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10가지 사실들②

정남진 기자
  • 입력 2020.07.08 17:28
  • 수정 2020.07.14 10: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에서 얻은 약 복용에 대하 실용 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모작뉴스 정남진 기자] 약을 떠올리면 누구나 가져 봄직한 궁금증들이 있다.

식욕억제제로 살을 뺄 수 있을까. 알러지성 비염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때문에 더 잘 걸리는걸까. 속칭 ‘뼈주사’라는 것은 관절염에 정말 특효가 있는걸까.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에게 완전채식 식단은 과연 좋은걸까. 등등

책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약에 대해 대중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 듯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약학을 전공한 현직 약사이면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번 기사에 이어, 우리가 잘 몰랐던 약에 대한 상식 10가지 중 나머지 5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6. 식욕억제제로 살을 뺄 수 있을까?

결론은 ‘뺄 수 있다’이다. 하지만, 식욕억제제를 실제 사용하기까지는 적지않은 고려와 조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식욕억제제의 작용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식욕’은 어떻게 생길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욕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일종의 신호 전달 체계이다. 우리의 몸은 두가지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체의 에너지 양을 측정한다.

첫번째는 소화기관 내의 음식물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공복 상태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신호를 보냄으로써 허기를 느끼게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비축량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몸 속의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팁’이라는 호르몬이 뇌의 식욕 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한다. 

현대적 의미로 사용된 최초의 식욕억제제는 1933년에 상용화된 ‘벤제드린’이라는 약이다.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우리 몸은 각성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에따라 대사량이 증가해 식욕이 줄어 들게 된다고 한다. 당시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약이었다.

그런데, 이 약의 주성분이 ‘암페타민’이라는 마약류로 밝혀지면서 이런 저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당뇨병 치료제인 ‘삭센다’가 식욕억제제로 널리 사용되는 등 식욕억제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식욕억제제를 사용하려면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 미국 FDA나 우리나라의 식약처에서는 이들 약제들의 사용을 체질량지수(BMI) 30이 넘는 ‘병적인’ 비만 환자에 국한하고 있다. BMI가 30이라는 기준은 173cm 키를 가진 20대 남성의 경우 몸무게가 90kg을 넘어야 하고, 161cm 키를 가진 20대 여성의 경우 몸무게가 80kg을 넘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 식욕억제제를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위의 기준으로 볼 때 실제로는 비만이 아닌데도 본인을 비만으로 여겨 위험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의학적으로 봤을 때 질병 수준이 아니라면 식욕억제제를 찾기 전에 한번 더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측면도 있다. 병적인 수준의 비만을 앓는 이들에게는 이를 유발하는 다른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비만은 의지의 문제’라고 손가락질을 해서도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책표지=북트리거 제공)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책표지=북트리거 제공)

7. 프로바이오틱스, 이게 살아있는 세균이라고?

세균이 맞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사실은 세균의 한 종류다. 다만, 세균은 모두 나쁜 존재라는 오해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조금 꺼림칙하게 느껴질 뿐이다.   

우리 인체에는 거의 모든 곳에 세균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세포 수는 약 30조개로 추정하는데, 인체에 함께 사는 ‘공생 세균’의 수는 그보다 더 많은 약 40조개로 추정한다. 이들 공생 세균은 학술용어로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하며, 몸에 상처가 나는 등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인체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이들 공생 세균은 또 우리 몸에서 일종의 ‘텃세’를 부려 유해한 세균이 이사 오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한다. 마치 야생늑대가 인류의 충실한 반려동물인 개로 변화되어 왔듯이 말이다.

이런 유익한 세균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으며, 이런 연구에 기반해 등장한 상품이 ‘프로바이오틱스’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다. 일종의 먹는 세균 보충제인 셈이다.

8. 알러지성 비염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수록 더 잘 걸린다?

근거가 있는 말이다. 이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려면 먼저, 알러지가 어떤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알러지란 면역기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작용해서 몸에 불필요하게 부담을 주는 경우라고 한다. 몸의 면역계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꽃가루와 같이 그리 위험하지 않은 대상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알러지 반응이다. 

알러지 반응에는 공통된 특징이 몇가지가 있다.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몰리고, 해당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통증과 가려움이 느껴진다. 이런 반응이 피부에서 일어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되고, 기도에서 일어나면 천식이 되며, 눈에서 일어나면 알러지성 결막염이 되고, 코에서 일어나면 알러지성 비염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알러지성 질환은 유전적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환경적 영향 때문에 발생하는 걸까.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 질환이 어느 시기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많았다는 점,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수가 적을수록 이 질환에 더 취약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잠정적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는 설이 있는 데 바로 ‘위생가설’이다. 즉,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서 알러지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강아지일수록 사람을 덜 경계하듯, 발달 중인 어린아이의 면역계도 다양한 외부 물질에 자주 접촉할 기회를 얻어야만 ‘면역관용’이 생겨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알러지성 비염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수록 더 잘 걸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다.

9. 속칭 ‘뼈주사’는 퇴행성 관절염에 정말 특효약일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고 한다. 무릎이 시큰시큰한 관절염 때문에 한참 고생을 하던 차에 어떤 병원을 들렀는데 의사선생님이 무릎뼈 부위에 무슨 주사를 놓은 후로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 주사가 바로 ‘뼈주사’로 전해졌다.
흔히 뼈주사로 불리는 이 주사제의 정체는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라고 한다. 이 약은 염증 반응의 가장 앞단계를 막아주는 것으로, 이 주사를 맞으면 환자들은 관절통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일 뿐, 스테로이드 역시 약물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면 곤란하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약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마라톤에 임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10. 암환자에게 ‘완전채식’이 과연 좋을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암이 어떻게 발생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두려운 것이 많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 지 절망스럽고, 혹시 암에 걸릴 법한 행동을 했는 지 과거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암은 확률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이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생활습관이 직접적인 발병 요인은 아니다”라고.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은 생활 습관에서 원인을 찾고, 기존에 먹던 일상적인 식단이 아닌 건강식을 새로 시도하려고 한다. 문제는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것 중에서 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식단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완전채식’이라는 건강식이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에게는 면역기능에 필수적인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함에도, 완전채식을 선택하는 것은 단백질 섭취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환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식단은 병원에서 추천하는 저염, 저자극 상태의 영양 균형이 잡힌 식단,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지난번 기사에 이어 이번 기사까지 ‘약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10가지 사실들’에 대해 알아봤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의문은 변화를 만든다. 약을 밥보다 더 잘 챙겨 먹는 일상에서, 이 책을 읽은 뒤에 새로운 의문들이 더 많이 생겨났기를 바란다”

약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들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