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중국의 여대생을 보면 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07.31 17:10
  • 수정 2020.08.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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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대생을 보면 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순진한 아이들의 휴대폰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BTS의 '피 땀 눈물'이 흘러나오고
그 가락에 스스럼없이 말춤을 추지만,
그들은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수쯤으로 생각했다.”

 

(청두역 앞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서로 등을 기대며 산다. 촬영 윤재훈)
(두보의 고향, 청두역 앞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서로 등을 기대며 산다. 촬영=윤재훈)

외국여행에서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거대한 대륙은, 3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대한민국보다 더 혁명적이다. 숙소들은 수시로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며, 교통수단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해가고 있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은 그렇게 다른 나라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 였다.

거리마다 개미떼처럼 움직이던 그 흔한 자전거의 행렬도 보이지 않았다. 기차역에 가면 입구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지그재그로 끝도 없는 줄이 서 있었고, 여기를 통과하려면 공항처럼 가히 두어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입장은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또 매표원들은 거의 영어를 모르니 소통이 안 되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물어물어 중국어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써가지고 가야만 표를 끊을 수 있었다.

(쿤밍 행 완행열차. 이고 지고, 짐칸에는 빈자리가 없다. 촬영 윤재훈)
(쿤밍 행 완행열차. 이고 지고, 짐칸에는 빈자리가 없다. 촬영=윤재훈)

그리고 어렵게 열차를 탔다고 해도, 열차 안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트렁크는 입구가 좁아 아예 안으로 들어갈 수 가 없었다. 그나마 인도의 열차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났지만 의자 아래에 두고 열쇠로 잠글 수가 있었는데. 할 수 없이 화장실 옆에 두고 안으로 들어가 앉아있으니, 가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 옛날 우리의 통일호보다도 훨씬 더 열악했다.

창문은 열려있으니 덜컹거리는 소리는 기본이고, 너구리굴처럼 담배를 피워댔다. 특유의 파열음으로 누가 목소리 큰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악을 쓰며 전화를 하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을 던져주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내 나라가 아니니 어쩔 수 없어 점점 적응해 갔지만, 기차 바닥에 가래침은 정말 적응이 잘 안됐다. 그래도 자리에 앉고 나니 그동안의 시름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간이역에 도착하며 창 밖에서 악을 쓰며 노점 상인들은 불량식품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차장 위로 올렸다. 아직 사회주의 물이 덜 빠져서 인지, 모든 면에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꼭 필요하면 너희들이 사 가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던 대륙이 이제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산천개벽 한 듯했다. 옛날을 상기(想起)하며 역으로 들어갔지만 대부분의 노선에는 고속열차가 있었다. 열차 안으로 들어가자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고 사람들은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더구나 이제는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앱으로 다 예약을 하고 역에 가서 표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지금 중국의 고속열차가 세계 최강이라고 하더니, 그것이 마냥 허튼 소리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광활한 대륙을 달리면서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중원을 주름잡아 온 대국,
‘용과 황금색, 8자(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도 풍요와 확신을 나타낸다는 숫자 2008. 8. 8. 오후 8시 시작)’를 특히 좋아하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진짜로 용틀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로 밀려나오면, 가난한 사람들이 할 것은 노점 뿐이다. 촬영 윤재훈)
(도시로 밀려나오면, 가난한 사람들이 할 것은 노점 뿐이다. 촬영=윤재훈)

오랜 고대부터 상국으로 모시고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를 받아왔던 우리가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이 착잡해지고 커다란 숙제를 하나 받은 기분이었다. 숙소를 예약할 때도 이제는 여행서보다는 SNS가 ‘더 정확하고, 편하고, 저렴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청춘들은 SNS틀 통해 이런 것들을 아주 간편하게 즐기면서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길을 헤맬 때는 여대생으로 보이는 아가씨들에게 물어보면 틀림없다.
그녀들은 너무나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미덥잖으면 같이 걸어서 그 장소까지 데려다 준다.
심지어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요금까지 내주며 바꿔 타는 곳까지 알려주고 가는,
눈물 나게 고마운 예쁜 여대생도 만난 적이 있다.”

“씨에 씨에, 씨에 씨에”,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나는 그녀들에게서 중국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청두역 앞 오지민족들, 푸성귀를 팔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촬영 윤재훈)
(청두역 앞 오지민족들, 푸성귀를 팔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촬영=재훈)

 

“아, 이제는 거스름돈을 던지고, 기차 바닥에 가래침을 뱉던 사람들은,
먼 옛날의 화석처럼 중국 땅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행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자문해 해보았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점점 여행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태국 같은 나라는 국가 경쟁력의 맨 첫 번째의 사업이 관광이다. 그리스나 프랑스, 이태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본이나 대만 같은 나라도 얼마나 여행에 국가 사활을 걸고 있는가. 서양인이 오면 멀리서부터 우선 영어울렁증에 피하려고 하는 기성세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듯하다.
그렇다고 영어를 모르는 것은 꼭 부끄러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가 평생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입을 못 때는 것은 그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우리 민족이 특별히 아둔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인의 DNA는 세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우리 두 눈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로마의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마인의 광장’)
(로마의 ‘포로 로마노(Foro Romano) 로마인의 광장’. 촬영=윤재훈)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그들은 비록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자국의 언어를 쓰려고 한다. 굳이 문화우월주의가 있다고 할지라도 자존심만은 대단한 듯하다. 우리도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따뜻하게 환대해 줘야 하겠지만, 영어 앞에서 주눅이 들어 지나치게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오고 싶어 한다.
아시아 청소년들에게는 가히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다. 그러나 항상 한국에 근로자로 갔다 왔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움찔움찔 몸이 움추러 들었다. 혹시나, 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기억이 나쁘면 어떨까 하고,.

(카렌죽, 아카족 정답게 서로의 전통을 이어가는 산마을. 촬영 윤재훈)
(카렌죽, 아카족 정답게 서로의 전통을 이어가는 산마을. 촬영=윤재훈)

아시아의 오지마을을 돌다보면 아직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태어나서 한국 사람을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특히나 나는 치앙마이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오지 소수민족마을들을 1년 이상 돌아다니면서 그런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돼지가 마치 산돼지처럼 땅에 코를 받고 먹이를 찾으며 이따금 뱀들을 우걱우걱 씹어 먹고, 닭들은 아예 커다란 나무 위에서 홰를 치고 살며,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순진한 아이들의 휴대폰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BTS의 '피 땀 눈물'이 흘러나오고
그 가락에 스스럼없이 말춤을 추지만,
그들은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수쯤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문화도 우려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나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마치 그 옛날 양반이 하인들 부리는 것 같은 인권유린은 없는지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 수업을 끝나고 나와 과자를 먹다. 가운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 가르치는 23세 청년. 촬영 윤재훈)
(한국어 수업을 끝나고 나와 과자를 먹다. 가운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 가르치는 23세 청년. 촬영=윤재훈)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상황을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이 한국의 현주소를 부끄럽게 만들며 우리가 해외여행을 할 때 더욱 불안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괜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더욱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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