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것들➃] 낙동강의 오리알 된 ‘재첩’이야기

김남기 기자
  • 입력 2020.03.09 15:58
  • 수정 2023.03.10 17: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동강의 오리알 된

‘재첩’이야기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부산의 명물 재첩국은 1980년대 초만해도 골목골목을 누비며, 부산의 아침을 깨우는 재첩국 장사 아낙네의 외침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재첩은 바닷물과 담수가 섞여 있는 모래펄에 서식한다. 그래서 재첩의 주서식지는 낙동강 하구, 강원도 양양 남대천, 섬진강 하구 등이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에 서식했던 재첩은 1987년 건설한 낙동강 하굿둑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사라졌다.

(낙동강 하굿둑, 제공=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제공=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개발···농민·공단은 살리고, 생태계는 파괴되고

낙동강 하굿둑은 취수 및 농·공업용수, 홍수 조절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 건설됐다. 부산시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 높이 18.7m의 둑으로 10개 수문이 있다. 매년 6억 4800t의 물을 확보하면서 식수 등 용수난도 줄었고 인근 경작지에서의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하굿둑을 건설하며 강바닥에서 긁어낸 흙은 주변 습지를 메워 낙동강 하류에 택지와 공단 조성에 사용했다. 하지만, 생태계와 환경 파괴 등 역기능도 생겨났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낙동강 하류지역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렸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낙동강 하구 기수지역 생태계변화 조사를 한 결과 낙동강 하굿둑 조성 때문에 물의 흐름이 끊어져 강바닥의 산소가 없어졌다. 전반적인 오염으로 인해 이곳에 서식하던 생물 등 67종 중 33종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낙동강 하구의 명물이었던 재첩은 씨가 말랐다.

32년만에 열린 낙동강 하굿둑…환경단체 ‘환영’ vs 농민 ‘반대’

부산시는 지난해 6월 하굿둑 개방에 이어 11월 낙동강 하구 을숙도 주변에 자체 생산한 재첩 5만여 마리를 방류했다. 수산자원연구소는 80년대 중반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급감한 재첩의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첩 종자를 방류할 계획이다.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 수문 즉각 개방과 재자연화 위한 보처리 방안 신속 마련을 촉구, 제공=뉴시스)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 수문 개방과 보전처리 방안 촉구시위, 제공=뉴시스)

환경시민연대는 “낙동강 하굿둑의 중심에 있는 을숙도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였으나 1987년 2230m의 콘크리트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철새는 물론이고 재첩, 장어 등도 떠났다. 하굿둑 건설로 일부 용수 공급과 염해 방지 효과는 있었으나 수중 생태계 교란, 어패류 감소, 녹조 발생 등 여러 가지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했다.”고 전했다.

(서울역광장 낙동강 수문 개방 반대, 제공=뉴시스)
(서울역광장 낙동강 수문 개방 반대 시위, 제공=뉴시스)

반면 낙동강 하구의 농민들은 수문 개방으로 인한 염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서낙동강 수계 살리기 범주민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낙동강 하굿둑에 수문을 설치한 것은 농경지에 스며드는 염분을 줄여서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그런데 수문을 개방하면 농작물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염분 피해로 생계수단을 잃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했다.
부산시는 2차에 걸친 수문 개방에 따른 염분 유입과 관련 다양한 조사를 펼치고 있다. 관계자는 “낙동강 수계에서 농경지까지 이격거리가 286~710m여서 염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공생의 지혜

개발과 보존의 문제는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제기되고 다툼이 일고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라고 만 위안 삼을 일은 아니다. 토목건설주도의  70~80년대에는 개발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환경운동의 관심이 높아 지면서 보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개발과 보존의 양날의 칼에 직면한 낙동강 하굿둑의 다툼은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환경생태계를 복구하는 공생의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낙동강의 오리알이 아닌 부산의 명물로 '재첩국의 맛'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