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⑲] 100을 위한 변명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0.07.01 14:27
  • 수정 2020.07.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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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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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유독 100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맨날 70점 받아온 아이가 어쩌다 100점을 받아오면 부모는 좋아라 하면서도 꼭 뒤끝에는 "너네 반 아이 몇 명이나 100점 받았어?"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100점을 독점하고픈 인간의 심리라고나 해야 하나? 대체 100점이 뭐라고 100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왜 끝이 없을까?

한자로 일백百은 흰白 위에 한 일(一)자를 가로로 그은 형상이다. 하얀 백(白)은 공(空)이면서 동시에 충만을 예비하는 절대적인 색깔이기도 하다. 그 백지 위에 일구월심 일편단심 바라고 바라는 것을 빌고 또 빌어 이루는 기간을, 한자문화권에서는 100일로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100일 중 꼭 마지막 하루를 못 채워서 파토난 일이 전설로 묘사되는 예는 꽤 많다.

고향에 있는 무위사(無爲寺)라는 조그만 사찰 벽화에도 안타까운 전설이 서려 있다. 화공(畵工)이 큰 새(봉황?)로 변신하여 붓을 물고 벽에 그림을 그리다가 100일 약속을 어기고 99일째에 스님이 엿보는 문틈으로 그 새가 날아가 버렸다고 전해진다. 미완성의 불화(佛畵)가 대한민국 국보 13호라니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때로는 99가 운명의 숫자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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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한 번 핀다는 꽃에 관한 사연도 흥미롭다. 설마 딱 100년이겠는가만, 그만큼 귀하고 큰 행운을 가져다 줄 길조로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작년에 시골집 마당가에 심은 고구마순에 100년 만에 핀다는 고구마꽃이 여러 송이 피었었다. 그래서 바로 고구마꽃 사진을 SNS상에 포스팅하여 많은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환호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로또 구매'에 대한 불가역적인(irresistible) 부추김을 나는 왜 외면했을까?

고구마꽃아, 미안하다. 고구마꽃, 너의 살가운 개화의 깊은 뜻을 헤아릴 길이 없으니 어찌하랴...

새삼스레 숫자 100을 다른 쪽에서 바라보니 001, 딱 1만 남는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100을 향하여 1부터 다시 시작!

 

고구마꽃 / 사진=윤창식
고구마꽃 / 사진=윤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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