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⑧] 이색장르의 신선한 감동, 공간음악 ‘Bonner Road’

천건희 기자
  • 입력 2020.07.27 18:02
  • 수정 2020.07.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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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아티스트는 런던에서... 관객은 신촌에서....

사진=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올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불려졌던 <당연한 것들> 노래의 첫 소절인 ‘그 때는 알지 못했죠~’처럼 내가 무려 6개월이 넘도록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시간이 있을 줄 미처 몰랐다.

연극, 뮤지컬,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나의 시간과 상황이 맞으면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었기에 정말 당연한 줄 알았었다. 코로나19는 공연이나 전시 관람을 통해 얻었던 설렘과 기쁨, 감동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라이브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에 비할 수 없이 안타까운 것은 장기화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계 종사자들의 황당함과 어려움이다. 그나마 언택트(Untact) 소통을 위해 무료 온라인 생중계, 방역 체계를 갖춘 공연장, 새로운 장르 개척 등으로 예술계가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음은 큰 위로가 된다.

사진=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지난 7월 23일(목) 저녁,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신촌극장까지 가는 길은 내내 행복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 신촌은 젊음과 문화와 낭만을 상징하는 요즘말로 ‘핫플레이스’였다. 그곳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만든 새로운 형식의 공연인 <Bonner Road>를 만났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청년 천건희도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관람은 그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이번 <Bonner Road>을 관람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티켓을 예매했는데, 1인당 1매만 가능했고 너무 착한 공연비 5000원을 송금하니 바로 예매 확인 문자와 안내 문자가 들어왔다. 공연 관람 중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티켓 수령 시 문진표 작성 및 체온 측정이 있으며, 발열 시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신촌극장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연립주택 4층 옥탑에 공연장이 있다. 객석을 확인하고는 조금 당황했다. 그 시간 공연이 만석이라 했는데 전체 관람석이 7석인 공연이었다.

<Bonner Road>는 코로나 덕분에 생긴 새로운 형태의 콜라보네이션 공연이다. 판데믹(pandemic)으로 한국에 오지 못하게 된 런던에서 활동 중인 건축 디자이너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홍태우, 바이올리니스트인 강수인,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정윤영 등 3명의 젊은이들이 새롭게 시도한 이른바 ‘공간음악’이다.

사진=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런던의 길거리와 실내에서 채집한 일상의 소리를 바이올린 음악과 조합해서 신촌극장 안에 설치된 6개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준다. ‘소리로 만들어지는 풍경’을 오감을 통해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다.

관객들은 런던 스튜디오 평면도가 그려진 바닥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서 듣다가, 다양한 높이의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음악을 즐겼다.

같은 공간에서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문 여닫는 소리나 발자국 소리 등 일상의 소리가 바이올린 연주와 어우러지면서 잔잔한 감동과 철학적 사색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마치 런던의 보너 로드(Bonner Road)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생활하고 온 느낌이었다.

사진=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공연이 끝나자 런던에 있는 강수인, 홍태우 아티스트는 화상 통화로 폭우에도 관람해준 관객들에게 감사인사와 작가의 작품의도를 전달했다.

공연 아티스트는 런던에 있고, 관객은 신촌에 있는,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생각이란 낯선 상황과 만날 때 생겨난다고 한다. 이동이 어려워진 판데믹(pandemic) 상황에서 음파와 진동, 인터넷을 이용해 ‘소리sound’와 ‘경관landscape’의 복합어인 ‘soundscape’를 설치하여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 낸 우리나라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랑스럽다.

‘이런 형식도 공연이 되는 새로운 세상에 내가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집에 오는 내내 들었다.

예전 신촌 문화예술의 낭만을 이어가기 위해 전진모 연출가가 2017년 만들었다는 옥탑 소극장 <신촌극장>이 코로나시대라는 공연계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지되고 있음이 고마웠다.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나 창의적인 것들이 선순환 되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공간음악 <Bonner Road>는 2021년 1월에 다시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라니,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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