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400리 밖에서, 30년 만에 히말라야가 보이다니.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4.16 16:24
  • 수정 2020.07.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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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가는 길에 만난 얼음산, 촬영=윤재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가는 길에 만난 얼음산,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10여 년 전 인도의 수도 뉴델리 거리를 거닐 때가 생각이 난다. 서울거리를 거닐다 온 사람인데도, 그 거리는 도저히 거닐 수가 없었다. 넓은 도로에 거북이 걸음의 자동차와 매연, 경적소리, 그 틈새를 요행히 끼여 가는 사람들의 소음, 거기다 40도 가까운 불볕더위, 이건 여행을 온 게 아니라, 어디 극기 훈련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거기에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작은 오토바이 택시들과 개인용 오토바이, 사람들까지 뒤엉켜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연상시켰다. 단 1분도 그 거리에 서 있기가 싫어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가끔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도 내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국가 봉쇄령이 내려진 후, 400리 떨어진 인도 펀자브에서 그것도, 30년 만에 히말라야 얼음산이 보인다니, 현지인들도 놀라고 잊어버렸던 고향을 본 듯하다니.

히말라야를 오르기 위해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산등성이를 구불거리며 갔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산맥에 약간만 경사가 나오면 버스는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세계의 폐차들이 다 이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앞차가 언덕을 오르기 위해 엑셀을 밟으면 시커먼 매연 때문에 한참동안 앞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다가 매연이 어느 정도 거친 후에 차는 출발했다. 우리들의 뒷 차도 그러했으리라. 버스가 이정도니 트럭들은 어떠하겠는가? 모퉁이를 도니 버스가 계곡에 빠져 1자로 서있었다. 곳곳에서는 비닐을 태우고 있었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파핑', 타르쵸 속의 히말라야, 촬영=윤재훈)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파핑', 타르쵸 속의 히말라야, 촬영=윤재훈)

히말라야가 보이다니, 그것도 400리 밖에서, 세계의 지붕이 보이다니, 이곳 사람들에게도 30년 전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포카라에서 보았던 페와 호수의 푸른 빛, 파핑이라는 고산도시에서 스님과 원불교 교무님들과 마치 첫 정처럼 보았던 히말라야 얼음 산맥, 그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떠나니, 지중해에 고래가 돌아왔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불과 20만 년 전, 단지 0,004%의 기간만 존재해 왔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인류는 도대체 이 지구에 무슨 위해(危害)를 가했을까‘

 

수많은 댓글들을 본다.
“지구의 코로나는 인간이었네.”
“지구의 바이러스는 다름 아닌, 우리였네”

인간의 삶의 방식이 매연과 오염만을 양산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생명체들에게 ‘지진 진동’까지 만들어 공해를 유발하며 잠 못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귀에도 작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잔별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지하철, 공장의 소음, 건설장비들의 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던, 잊어버렸던 소리들,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다.

(사진=신화/뉴시스)
(사진=신화/뉴시스)

멋진 부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도덕적 의무)’의 대명사인 빌 게이츠, 그는 2018년에도
“나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 세금 더 가져가라니!”, 부자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본다.
“우리도 이런 부자 한 분 갖고 싶다.”, 아니 모시고 싶다. 섹스와 비리, 정치 시녀, 중소기업들 협박, 기술 도둑, 허울 좋은 상생과 동반성장, 돈벌레, 승계…“, 이런 재벌들 말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그런 구조 말고, EBS TV를 보니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15% 정도의 지능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영양결핍‘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이 얼마나 불평등한 구조인가.

빌게이츠는 다시 한 번 우리 인류에게 경고했다. 코로나19는 겨우 “전염병 대유행의 서막“인지도 모른다고,
“과거에 핵전쟁이 가장 큰 위험이었다면, 지금은 전염병이 가장 두려운 재난이다”
“지구가 아프다, 화장실 휴지가 선반에서 사라지는 속도를 보는 것처럼, 긴급하게 사라지는 산림 벌체 속도를 봐야한다. ‘우리의 집이 아프기 때문에 우리가 아픕니다.’”
그 각성(覺醒)을 깊이 새기면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인공위성에서 바라 본 지구는 확연하게 맑아지고 있다.”
“단 며칠 동안에, 이렇게 맑아질 수 있다니, 하늘에 잔별들까지 보이다니, 숨쉬기가 이렇게 편하다니”
이 세상의 모든 경제는 생존 후에 있을 것이다. 두 눈으로 보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무슨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 또 다시 아무런 대책 없이, 공장의 문을 열 것인가. ‘또 다시’ 과거처럼 돌아갈 것인가, 시간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빌게이츠의 말을 한 번 더 되새긴다. 제 2의, 제 3의 더 강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서야, 슈퍼 바이러스의 창궐을 받고서야, ‘오염과 파괴, 유전자 변이 같은 광란’을 멈출 것인가?
‘무지한 만물의 영장’은 골리앗 같은 공룡들의 대멸종 같이, 자신의 터전마저 철저하게 파괴시킨 지구상 ‘가장 무지(無智)한 생명종’으로 화석화 될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다.”라는 <키신저>의 지적처럼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던 뉴델리도, 최근 공기질 지수가 이례적으로 ‘좋음’과 보통을 오간다.
미세먼지 농도는 예년보다 57% 가량, 절반 이상이나 엄청나게 개선됐다”

CNN의 뉴스판에 매일 공기질 지수가 “좋음”이 뜨다가, 어느 날 그것마저 식상해 사라지는 그런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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