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코로나 이후의 세상…탄소 발자국을 안 남기는 삶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5.01 19:48
  • 수정 2020.07.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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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

(부용천의 오리부부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부용천의 오리부부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우리 집 수챗구멍 아래에서 금붕어가 헤엄치고 노는 그런 로망을 꿈꾼 적이 있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내가 사는 의정부의 도심을 흐르는 부용천이 몰라보게 맑아졌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사는 것은 물론이고 천둥오리, 백로, 가마우지 등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새떼들이 찾아온다. 가끔은 갈매기 한 마리가 이곳까지 와서 먹이사냥을 하다가 돌아간다.

한강에서 산란하기 위해 잉어 떼들이 올라오고, 천둥오리는 아예 텃새가 되었다. 우리나라 도심의 강들이 몇 십 년 사이 유난히 맑아졌다. 지자체에 환경에 대한 인식이 있는 장(長)들이 있는 곳들은 더욱 그러한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어린 시절도 그러했었다. 사립 너머로 실개천이 흘러가고 굴풋한 저녁나절 쌀뜨물 잠시 일렁거리면, 물고기들은 그 부유물을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낮이면 개구쟁이들은 종일 그 강변에 모여 장난을 치거나 물수제비를 날렸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앉아 자잘한 풀꽃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이면 그 속에 달이 빠져 우리의 동심을 키웠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윤동주 / 별 헤는 밤

그러나 갈수록 그런 강들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사람들이 쓰는 세제의 양이 갈수록 많아지고 세제회사들은 더욱 독한 제품들들 만들어 낸다. 세제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빨래줄 옆을 지나가거나 경전철 같은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면, 옷과 머리칼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눈이 따갑고 숨쉬기가 버겁다. 그런 옷을 입은 연약한 아이들의 피부에서는 두드러기가 나는 <병든 집 증후군>이 된다.

(슈퍼마켓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슈퍼마켓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그런데 우리 옆집에 이상한 사람이 산다. 그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 이십여 년이 넘도록 부엌에 퐁퐁이 없으며, 목욕탕에서 샴푸와 비누도 쓰지 않는다. 매일 샤워를 하는 현대인들은 굳이 쓰지 않아도 깨끗하며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그것도 습관이 된단다.

그는 비닐도 쓰지 않으며 일회용품도 쓰지 않는다. 어쩌다 슈퍼 등에서 받게 된다면 반드시 재활용을 하거나 깨끗하게 모아서 시장 상인에게 같다준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삶의 목표란다.’ 정수기 옆에 서는가 싶더니 가방에서 개인 컵을 꺼내 물을 마신다. 심지어 치약도 땅을 오염 시킨다고 쓰지 않고 소금을 쓴다.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삶”

“이 지구상에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생활”

내가 하루 종일 버리는 쓰레기와 오염의 양은 얼마나 되며, 그것을 한 달 정도 쌓는다면 얼마나 될까? 태평양에는 바다를 떠도는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있다. 그 크기가 무려 ‘대한민국의 14배 정도’라니, 상상이 안간다. 전부 ‘우리가 버린 것들이며 무게가 8만t이나 된다.’ 그 청정바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근처에 사는 물고기들은 전부 여기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 가고 있다. 1950년부터 10년 마다 10배씩 증가하는 무서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두렵다, 인간의 생활패턴이.’

‘자신이 사는 터전을 이렇게 철저하게 망쳐 버리는 동물(動物)이 또 있을까?“ 어느 바닷가에나 스치로품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들이 매일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

‘누가 버린 것일까?’

(카스피 해 연안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바닷가, 물 반 기름 반, 파도가 칠 때마다 기름이 줄줄 흘러내린다. 사진=윤재훈 기자)
(카스피 해 연안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바닷가, 물 반 기름 반, 파도가 칠 때마다 기름이 줄줄 흘러내린다. 사진=윤재훈 기자)

나는 카스피 해의 연안도시 아제르바이잔을 갔을 때, 인류의 환경에 대한 무지(無知)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연안 바다는 기름 반 물 반이었다. 바위에는 파도가 칠 때마다 기름이 줄줄 흘러내렸다.

여름밤 사람들은 그 해안에 나와 더위를 시켰고, 도심에는 이 도시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세 개의 빌딩 유리창에서 밤마다 문명의 상징(?)처럼 석유 불꽃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다 속은 괜찮은가? 우리는 이미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을 매일 다시 먹는 살풍경(殺風景)을 재현하고 산다.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도심의 상징 3개의 빌딩, 거대한 석유불꽃들이 타오르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도심의 상징 3개의 빌딩, 거대한 석유불꽃들이 타오르고 있다. 사진=윤재훈 기자)

그가 환경에 관심에 가지게 된 것은 20여 년 전쯤, 우연히 본 SBS <환경의 역습>이라는 프로였다고 한다.

‘우리가 비누로 머리를 감은 한 세숫대야의 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들려면 10드럼의 물이 필요한데,

샴푸로 감은 물은 약 100드럼의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내가 매일 이렇게 끔찍하게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었다니.’ 이후 샴푸와 퐁퐁을 쓰지 않는단다. 며칠 지나니 점점 비누도 쓰지 않게 되었고, 막상 쓰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더란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고, 습관을 들이기 나름이다.”

그러게 하고 보니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자연 앞에 떳떳하며 죄를 짓지 않고 사는 느낌이 들더란다. 겨울에는 실내에서 내복을 입어 온도를 낮추니 아토피나 비염이 없어지고, 집안 공기 질은 더 쾌적해 지더란다.

화장지 대신 손수건을 생활화 하고, 화장실에서는 옛 동남아인들의 전통처럼 물로 해결했단다. 그렇게 하니 매일 자신의 건강 체크도 할 수 있었으며 더 깨끗하고, 환경과도 상생하는 좋은 습관이 되더란다.

“환경과 나는 둘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세제를 많이 먹는 민족”이라고 한다. 일 년에 소주 두 잔 이상을 마신다고 하니,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렇게 퐁퐁을 많이 먹일까? ‘매일 가족들이 먹는 식기인데 뭐가 그렇게 더럽다고’

(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우리가 세제를 쓰면, ‘시간과 물’도 훨씬 더 많이 소비된다.‘

아무리 맑은 물로 서너 번씩 씻어도 세제는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고, 특히나 행주, 주걱 등 나무들은 더하다. ‘물도 훨씬 많이 낭비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거기에 가족들의 건강까지 해친다.

‘환경이 비명을 지른다.’

‘자연은 아끼는 사람만이 그 안에 들 자격이 있다.’

해마다 이상기후가 몰려오고, 아프리카지역에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메뚜기 떼가 몰려와 농작물의 흔적까지 말려버린다고 한다. 사스가, 메르스가, 독감이 몰려와 매년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고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에게 많은 경종을 울리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우리는 환경과 생존을 동일시하며 ‘줄이고,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옆집 사람의 삶에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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