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김경 기자
  • 입력 2020.01.20 15:26
  • 수정 2023.03.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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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폭스코너 제공)
(사진 = 폭스코너 제공)

“정말 ‘그날’이 온다면 이 책을 끼고 북녘을 두루두루 돌아다니고 싶다.” -강산에

북한과 식품을 모두 전공하고 현직 사무관(기획재정부 남북경제과)으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 김양희 작가의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가 출간되었다. 김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했고 이후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이제는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될’ 북한 향토음식들의 유래와 요리법을 소개해 북한의 식문화는 물론, 나아가 통일 한국 시대 한반도의 맛을 미리 소개한다.

평양냉면을 즐기는 사람들은 인공적·자극적이지 않은 '감칠맛'을 매력으로 꼽는다. 북한에 15번 다녀왔다는 한 인사는 강연에서 북한 음식이 맛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본주의 기본원리는 최소 투자에 최대 이익 창출이다.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게 기본"이라며 "사회주의는 그렇지 않다. 음식을 만들어 이익을 내는게 아니다. '레시피'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별한 조리법이나 조미료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 음식에 대해 알아본다는 건 단순히 무슨 맛일까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급받는지부터 인민들에게 어떤 식재료가 인기있는지 최근 음식 문화 트렌드는 어떤지 등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다.

넓직한 가마니를 바닥에 깐다. 그 위에 큼지막한 조개를 적당한 줄을 세워 올린다. 빈 가마니 쪽에 휘발유를 먼저 뿌리고 불을 피운다. 그 다음 휘발유로 불길을 이어가며 조개쪽으로 불을 유인한다. 익어가는 조개는 입을 쫘악하고 벌린다. 잘 익은 조개를 맛있게 먹은 뒤 기호에 따라 다른 쪽 껍데기에 소주나 위스키를 따라 마신다.

최근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등장했던 '조개 불고기' 조리법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출연해 북한에서의 삶 전반을 전하는 TV조선 '모란봉클럽'에서는 이미 4년 전인 2016년 소개되기도 했다.

조개 불고기는 직접 맛보거나 시도해본 적이 없어 굉장히 생소했던 음식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북한 음식은 평양 냉면과 초계탕, 온반이나 교반, 그리고 대동강맥주 정도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을 가봤거나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경험이 있지 않는 한 맛보기부터 쉽지 않다.

북한은 먹거리를 중시한다. 우리에게 입고 먹고 자는 '의식주'가 익숙하다면 북에서는 '식의주'라고 표기한다. 입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우선된다는 셈이다.

김 작가는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 배급제로 시작된 식문화가 '장마당'(시장)이 활성화된 현재까지 어떻게 변하고 발전됐는지 살핀다.

조개 불고기는 빠져있지만 북한의 향토음식, 북한을 대표하는 21가지 음식을 소개한다. 대동강에서 잡은 숭어로 끓여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던 '대동강숭어국'이나 항일 무장투쟁을 하면서 먹었던 일명 '빨치산국수'로 불리는 '언감자국수'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또 남측에서 유명한 함흥냉면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고 감자농마국수가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농마국수를 구분하는 기준이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가 아닌 메밀로 만드느냐 감자 녹말로 만드느냐의 차이라는 내용들도 소개한다.

전문성이 담긴 작가의 친절한 설명으로 가깝고도 먼 북한 음식과 식문화를 간접 경험하고 우리와의 차이점까지 알 수 있는 책이다. 308쪽, 폭스코너,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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