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그레이] "짜이찌엔 꼰대! 라떼는 마시지 말자" (2)

허희재 기자
  • 입력 2020.07.03 11:47
  • 수정 2021.06.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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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은 나는 걸러진 요만큼이지, 과거의 회장님·임원이 아니다"
"난 봄 부자야! 난 이미 60개 봄을 가졌고 또 하나를 쌓아 둔거야"

 

(촬영=이모작뉴스 허희재)
('그레이트 그레이' 지성언씨, 촬영=이모작뉴스 허희재)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그런데 돈까지…"

  인생 후반전 소비만이 아닌 쓸모있는 아웃풋을 생산할 수 있는 일을 겸해야 한다 했다, 어떤 의미인지.

  인생의 후반은 소비와 가치가 같이 가야 한다, 하지만 아웃풋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차이나다도 어찌보면 재능기부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중국 비즈니스와 중국어도 내노라 하니까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장 인거다. 중국에 있을때 아내가 한국 돌아가선 뭐 할거냐 물으면 '중국어 가르치지. 대학이든, 문화센터에서든 가르칠꺼야' 했는데 차이나다 처럼 멋진 놀이터가 있는 줄 몰랐다. 대학교수처럼 진부하지도 않고 아주 팬시하다. 온오프라인으로 직접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강연도 하고 그런데 돈까지 주니 너무 좋다. 나는 이것을 아웃풋이 아니라 인생 2막의 방향성으로 생각 한건데 그게 아웃풋까지 가져다 주는 결과가 된거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다면 언제인지.

  학창시절 힘들었던 일,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 고마웠던 사람들 얘기도 책에 썼다. 나도 무너졌던 적이 있고 힘들었던 적이 있던 독자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대학시절 중태하고 재입학 하기도 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다 기술하지는 않았다. 안 힘들었던 사람이 어디 있나. 직장생활하면서 실적에 쪼일때 승진 연한이 왔을때 계속 힘들었다. 직장생활이 코끼리 등에 있다고 안전하기는 하지만 힘들긴 매한가지다. 훨씬 더 힘들다, 엄청난 경쟁속에 있으니까. 중국통이 되기까지 홍콩으로 갔다가 베이징으로 갔다가 광저우로 갔다가 상하이로 갔다가, 상하이에 한국 브랜드 첫 런칭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실적이 인격인데 실적이 안나올 때도 있고 생각대로 안될 때도 있고 누구나 그런 힘듦이 있지지 않았나.
그래도 다 지나고 나니까 그 시절이 나름대로 아름다웠고 즐거웠다 세뇌를 했던것 같다.

(차이나다 창업자 김선우 대표와 지성언 공동대표, 사진=great_grey인스타그램)
(차이나다 창업자 김선우 대표와 지성언 공동대표, 사진=great_grey인스타그램)

"현재 나는 걸러진 요만큼이지 과거의 회장님, 임원이 아니다"

 젊은층에게 지금이 있기까지의 힘들었던 때를 얘기하는 교훈적인 '라떼 타임'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건 친구들하고 있을 때만 얘기하면 될 것 같다. 아주 힘들었던 기억은 정말로 기억에서 지웠졌다. 오늘과 내일을 보기도 바쁜데 굳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사는 것은 소중한 오늘이고 중요한 것은 내일이다. 난 굳이 라떼는 안마셨으면 좋겠다. 내가 한번 해봤는데 전혀 호응이 없더라. 젊은 층은 호흡이 다르다. 나는 긴 호흡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들은 가쁜 숨을 헥헥 거리더라. 내 말이 그들 귀에 닿지 않는다. 내가 오히려 호흡을 빨리하고 헐떡거려 보면 좀 통하더라.
차아니다 출근해서 첫 미팅부터 바로 납짝 엎드렸다. 회의를 들어가니 그들은 얄상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는데 난 작은 수첩에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라고 여긴 몽블랑을 들고 갔으니. 특히 은퇴자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과거에 내가 가졌던 핵우산 속 파워를 가지고 뭔가 하려 하면 역효과다. 미래와 젊은 세대와 살아가는데 쓸모있는 경력을 골라내서 현재라는 스크린으로 걸러내고 남은 것을 가지고 뭔가를 해야 한다. 현재 남은 나는 걸러진 요만큼이지 과거의 회장님, 임원이 아니다.

(사진=great_grey 인스타그램)
(사진=great_grey 인스타그램)

  과거의 힘듦을 잊게 한 '초긍적마인드 스위치'는 무엇인가

  누구나 몸에 장착되어 있다, 안써서 그렇지. 작년 봄에 지해범 조선일보 대기자가 페이스북에 버드나무가 촤악 늘어진 사진을 올렸더라. 그친구가 '나는 오늘도 봄 하나를 빼어 먹었다'라고 썼다. 곶간에 남은 봄을 본 것이다. 헉! 감동이 오면서도 웃픈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오늘 곶간에 봄 하나를 쌓아 놓았다. 난 봄 부자야. 난 60개 봄을 가졌고 또 하나를 쌓아 둔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어떠냐'고 댓글을 달았다. 나는 그 사람의 초긍마 스위치를 건드리고 싶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생각해봐, 달라지지 않았나. 누구나 초긍마를 가졌으니 내가 건드려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슴 뛰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새로운 도전은 다 가슴이 뛴다. 그 가슴 뛰는 일이 대단한 것이 아니고 작은 것에서 조그만 성취면 된다. 과거에는 그게 힘들었다. 목표가 너무 원대했기 때문에 가슴 뛸 시간조차 없고 힘들었다. 망하거나 실패하거나 그만 두거나 이루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아주 작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늘이 기타 연습 10일째면 11일째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은퇴 이후 가슴 뛰는 일이란 내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매일매일 가슴이 뛸수도 있고 전혀 가슴이 안뛰고 살아갈 수도 있을것 같다. 최근에는 나에겐 그런 작은 도전들, 틱톡크리에이터 선발되어 홍보영상도 찍었고. 그게 강남역에 걸리고 그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나의 성적표 같은 느낌이었다. 유튜브를 가끔 보면서 이것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 가슴 뛰고 즐거운 시간이다.
또 은퇴후 하고 싶은 디지펀아트(디지털기기를 통해 재미있게 즐기는 예술)가 있는데 아직 실천에 못 옮겼다. 어제 친구들 카톡방에 '세계100대 디지펀 아티스트'에 친구 안승준(전 앰버서더호텔 부회장)이 들어갔더라. 속으로 부럽더라, 내가 잊고 있었구나 빨리 도전해 봐야지.

(사진=great_grey 인스타그램)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50플러스인 동년배들에게 행복한 후반전을 보내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 할 수 있는 것을 뽑아 조언을 한다면

  나를 재정의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놈인가. 우리는 그동안 내가 누구인가를 열심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은퇴 전에는 나보다 가족이 먼저고 바쁜 직장인이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어떤 때 즐겁고 가슴이 뛰는지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이제 마침 때가 왔으니까 내가 누구인가가 재정의 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것 같다.
나는 지금 타이틀도 없고 내가 가진 외모와 건강이 살아가는데 밑천이다. 이 경쟁력부터 점검하고 그 다음에 나에게 선물을 준비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찾으면 되겠다. 예를 들자면 봉사나 기부 등을 하나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나를 위한 선물, 취미, 시간, 친구 이런 것들을 하나씩 걸르고 채워서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게 셋팅이 되고 나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찾아서 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예전에는 못하고 안 했던 일들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찾아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스타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2막은 높은 고도를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속도전도 아니다. 결국은 방향이다. 방향설정이 나에 대한 재정의다. 인생 2막 이란 연극은 극본 연출 연기도 다 내가 하는 것이다. 인생 1막은 부모님이 해줄 수도 있고 어찌어찌 휩쓸려 갈 수 있지만 2막은 다르다. 2막의 피날레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이 더 중요한 거고 실질적으로 인생 2막의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아니고 조연일 수 있고 하다못해 벤치나 가로등이 될 수도 있지만 내려와서는 안된다는 거다. 무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소품이 되어도 된다는 거다. 

지성언의 책 '그레이트 그레이'
지성언의 책 '그레이트 그레이'

 

지성언의 '꼰대 방지 5계명'

첫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넷째,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째,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짜이찌엔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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