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모작 시간여행②] 종교간의 대화, 예술의 만남_‘코리안 아쉬람’ 대표 이명권 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4.26 23:23
  • 수정 2021.06.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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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간의 대화, 예술인의 만남'

코리안 아쉬람 대표 이명권 2

때로는 ‘창조적 소수’가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혜화동 성당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혜화동 성당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한국 종교는 부정적 측면에 그 파급력이 더 큰 것 같다. 내가 보기에 한국 종교 90% 이상이 물신주의와 권위주의와 독단과 폐쇄성, 배타주의에 갇혀있다. 대략 10%, 열 명 중에 한 명이라도, 그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가 깊게 생각해 볼 시점에 온 것 같다.”
“토인비가 말한 것처럼 때로는 ‘창조적 소수’가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로 바꾸기도 한다.’ 예수가 마이너리티한 사람이고 그 시대 유대의 기득권자였던 종교지도자들은 로마의 권력과 결탁하여 민중들을 압제하였지만, 예수는 끝까지 비폭력 저항을 이어갔으며 그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엄청난 억압 구조 속에서 갈릴리 민중에게 복음을 주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하나의 몸부림이 정치범으로까지 몰려 처형이라는 극단의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
오늘날도 아주 소수의 각성된 리더가 횃불을 들고 나선다 하더라도 물질적 자본주의와 돈의 구조 속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다윗이 뭇매돌을 던져 골리앗을 처단해야 하는 형국이 된 지경이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이야기는 그의 입장에서도 약간은 망설여지기도 할 것인데, 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혜화동 성당에 이남규 루카 교수가 1980년과 1989년에 걸쳐 유리창에 제작. 사진=윤재훈 기자)
(혜화동 성당에 이남규 루카 교수가 1980년과 1989년에 걸쳐 유리창에 제작. 사진=윤재훈 기자)

“제가 느끼는 인식으로 민감한 부분이기도 한데, 예수는 두 가지 각도로 말할 수 있다.

‘구세주의 측면의 예수’, 보수 기독교인들이 ‘교리를 믿고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측면과, 또 한 면은 일본인 <다가와>의 절판된 저서이지만,『사나이 예수』, 역사적 예수, 우리와 똑같이 오줌 누고 똥 싸고, 피 흘리고 눈물 흘리는 ‘예수의 인간적인 측면’이다.

그리스도 적인 면이 아니라 예수에 대해 포커스를 둔 작품, 그리스도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메시아’ 이것은 구원론 적인 것이라면, 더 중요한 것은 예수, 나사렛 예수, 역사적 예수,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하나님 나라를 외치고 죽었다는 예수이다.

그럼 하나님 나라가 무엇이냐? 마가복음 첫 장이 “회계하라, 천국이 가까워졌느리라”의 첫 일성이다. ‘회개하라’, 방향을 전환하라는 말이거든요, 기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라는 말, 기존의 질서는 이미 세속화된 질서, 이것 가지고는 구원도 희망도 없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진다. 누구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 고통과 질병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신화적인 차원에서 예수가 꿈꾼 것은 ‘원시공동체’, ‘유무상통(有無相通)’이다. 그런 것들이 통용될 수 있는 공동체, “새로운 질서의 나라, 새 술은 새 부대에“가 절실하다.”

(북한산 영추사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북한산 영추사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신학자이지만 그의 불교관 역시 명쾌하며, “샹가적(僧伽Sangha)”이고 “코이노니아(Koinonia=Society)”하다.

“불교는 결국 ‘해탈’을 꿈꾼다. ‘부처는 자신의 윤회를 믿지 않았다’ 그것은 후세에 대승불교에서 가져온 이야기다. 결국 부처도 ‘내세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고 침묵한 것이고 죽음 이후도 말하지 않았다.

80을 넘긴 석존이 임종을 앞두고 아난다 (아난)의 절실한 질문에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장아함경』에 나오는 경구로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하여 남을 의지처로 삼지 말 것이며,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하여 남을 의지처로 삼지 말라』는 뜻이다.“

“인연(因緣), 무자성(無自性), 공(空), 일체개공, 오온개공, 제법무아, 팔정도, 육바라밀 등이 불교의 핵심사상 아닌가. 그 다음에 인식론, 유심론, 화엄, 법장, 천태, 나아가 정견(正見), ‘바로 본다’의 근본 바탕이 바로 견성성불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종교상은 세계적인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내거는 이상 ‘사랑, 자비, 평화’가 ‘내 안에서 시작하여 이웃과 더불어 상생과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

"불교도 세 가지 보물, <불, 법, 승> 아닌가, 승(僧)은 샹가이며 샹가는 커뮤니티이다. 이 안에는 평등이다. 샹가는 평등공동체이다. 베드로도 무식했지만 평등했다. 예수의 가르침이든 석가의 가르침이듬 오리지널 메시지에 충실해서 ‘공동체적인 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 샹가적(커뮤니티)인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 그것이 ‘예수공동체, 코이노니아, 친교’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움 나눔, 사귐>을 하는 것도 바로 사귐은 코이노니아, 샹가이다. 사실 여기서 모이는 것이 샹가 정신의 구현, 커뮤니티 정신의 구현이라고 본다."

 

(자신이 만든 악기인 「현소」를 불고 있는 아쉬람 회원, 단소는 구멍이 5개인데, 이것은 7개이다. 사진=윤재훈 기자)
(자신이 만든 악기인 「현소」를 불고 있는 아쉬람 회원, 단소는 구멍이 5개인데, 이것은 7개이다. 사진=윤재훈 기자)

코리안아쉬람의 미래상에 대해서 묻자 그는 이렇게 풀어냈다. 큰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평생 화두 하나를 물고 살아왔다고 한다. 노자의 도덕경 35장의 “집대상 천하왕執大象, 天下往”인데, “큰 상을 잡으면 내가 천하를 나갈 것이다.”, “큰 상을 잡으면 천하가 내게 올 것이다, 라고.

하나의 큰 이상, 그는 그것을 ‘비움’으로 생각하였다. 비움, 불필요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 사람이 욕망이 없이 살 수 없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욕망을 거둬버리고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비우다 보면 나누고, 나누다 보면 사귀게 된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산이나 밭이나 그런 것이 생겨 아쉬람 회원들이 공동경작, 공동생산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농촌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같이 사는 것이다, 라고 했다.

(올 봄 이사 와서 입구에 심었다는 소박한 봄꽃들, 주인의 심성을 닮았다. 사진=윤재훈 기자)
(올 봄 이사 와서 입구에 심었다는 소박한 봄꽃들, 주인의 심성을 닮았다. 사진=윤재훈 기자)

그의 좌우명은, ‘언제나 즐겁게 살아라’이라고 한다. 또한 누군가 도를 묻는다면 ‘허락지도(虛樂之道)’라고 한단다. 안빈낙도와 비슷한 것 같지만, 모든 세계 경전의 키워드는 언제나 ‘허(虛)’라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인간은 언제나 욕망의 포로가 되고 만다고 한다.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내려온다
부지런히 흘러가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커다한 고대광실에서 나를 바라보니
저녁에는 슬프게도 백발이 되었구나…

-이백

두보를 시성(詩聖)이라하고 이백을 시선(詩仙)이라하는데,
월하독작(月下獨酌)을 보면 영락없이 그러하다.

이명권씨도 65세부터 본격적인 이모작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한다. 아쉬람은 계속 운영하겠지만, 가급적 ‘오래된 미래’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디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평생 도시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농사가 어디 쉬울까, 적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후배들에게도 일모작은 현장에서 충실하게 이루어나가고 이모작은 가급적 귀농, 귀촌을 해서 시골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산천경계가 좋은 자연이 최고인 것 같다고 그가 힘주어 말한다.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요즘은 산 속에서도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이니까요. 그런데 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처럼 서로 외롭다 보니까, 가끔씩 이렇게 모여서 살아온 역사를 이야기하고 나눔의 꿈도 함께 키워보자는 것이지요.“

그에 대한 답구로 필자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안도현의 시에서도 “산그늘도 외로우니까, 저녁이면 사람의 마을로 내려온다.”라고.

(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마지막으로 건강한 몸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의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 사태를 보듯이 인간의 지나친 환경파괴와 잡식성이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그래서 인간이 자연과 환경에 대해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역시 ‘자연도 가만히 있지 않는구나’라고. 이번 시기에 전 인류가 환경에 저지른 죄에 대해,

“매타노리아Metanoia, 회개하지 않으면, 돌이키지 않으며, 방향전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 마지막 단도리까지 쳐 주는 것 같았다. 현대인들은 넘치는 풍요 속에서 너무 과도한 소비에 질주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 가장 큰 폐단이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게 만들고, 광고에 현혹 되어 불필요한 것을 자꾸 사게 만드는 구조라고 했다.

“사람들이 우민화(愚民化) 되는 거죠. 끊임없이 아귀처럼 생산하게 만들고, 자연과 산림을 황폐시키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현재의 구조를 멈추라는 경고입니다.
자연이 몸살이 내어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내보내어, 끊임없이 ‘빨간 불을 켜는 것’입니다.
멈춰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인류가 살 수 있습니다.”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입니다.”

핵은 큰소리만 치고 서로 눈치를 보며 으르렁거리기만 하지. 못 쏩니다, 같이 공멸하니까요.

이곳은 현재 매주 일요일 3시부터 <종교간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시간 나신 분들은 오전 10시쯤 모여 뒤에 있는 북한산 산행을 하고 3시부터 차담(茶談)과 명상이 진행되며 대화로 이어나가는데,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혹 놓치신 분들을 위해 이번에 <코리안아쉬람 유튜브 TV>까지 개국하였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코리아아쉬람 회원. 사진=윤재훈 기자)
(코리안아쉬람 회원. 사진=윤재훈 기자)

이 눈부신 `봄날
어디로 갈거나
세상의 꽃들을 다
한자리로 불렀는데
코로나의 유령은
흉흉하기만 하다
인간들이 철저하게 망쳐놓은
자연 앞에
새들의 날개짓만
더 자유롭다

꽃나무마다 불이 붙어
천지가 붉는데
송이송이 발기하여
진저리친다
-북한산에서/윤재훈

몇 사람이 어울려 돌아갈 줄 모르고 석양이 넘어갈 때까지 다담을 하고 명상을 하니, 방 안에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사람의 삶에도 향기가 날 수 있을까.”

백송고와 고양예술교 송용운 이사장이 어떻게 이런 마음을 내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들어보았다.

“옆에서 지켜보니 <코리안아쉬람>이 종교 간의 화합과 평화, 통일, 예술 운동 등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 그 가치를 함께 나누는 것이 시대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저는 평생 ‘평범함 속에 의리’를 아주 중요시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맘 좋은 아저씨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도 시대적으로 어려운 세상들을 거칠게 거쳐오다 보니 어려움을 잘 안다. 또한 나는 젊은 날부터 운동을 많이 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필드하키을 했으며 <필드하키 세계협회 시니어연맹>에서 8년 동안 그랜드 마스터 회장까지 했으며, 그 시절에 호주 친구가 사무총장을 했다. 지금도 운동장에 나오기만 하면 기분이 좋고 보람이 있다.”

또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평생 일해 온 것에 대한 그 노하우를 살리는 것이 좋다. 그 이모작에는 돈이 꼭 중요한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마누라 옆에서 빌빌대고 있으면 안된다. 사람 폐인 되기 딱 좋다.

“제 2의 인생은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야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꼭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친 김에 잠시 학교자랑도 들어보았다.

“백송고등학교는 약 50년의 역사가 되었으며 처음 여학교로 시작하여 지금은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고양시는 대학유치와 ‘문화 예술의 도시’로 꾸며보고 싶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있었는데 인연이 되어 예술고를 만들었다. 지금은 옛날 터에서 옮겨와 이렇게 더 규모가 되었으며 그 역사는 15년 되었다.

제가 교감 교장을 거쳐 47년 동안 정열을 쏟은 곳입니다. 지역민들이 많이 협조해주고 도와주시니 보람을 느끼며, 경기북부지역에 한 개뿐인 우리 예술고등학교가 더욱 멋진 학교로 거듭나는 것이 요즘 제가 꾸고 있는 꿈입니다.전국에 28개의 예술학교가 있는데 이렇게 크라식하게 운영되는 학교 중에 저희 학교가 역사는 짧지만, 6번째라는 지명도를 받고 있습니다.“

(우인재,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이라는 가호를 쓰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
(우인재,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이라는 가호를 쓰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

<코리안아쉬람> 사랑방, 우인재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낙서하는 여자’로 알려진 국전초대작가 소엽 신정균씨. 그녀는 서예가로서 커다란 붓을 잡고 일필휘지(一筆揮之) 하더니, 언제부턴가 하이꾸 같은 ‘약글’에 빠져 산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리고 이화대학교 시니어 모델반의 무대복에 약글을 써 발표회에 참여하고, 작년 말에 ‘약글 어때’라는 책까지 내셨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새순이다.”, “봄날은 또 온다” 등 마음으로 들어오는 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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