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쫓는 '자전거 노마드'②] "안장에 오르면 내가 세상의 주인공"

허희재 기자
  • 입력 2020.07.24 11:01
  • 수정 2021.06.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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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에 오르면 내가 세상의 주인공"

유럽 종주 중 불가리아에서
유럽 종주 중 불가리아에서, 사진=Cloud Windwalker 이한결

<1편에서 이어짐>

Q. 장거리 여행 중 자전거 수리는 어떻게 하나?

자전거 라이딩하면서 멈출 때는 타이어가 펑크 났거나 체인이 끊어졌을 때에요. 미국 서부에서는 하루에 6번까지 펑크가 나봤어요. 펑크는 기본으로 때울 줄 알아야 하죠. 예비 튜브를 교체 하거나 없으면 펑크 난 곳을 찾아서 때울 수 있는 패치를 붙이면 되구요. 체인이 끊어졌을 땐 연결핀을 교체 하면 여행에 무리는 없어요. 기어 변속, 브레이크는 배워가면 간단해서 거의 해결 가능하고, 그 보다 큰 고장은 나라마다 시골에도 자전거 가게가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카센터나 오토바이 정비점에서도 봐줍니다. 펑크와 체인만 연결할 수 있으면 정비는 큰 문제 없어요.

Q. 가방들이 많은데 무엇이 들었나?

짐에 대한 무게, 바람의 저항력을 가늠하려면 평소에도 짐들을 달고 다녀봐야 해요. 처음에는 갑자기 랜턴이나 우의가 필요할 때 어느 가방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요. 가방 4개를 다 뒤지다가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랬죠. 그래서 얼마동안은 앞에 가방 별로 리스트를 적어서 붙이고 다녔어요.

앞 가방에는 코펠, 버너와 음식 그리고 반대편에는 정비도구, 우의, 랜턴. 뒷 가방에는 장기여행 때 비상식 라면, 건빵 등과 전기충전을 위한 태양열판, 옷가지, 책과 자료들, 텐트 등이 들어있어요.

짐을 다 꾸리면 30kg 내외이고 음식을 포함하면 40kg, 사막이나 호주 아웃백 같은 곳을 가려면 3~4일 동안 마을이 없으니 그동안 먹을 음식과 물까지 실으면 70kg쯤 돼요.

미국 횡단 중에서

Q. 체류비는 얼마나 가져가나?

동남아나 중국 같은 경우는 하루 1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로 한국에서 쓰는 용돈 수준. 미국과 유럽은 3만원 꼴로 계산해서 환전하거나 카드로 가져가죠.

Q.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하려면 체력관리를 해야 할텐데?

처음 여행 시작할 시기엔 자전거 탈 때 필요한 근육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군인이어서 매일 3~4km 씩 구보도 하고 운동량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자전거 근육은 또 다르더라구요. 꾸준히 자전거를 타는게 중요해요. 한달 두달 계속 자전거를 타면 근육 피로도가 상당하니까 손목, 어깨, 무릅, 허리 보강 운동도 집에서 하면 좋죠. 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꾸준히 자전거를 타는 거에요. 자전거를 안타면 금방 그 근육들이 사라지거든요.

또 일부 스포츠센터에서 자전거여행자를 위한 몸 만들기를 가르쳐주기도 해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에게 자세와 근육 키우기를 배우는 회원들도 있어요.

KRT 개척을 위한 전국 일주 중에서

Q. KRT(Korea Round Trail)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

우리나라는 4대 강이라든지 국토종주길을 잘 만들어 놨어요. 인증샷 찍는 것도 잘 되어 있구요. 그런데 어떤 외국인이 강만 계속 따라가니까 좀 지루하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의 시골길, 산길, 절과 템플 스테이 등과 잘 연결해서 자전거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진행하게 됐어요. 기존 자전거길을 최대한 활용하되 그렇지 않은 구간은 국도나 농로를 이용해서 한국을 한 바퀴 다닐 수 있는 길, KRT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재작년부터 뚜르드월드 동호회 각 지역의 회원들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약 2400km 한 달 정도 일정으로 외국어 책자와 지도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자전거길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또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막연히 전국 한바퀴 돌아봐라 할게 아니라 이길로 가봐라 권장해 보려구요

Q. 코로나19 시대 자전거 여행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자전거 여행은 여럿이 가나 혼자 가나 어차피 혼자 패달을 밟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돼요. 그리고 텐트를 갖고 가게 되면 밀폐된 숙박 공간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음식도 직접 해먹으면 되니까요. 요즘 자전거 타고 국내여행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오히려 코로나 덕분에 더 활성화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한강변에 보면 가족단위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아요. 마스크에서 해방 될 수도 있구요. 자전거 타고 혼자 시골길 갈 때는 벗어도 되니까요.

Q. 일반인에게 자전거 고르는 팁을 준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으로 탈 것인지 정해야 해요. 스포츠, 산악, 여행, 생활 등 목적에 맞는 자전거를 택하면 돼요. (여행용 자전거를 처음 산다면) 여행용 자전거는 재질이 달라요. 크로몰리나 알루미늄이 쓰이는데 이건 무겁지만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휘기는 해도 부러지지는 않아요. MTB용 카본이나 티타늄보다 값이 훨씬 싸요. 여행용 자전거는 옷처럼 키에 맞게 프레임 등을 핏팅을 해서 사는게 몸에 무리도 안오고 좋아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도 정보가 많으니 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훨씬 좋죠. 대학생들 중에는 신문구독 선물로 받은 자전거로 유럽을 3~4개월 돌기도 하지만요.

Q. 앞으로 계획은?

코로나19로 중단된 계획이 많아요. 올해 남미종단을 콜롬비아에서 우사아이아까지 10개월 일정으로 잡고 있었는데 못가고 있어요. 그동안은 혼자 많이 다녔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친구 한둘과 같이 재미있게 가볼까 해요. 또 오지탐험반을 구성해서 우리 민족의 시원이라는 바이칼호를 가보려고 해요. 몽골을 횡단하면서 우리나라 기마민족 유목민이 살았던 곳을 가보고 싶어서 준비 중이었는데 못갔어요. 여행은 취향인 것 같아요. 친구들 중에는 ’돈 좀 모아서 크루즈여행이나 하지, 왜 자전거로 고생을 해‘ 하는데 저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 보면 마음이 너무 편해요. 저녁에 텐트를 치고 들어가 있으면 너무 편안해요. 저에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마드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자전거여행을 권하는 최충현씨
자전거여행을 권하는 최충현씨, 촬영=김남기 기자

Q. 자전거여행 홍보를 위한 한마디?

주변에서 자전거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길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도 있지만 '당신도 와 봐라,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젊은 청년들이 여기 안에서만 살다가는 그네들이 이 나라를 끌어갈 때 이만큼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잖아요. 젊을 때 자전거로 세계를 다녀보면 자신감, 모험심, 셀프리더십, 자기 통제력을 키울 수 있어요.

은퇴자들은 세상 주류에서 뒤로 밀려나는 아픔은 어쩔 수 없어요, 밀려나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때 자전거를 타면 다시 주인공이 되는 거에요.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면 이 세상이 내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서 다시 나를 찾을 수 있고, 자전거는 혼자 핸들을 잡고 혼자 타는거니까 지난 날들을 다시 정리해 볼 수도 있어서 은퇴자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저전거여행은 대부분의 시간을 페달을 밟으며 계속 달려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길이 아닐 때는 많은 시간을 헤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들고 지친 몸으로 한데서 노숙을 해야 하는 고생 길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안장 위가 가장 좋고, 좁은 텐트안이 가장 편하다는 최충현씨. 그는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지구 어디에 살든 도움 주고 받으며 사는거라고, 풍습이나 문화의 차이로 사는 모습이 다를 뿐이지 결국은 같더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지금은 잠시 세계로 향한 그의 자전거가 멈춰있지만 오래지않아 더 많은 여행 얘기들을 들으러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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