 지혜도 용기도 얻었다. 사람과의 잦은 소통은 수줍은 많은 소년을 리더가 될 수 있게 했고, 리더로서의 책임감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익히게 했다.

그의 나눔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예전 언제가 내가 그의 집무실에 들렀을 때 그림 한 점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홍석창 화백님이 그린 정감 있는 조롱박이었다. 동양화의 거인으로 불리는 거장의 작품을 받아 들고 내가 말했다. “이리 귀한 것을 제게 주시다니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전에는 뭔가를 모으고 수집하는 것에 몰두했었다. 책장에 책을 가득 채우고, 기이한 수석(壽石)과 예술작품들을 모으고 또 모았었다. 세월이 흘러 쌓여진 것들이 어느 순간 나의 인생 공간을 포화상태로 만들어버리고 결국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비우는 연습을 시작했다. 비워진 공간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자리를 매웠다.”

나이가 들수록 비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그의 마음이 이미 행복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그의 미소 머금은 반달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재에 정성스레 걸어둔 조롱박이 나를 매일 편안하게 해준다. 그의 나눔으로 내 인생도 행복해졌다.

그는 이미 가진 것들을 나누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매 시간 평생교육으로 얻은 새로운 것들을 타인과 함께 나누려 한다. 월요일은 성악, 화요일은 8체질, 수요일은 타로와 마술, 목요일은 시낭송, 그리고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SNS활용법 등 배우는 것도 다양하다. 성악은 이미 프로급이다. 오는 12월 27일 동자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오케스트라컴퍼니 주최 ‘Concerto di Canto' 무대에서 테너로서의 면모를 보여 줄 예정이다.

“노래가 주는 기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한다.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가 한해를 보내고 맞는 길목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

그가 배우는 8체질과 타로는 소통에 큰 매개체가 된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들려주다보면 친밀도를 극대화 할 수 있고, 마음의 문을 여는데 윤활유가 된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마술과 시낭송도 그러하다. ‘행복은 나로부터’를 원칙삼아 자신이 가진 즐거움과 행복을 타인에게 이양하고 싶어 하는 박광성 총장은 ‘큰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박꽃’이다.

다섯 갈래로 피는 노란 별모양의 수박꽃은 엄지손톱만큼 작지만 갈증을 해소시키는 달콤한 과육이 한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열매를 선사한다. 수박꽃말이 큰마음이라는 것이 당연하다. 꽃말줄기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자라나는 수박 넝쿨과 앙증맞게 피어난 수박꽃에서 그의 인생철학을 대비시키는 것 또한 당연하다. 코끝 알싸한 겨울철에 시원한 수박 한입 베어 물고 싶다.

평생학습을 생활화하는 그는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두 권은 꼭 읽는단다. 차를 마시는 내내 독서가 주는 행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요즘 읽은 것들 중에 인상 깊은 것이 있었는지 물었다.

“<말투디자인>이라는 책이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대화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던 차에 읽게 되어 내게 큰 도움이 됐다. 나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공감하여 대화를 이끌어가는 일종의 ‘말투 사용설명서’ 같은 책이다. 박혜수라는 젊은 작가가 현장에서 체득한 것을 토대로 알려주는 비법서라 호감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말투를 디자인한다는 표현도 신선했다.”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력과 경력으로 75년을 살아온 그는 아직도 청년처럼 일을 한다. 그는 인생살이가 주업과 부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주업과 부업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환 교차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가 58세에 MBC를 그만둘 때까지 그의 주업은 방송 일이었지만, 50대에 부업처럼 했던 대학 강의가 60대에 와서는 새로운 주업이 된 것이다. 60대의 주업인 대학 강의가 학교설립까지 이어져 새로운 주업을 만들었다. 70대가 된 지금은 60대에 부업이었던 사회봉사활동이 주업이란다. 그리고 사회봉사활동과 함께 또 다른 주업을 준비 중에 있단다.

마지막으로 현재 그가 청년의 마음으로 준비한다는 디지털 온라인 광고 마케팅 회사, ‘투비랜드’에 대해 긴 얘기를 들어봤다.

“현재 투비랜드의 회장을 맡고 있다. 투비랜드는 광고주와 마케터를 연결해주는 ‘마케팅 솔루션 광고 중계 플랫폼’을 개발, 내년 1월 런칭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온라인 광고 시장이 점차 커지는 요즘, 온라인에 광고를 원하는 누구나 광고 제작부터 등록까지 모든 서비스를 투비랜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광고를 등록한 후에는 자신의 광고가 온라인상에서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다양한 데이터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투비랜드는 회원이자 마케터들이 자신들의 광고를 온라인의 다양한 채널로 공유하고, 그와 함께 발생되는 광고비용을 정산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투비랜드는 또한 전 국민 누구나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세컨드잡의 장을 열어주고, 클라이언트에게는 지속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최고의 마케팅 툴을 제공하며, 광고효과에 대한 양질의 DB를 제공해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 투비랜드가 모든 사업자와 국민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사회적 기업, 국민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겨울과 여름은 반대에 서있다. 겨울날 여름 수박꽃을 만났다고 하면 동화 같은 얘기라고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찬바람 휘몰아치는 구파발에 크리스마스캐롤이 울리는 따뜻한 공간에서 수박꽃을 보았다. 큰마음을 가진, 큰마음을 내어주는 수박꽃이 푸르디푸른 덩굴에 다닥다닥 피어나 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행복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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