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절반 사라진다②] 경영합리화 vs 주민 편리성

김남기 기자
  • 입력 2020.04.08 11:19
  • 수정 2020.05.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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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우체국 폐국 현실로 나타나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지난 1월부터 우정사업본부는 경영합리화 방침으로 전국의 우체국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 전국 동네 우체국(6급 이하 직영 우체국) 1352곳 중 절반가량인 677곳(50%)을 줄이기로 목표를 세웠다. ‘창구망 합리화 추진계획’이란 이름으로 축소 첫해인 올해만 경기도와 인천 28곳, 부산 29곳, 충청 25곳, 경북 22곳 등 전국 171곳이 그 대상이 됐다.

(‘망원우체국 지키기 주민모임’ 현수막 108개를 설치, 사진=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제공)

서울지방우정청은 서울에서 4년 이내 96곳, 올해 24곳을 줄이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 임차기간이 만료되는 네 곳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그중 한 곳이 마포구 망원동우체국이다. 코로나 19가 한창인 3월 초 망원우체국 지키기 주민모임’은 ‘망원우체국 사거리’에는 가로수마다 현수막 108개를 걸었다.

현수막에는 주민의 이름과 구호 넣어, 우체국 폐국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경인지방우정청은 앞으로 4년간 경기·인천지역에서 110개(전체 220개) 우체국의 문을 닫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이중 28개는 당장 올해 상반기 내 폐국을 앞두고 있다.

관계자는 "수익을 감소시키는 직영국 폐국은 없을 것이며 별정국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나 법률 개정이 필요해 당장 대책 시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지역본부 노동조합원 우체국 폐국 계획 철회 촉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제공)
(강원지역본부 노동조합원 우체국 폐국 계획 철회 촉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제공)

강원지역본부 노동조합은 "강원도에는 올 상반기에 10개 우체국 폐국을 시작으로 4년에 걸쳐 37개 폐국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인프라 축소에 따른 지역주민 불만 및 이용자 불편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원지역본부는 "공공의 가치를 무시하고 국민의 편의조차 수익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우체국 폐국 계획은 국가가 당연히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 후퇴는 물론 서민금융의 역할 축소와 고령화사회에서 더욱 필요한 금융소외계층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지방우정청은 우체국 13곳 폐국 또는 우편취급국 전환 한다.

노조 관계자는 “도내 우체국의 절반이 사라지면 우정청의 존재 가치도 사라진다”며 “폐국이나 민간위탁에 나설 경우 이에 맞서 노조측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도 올 상반기 22개 폐국을 시작으로 4년에 걸쳐 총 88개의 우체국 폐국을 계획하고 있고, 울릉저동우체국은 합리화 대상 선정기준(1읍면 2국)에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병수 울릉군수는 “대한민국 최동단, 동해 유일의 도서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울릉저동우체국은 영토수호의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관 경북지방우정청장은 "울릉의 섬지역 특수성과 우체국 사무의 공공성을 감안해 울릉저동우체국의 존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이 살린' 옥천 안남우체국

(폐국 위기 옥천 안남우체국 이전 개국 기념식, 사진=옥천군 제공)
(폐국 위기 옥천 안남우체국 이전 개국 기념식, 사진=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 안남우체국은 폐국 위기에 처했다가 주민의 노력과 지자체의 도움 등으로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1962년 사설 별정우체국으로 허가 나 그동안 운영했지만, 지난 2월 사업자의 파산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주민이 살려냈기 때문이다.

별정우체국이 파산하면 문을 닫는 게 상식이지만, 이곳 주민은 똘똘 뭉쳐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을 이뤄냈다.

옥천군에서도 가장 작은 면 지역이어서 공공기관이라곤 면사무소와 경찰 치안센터, 농협 분소, 의용소방대(119안전센터) 정도가 고작인 상황에서 우체국마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주민의 의지를 결집한 덕분이다.

1500명 정도의 면민이 거리에 나서 우체국 존치 서명을 받아 충청지방우정청에 전달하고, 지역 우체국 애용운동을 벌이겠다고 마음도 모았다.

옥천군의 지원사격도 한몫했다. 군은 안남면사무소 사무 공간 일부를 우체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대가없이 내주고 새롭게 단장도 해주었다.

이곳에는 윤미라 안남우체국장과 직원 1명이 상주하며 우편, 금융거래, 택배 등 기존 업무를 처리한다.

김영만 옥천군수는 "민·관 협력을 통해 얼마 전 영동세무서 옥천민원실에 이어 안남우체국도 유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하는 옥천건설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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