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인간 빼고 모든 생명체한테 코로나는 축복이다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4.09 14:13
  • 수정 2023.04.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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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점점 맑아지고, 더욱 조용해지고

(부용천변의 달밤, 하늘이 확연히 맑아졌다, 사진=윤재훈 기자)
(부용천변의 달밤, 하늘이 확연히 맑아졌다, 사진=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요즘에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이 너무 맑고 웬일인지 언제부턴가 잔별들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불빛이 휘황한 도심에서, 벚꽃들 사이로 별이 보이다니! 사라진 동심마저 다시 올라오는 듯하여, 더욱 반갑다.

처음에는 겨울이라 하늘이 청명해서 별이 보이나(?) 했다. 그런데 며칠을 계속 올려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세계의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멈추고, 차량의 행렬이 줄어들고, 지구의 거리에 사람이 사라지니 당연할 귀결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인류가 만들어 내는 지진 같은 소음도 이 지구를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자동차, 지하철, 공장 가동, 과도한 건설 장비들의 남용으로 말이다.’

최근 벨기에의 왕립천문대가 3월 중순 이후 지역 내 지진 소음을 측정해 보니, 세상에나! 30~50%정도 감소되었다고 한다. ‘반이 줄어들었다.’ 지구는 이런 적이 없었다. 그것을 조그만 바이러스가 해낸 것이다.

(2019년 1월 동아시아 위성사진, ESA Nitrogen dioxide emissions over China 동영상 캡쳐)
(2019년 1월 동아시아 위성사진, ESA Nitrogen dioxide emissions over China 동영상 캡쳐)
(2020년 2월 동아시아 위성사진, ESA Nitrogen dioxide emissions over China 동영상 캡쳐)
(2020년 2월 동아시아 위성사진, ESA Nitrogen dioxide emissions over China 동영상 캡쳐)

놀라운 변화는 땅 속 밑에서 뿐만이 아니라 하늘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달 유럽 우주국 ESA의 코페르니쿠스센티넬-5(Copernicus Sentinel-5)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셰계의 오염도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인류의 활동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된 것이다. 또한 개미와 쥐들처럼, 우리도 잃어버렸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내는 능력’까지 향상되고 있었다.

“우리에게 어느 길이 더 유용할까?”

담박에 공해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자연(自然)은, 원래 그러하였다. 단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출현해 극한의 파괴와 오염을 저질렀을 뿐이다. 자연에 엄청난 위해(危害)를 가했던 것이다.

허리케인, 지진, 라니뇨, 극지의 수천 년 쌓여있던 얼음 산맥을 인간들이 무너뜨리니, 백곰들이 동족포식(同族捕食)을 하고, 바다 수위가 올라가 섬들이 가라앉고. 한쪽에서는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고 사막은 늘어나고….

경제라는 달콤한 당의정에 정신이 팔려, 여태 자연과 인간을 둘로 나누어 파괴만 일삼았던 것이다. 그러니 지구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플래스틱이라도 먹고 살겠다는 듯이 수많은 <일회용품과 세재, 자동차와 공장에서의 공해물질, 대책 없는 쓰레기> 등만 버려왔던 것이다. 그때마다 지구는 비명을 질렀지만 우리는 모른 척 했던 것이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거기에 이 세상에 네 다리가 달린 것은, 책상 빼고는 다 보신제라고 잡식했다. 그러니 지구의 생명체들은 더 이상의 피신처를 구할 수가 없었다. 천 년 동굴 속에서 잠자던 것들까지 다 끌어내 잡아먹었던 것이다.

하늘 구멍이 터져 자외선이 대책 없이 쏟아져 동물들의 피부에 암덩어리를 유발하고, 지구를 다 덮을 듯한 콘크리트 물결과 거기서 나온 복사열로 지구는 더욱 뜨거워졌다. 심지어 빌딩들 사이로 바람이 길을 잃어 해운데 시가지로는 난데없는 강풍까지 밀어 닥쳤다. 자연이 철저하게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바이러스들도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나날이 변신을 하고, 더욱 강해진 것이다. 급기야 인간을 집안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강제하지 않으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그 ‘오만하고 가증스러운 말’들 때문에 더욱 날뛰었던 것이다.

“이 잠깐의 순간에, 인류는 ‘도대체’, 지구에 무슨 위해(危害)를 가할 것일까?”

어느 댓글을 보니 “인간 빼고 모든 생명체한테 코로나 바이러스는 축복이다”, “인간 말고 모든 생명체는 다 좋다”라는 말들이, 우리 인류가 어느 길로 가야할지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지구가 점점 맑아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가 지구 생태계를 자정시키는 것 같은데. 조그만 바이러스 앞에 이성을 잃고 경제만 쫒아가던 인류의 정책들이 변하니, ‘지구는 점점 더 조용해지고.’

‘환경과 건강’을 위해 차를 팔아버리고, 자전거나 도보로 걸어가는 강변 꽃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바람이 내 볼을 스쳐가는 향기가 다르다. 꽃나무들이 일제히 벙글어, 부는 바람에 온 몸을 흔든다. 호(好?)시절이라고, 공기가 맑아지니 살 맛 난다고.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과 달빛을 바라보며 모처럼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아름다운 자연과 푸르른 세상에 감사하며.

이제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반드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환경과 인간은 일심동체(一心同體), 하나라는 인식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연에 대한 ‘극한의 환경파괴와 오염의 질주’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인류의 패러다임은 ‘질병’이 바꿨다.”
-도올

거기에 ‘1년 이하의 구속이나 1000만원 벌금’이라는 강제성이 쓴 약이 될 것이다. 인류는 변해야 한다. 코로나가 주는 가르침으로, 인류가 이 지구에서 사멸하기 전에.

봄이 점점 깊어가고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귓속이 더욱 맑아지는 것 같다. 코로나가 보여주는 자연의 섭리(攝理)는 놀랍도록 섬세하며 지혜롭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는 인간을 완전히 버리려고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번에 경고로 그 질주를 멈출 수 있기를 가이아도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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