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코로나, 이후의 미래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7.08 13:33
  • 수정 2020.07.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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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오만덩어리에서 나온 협오스러운 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 살풍경 속에서도 어떤 느낌이 없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미래가 없다. 사진=뉴시스 제공)
(이 살풍경 속에서도 어떤 느낌이 없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미래가 없다. 사진=뉴시스 제공)

 

프랑크푸르트, 기름을 머금은 라인강에서

수만 마리 물고기가 숨이 막혀 죽고 말았어.

시민들로서는 놀라워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야

흐르는 물결이 너그럽거든.

물결은 재빨리 강기슭을 지나

파리 떼 들끊는

은빛 시체 더미를 몰고 가 버린다구

시체 썩는 냄새가

마비된 우리의 감각에 와 닿기도 전에

바람이 먼저 악취를 휩쓸고 가버리니,

모든 것은 기막히게 제 자리를 찾는다구.

                 - 한스 카스퍼, 「프랑크푸르트」

 

곳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투명 아크릴 장벽’이 생기고 있다. 아니 그것이 일상화 되고 있다. 마스크는 가정 필수품이 되어 약국마다 부족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차라리

 

“비닐봉지 한 장 덜 쓰고, 일회용품을 줄이며, 세제 한 방울 덜 쓰면 어떨까?

화장지 한 장 줄이고, 정류장 한 개만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 이용하면 어떨까?”

 

그것이 훨씬 더 빠르고 건강하며, 생각하는 동물의 지혜로운 방법은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저지른 무자비한 환경파괴의 결과 이니까.” 자연도 어쩔 수 없이 극단의 처방으로, 바이러스들이 활동에 나선 것은 아닐까?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단 몇 달 사이에 인공위성에서 본 지구가 급격하게 깨끗해지고, 들리지 않던 미세소리들이 들리고, 어린 시절 보았던 별자리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던, 불과 한 달 전쯤의 세상을 벌써 잊어버렸을까?.

숨쉬기가 편했던 도로, 꽃들이 더 활짝 웃던 강둑길을. 그러나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품새다. 거리에 차량이 넘쳐나고, 세제와 일회용품·플래스틱의 사용이 예전보다 더 늘어나고, 인공위성에서 본 지구는 다시 옛날처럼 오염덩어리에 휩싸여버렸다.

산더미처럼 늘어난 택배 량에 그 상자 안에는 마치 알을 까듯 쌓여있는 다른 비닐 뭉치들, 거리에 또 다른 쓰레기로 넘쳐나는 일회용 마스크들, 관공서와 기업들 마다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투명 가림막들.

(투명 가림막 안에 갇힌 인간, 마치 동물원의 유인원 같다. 사진=뉴시스 제공)
(투명 가림막 안에 갇힌 인간, 마치 동물원의 유인원 같다. 사진=뉴시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 사태 수가협상을 위해 비말 차단 투명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하고, 거기에 음압기까지 설치한 현장을 본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유의 코미디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가협상 자리 양측 사이에 투명 아크릴 장벽이 등장했다.

그럼 그 이외에 모든 공간은 터져 있는데, 바이러스는 아래쪽에만 머문다라는 말이냐‘


라며 지적했다. 이런 살풍경(殺風景)이 어디 있는가? 사람들끼리 같이 앉아 이야기도, 식사도 하지 못하게 환경을 파괴해버린 21세기 우리들의 자화상, 지구상의 어느 동물들에게서 이런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는가?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오만덩어리에서 나온 협오스러운 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

 

류기정 사용자 위원(왼쪽)과 이동호 근로자 위원이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중이다. 제공=뉴시스
류기정 사용자 위원(왼쪽)과 이동호 근로자 위원이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중이다. 제공=뉴시스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댄다.

- 최승호, 「공장지대」

 

우주 만물은 서로 상생하는 속에서만 그 조화로움을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은 이 지구 속에 하나의 작은 개체에 불과함을 철저하게 깨달아야 한다. 급기야 인간은 동물원의 침팬지처럼 우리 안에 갇힌 유인원(類人猿)이 될지도 모른다. 점점 그런 현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들을 지울 수 없다. 하루빨리 그 오만덩어리를 걷어내고 이 지구 앞에 겸손해 져야 한다.

인간은 워낙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라 원인을 따라가기 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자연은 인간을 위한 방편쯤으로나 생각하며 더욱 극단적인 파괴만 일삼아 왔다. 그래서 자연(自然)스럽게 바이러스(백신)가 찾아온 것일까? 우리의 무지와 탐욕을 일깨우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하나의 환경 파괴 물질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줄이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이 너무나 풍요로운 인류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바로 환경파괴의 원인이다.”


라는 것을 각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이 “비닐 한 장, 일회용 컵 한 개만, 화장지 한 칸, 세제 한 방울만” 줄여 준다면, 지구는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한 구간만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오염물질의 생산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초등학교 아이처럼 유쾌해진다.

“만약 세계가 그렇게 각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에 지구가 맑아지는 것을 우리는 불과 한 달 전 코로나 사태에서 절감하지 않았던가? 이제 경제보다 우리들의 목숨 줄인 환경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즐거운 생각을 하다 보니 당장 숨쉬기가 편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는 원래 그러한 자연 속에서 살아 왔다.

(세상이 꽃천지다 '사람도 꽃이 될 수 있다. 촬영=윤재훈 기자)
(코로나를 피해나온 봄날, 세상은 여전히 꽃천지다 '사람도 꽃이 될 수 있다. 촬영=윤재훈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코로나 선진국>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 우리 민족이 “내 집에서, 우리 가족부터”, “한 장만, 한 방울씩만, 한 구간만” 줄이고 걸어 다닌다면,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동물원처럼 나를 막고 있던 ‘투명 가림막’을 치우고, 옛날처럼 이웃과 다정하게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석학들은 예견했다.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예전처럼 파란 하늘 아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25여년 전부터 일체의 '세재, 샴푸, 퐁퐁'을 비롯하여 '비닐 봉지, 일회용품, 비누' 등을 쓰지 않습니다. 아울러 물티슈와 치약도 쓰지 않으며 손수건, 개인컵을 가지고 다닙니다. 겨울에는 내복을 입으며 온도 낮추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나비 효과가 되어 태평양에서는 커다란 물보라로 밀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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