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코로나의 역습_인간만 오래 살아야 하나!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3.13 11:32
  • 수정 2024.02.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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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오늘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목욕탕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샴푸를 듬뿍 짜 시원하게 머리를 감는다. 린스를 바르고 바디크림으로 몸을 씻고 거품을 내어 면도를 한다. 부엌에서 엄마는 달그락거리며 어젯밤에 남은 그릇들을 퐁퐁으로 씻는다.

어젯밤에 통닭을 시켜먹고 미처 치우지 못한 박스며 비닐, 종이팩, 1회용 젓가락들을 비닐봉지에 쑤셔 박는다. 언니는 어제 온 택배상자를 뜯는다. 자그마한 먹거리 두 개를 시켰는데, 비닐봉지에 담겨 있고 안에는 커다란 에어 비닐백 두 장으로 꼼꼼하게 두르고 테이프를 붙인 후, 다시 4면이 움직이지 않게 스치로폼으로 고정하고 아이스 팩까지 들어있다. 박스 두 개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나가 종일 매연을 내뿜으며 거리를 질주하고, 점심과 푸짐한 저녁에 술까지 한 잔 곁들인 후 돌아온다. 온 종일 내가 버린 일회용품과 쓰레기들은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 이 지구 위에 얼마나 많은 화석발자국을 찍고 돌아왔을까?

현대사회는 과잉생산과 과잉 소비를 마치 최대의 미덕인 것처럼 부추긴다. 유전자를 변형해서라도, 농약에 범벅이 되더라도, ‘경제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만 찬양한다. 현대인류는 너무 편한 것, 좋은 것만 찾아서, 너무 많이 먹는다. 짐승들보다도 훨씬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이 지상의 먹거리들을 탐닉한다. 지나치게 불공평하다.

“인류의 반은 배불러 성인병으로 죽고, 반은 배고파 죽는다.”

신약개발은 누구를 위한 축복인가? “순환적인 생태계를 파괴하는, 오직 인간만을 위한 과학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인간은 이미 자정능력을 잃은 듯하다. 유한의 지구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다른 혹성을 꿈꾸는 철저한 이기적 유전자다. 만약 이 별을 떠난다면 도대체 인간은 어떠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고 그 역사와 문화는 어디에 존재해있다는 말인가?

인간의 사고능력과 종교관이 얼마나 빈약하고 천박하면, 144,000명 안의 자기들만의 왕국 속에서, 또 그 숫자 안으로 들어가려고 서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는 신앙(信仰)이 있는가? 가족을 버리고 자신들만 모여서 전염병을 퍼뜨리고도, 도대체 반성할 줄 모르는 이 세상에 전염병 같은 종교가 있는가? 교주는 신도들의 뼈아픈 헌금으로 강가에 별장을 짓고 향락을 즐겨도, 불사(不死)를 한다는 그 헛튼 소리에 보고도 못 본 척 놀아나는가?

저 도저(道底)하게 흘러가는 파란 하늘은 언제까지나 우리가 보고 살 줄 알았지 않는가, 그러나 초미세 먼지까지 횡횡하여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빨래 줄에 빳빳하게 마른 하얀 마른 빨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곳곳에 마스크가 나타났다고 하면 기다랗게 줄이 생기는 기이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거리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창궐하는 전염병과 코로나19로 이제 인류는 급기야 집 안에 갇혀버렸다. 세계는 마스크를 서로 사재기하며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국가 간에서 조금씩 나누어주니 그것만은 살만한 풍경이다. 상대와 2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대화마저 나누기 힘든 급박한 세상으로 내몰리는 작금(昨今)의 시대.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음지식물처럼 햇빛을 피해, 천년 동굴에서 생존한다는 무지랭이처럼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일까?

이 시대의 경고는,

생명윤리 같은 것은 외면한 채 지나친 유전자 변형 등에서 오는,

생명체들의 극한 몸부림은 아닐까?

<오지도보여행가, 전 홍익대 강사, 시인,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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