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키다리 아저씨, 7년간 총 기부액 9억 6천여만원

송선희 기자
  • 입력 2019.12.26 14:50
  • 수정 2019.12.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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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사진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오늘 저녁에 시간되는교? 같이 밥 한끼 합시다”

지난 12월 24일(월) 오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담당자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그 주인공은 올해도 애타게 기다려온 키다리 아저씨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4일(월) 저녁,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은 대구 동구의 한 매운탕집에 키다리아저씨 내외를 만났다.

키다리 아저씨는 먼저 봉투 한 장을 건넸다. 봉투에는 1억 2천여만원의 수표가 들어있었다.
매월 1천만원 씩 12개월,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매월 적금 해 이자까지 기부하는 키다리 아저씨는 올 해에 경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 해도 기부를 실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혼자의 나눔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밝고 따뜻한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달라는 부탁도 함께 전했다.

함께한 키다리 아저씨의 부인은 “우리 남편이 어릴 적 꼭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들을 돕는데 더 앞장서는 것 같다” 라며 “우리가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은 돈을 우리 주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잘 전달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우리는 3평도 안되는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며 “아직도 갖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다 가졌기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는 말도 더했다.

이 60대의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어 2012년 12월에는 사무실 근처 국밥집에서 1억 2천 3백여만원을, 2013년 12월에는 사무실 근처로 직원을 불러내 1억 2천 4백여만원을, 2014년 12월에는 사무실 근처 식당으로 직원을 불러내 1억 2천 5백여만원을 2015년 12월에도 사무실 근처 식당으로 직원을 불러 내 1억 2천여만원을 2016년 12월에는 사무실 앞에서 1억 2천여만원을 전달했으며, 2017년 12월에는 처음으로 키다리아저씨 부부와 식사를 함께하며 나눔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가 2012년부터 7년 동안 8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은 9억 6천여만원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매년 연말, 익명을 요청하며 거액을 기탁 해오는 키다리 아저씨는 대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자랑이자,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의 성금을 기부 해 주신 키다리아저씨에게 대구의 소외된 이웃을 대표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기부자님의 뜻에 따라 소중한 성금을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여 나눔으로 더 따뜻한 대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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