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여행, 단종의 숨결 따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강원도의 '비경'

소셜에디터
  • 입력 2020.08.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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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의 '삶은 여행이다' 영월 여행기 발췌

[소셜에디터] 강원도 영월은 단종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뙈약볕 내리쬐는 장릉. 단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코로나 여파인지 비교적 한산하고 내부는 넓게 조성되어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마주치게 되는 곳, 단종 역사관. 조선왕조와 단종에 관한 이야기들, 왕세자의 일과들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있다.

장릉을 가기 위해 오른쪽 숲길을 오른다. 여름 녹음이 진저리치며 빛난다. 하늘이 이렇게 파랄까 싶다. 우리가 조금만 환경을 보호한다면 이런 하늘을 늘 보고 살 수 있을텐데, 짙푸른 자연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까움이 든다.

장릉은 42기의 능 가운데 유일하게 강원도에 있다. 

무력으로 폐위된 왕이기 때문에 단종릉에는 무인석이 없다. 그런데 장릉 주변의 소나무는 절을 하듯 유난히 단종의 능을 향해 구부러진 소나무가 있어 '충절송'이라고 부른다. 단종은 숙종 7년 1681년 노산 대군으로 승격되고, 숙종 24년 1698년 단종으로 복위된다. 지하에서도 정순왕후와 함께 숙종에게 고마움을 표할 듯하다.

"배가 고프다"

점심이 너무 늦어 일행들은 약간 지친 듯하다. 특별히 잘한다고 하여 일부러 찾아온 집, 손님들이 많다. 옥수수가 매달린 식당의 풍경이 운치가 있다. 한참을 기다리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 이게 여행이 참 맛이지"

어느 것을 먹어도 별미다. 모든 것이 꿀맛이다. 농촌의 논들이 녹색인 요즘.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푸른 벼 줄기들, 농부들의 축복이다. 
누군가의 탄성이 흘러 나온다. "머니 머니해도 여행은 먹는 것이여" 시골집 마당에 핀 꽃들이 여행자의 흥분처럼 아름답다.

신선암(立石선돌)으로 간다. 서강 강가에서 신선(神仙)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작은 설레임도 인다. 강원도 길은 푸른 기운이 온 산하를 덮고 있다. 파란 하늘 빛이 들어앉은 서강과 어울려 솟아있는 층암절벽은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고 우뚝하다.

천지가 신록의 절경이다. 70m의 바위 절경이 빼어나다. 

이제 석양빛 붉어오고 '한반도지형'을 찾아간다. 그런데 뗏목체험이 6시까지만 가능하다고 하여 서둘러 진로를 바꾼다. 바로 근처에 여행지들이 모여 있으니 움직이는데도 큰 부담이 없다. 

뗏목에 오르니 사공의 넉살이 참 좋다. 그의 걸쭉한 입담에 사람들이 웃음 짓는다. 노를 저어보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더니 여학생 두 명에게 노를 젓게 한다. ‘삿대’를 아느냐고 물어본다. 그대는 아는가? 나는 모른다. 단지 중학교 때 배운 노래만 기억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돚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이 노래 속에서만 아득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삿대' 우리에게 진정 아련하게 감흥을 주었던 것들은 점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동요소리가 들리지 않는 삭막한 시대다.  

흰 옷의 사공은 긴 막대기 하나를 들더니 강 속으로 집어넣는다. 물속으로 사라졌던 장대가 이내 솟구쳐 오른다. 바로 강 깊이를 재거나 얕은 곳에서 배를 밀 때 쓰는 도구다. 이게 삿대다. 사공은 계속해서 흥을 돋군다.

사공은 이 일에 이력이 난 듯 계속해서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악어바위, 공룡바위군, 물 위에 여우 바위, 나름대로 그 형태들을 갖추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저 위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흔들며 소리를 외친다. 어른들의 가슴에도 잠시 동심이 깃드는 듯하다. 자연 속으로 나오니 사람들의 가슴이 넓어지고 스스럼이 없어진다. 싱그런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오전에 들렸던 청룡포나 이곳 한반도 지형처럼 이 지역에서는 이렇게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지형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런 곳을 <감입곡류> 하천이라 한다. 물이 흐르는 지역이 융기되거나 계속 아래 로 흐르면서 구불구불한 자연 하천 형태를 띠는 것이다.

강이 흐르는 바깥쪽은 물이 빨리 흐르기 때문에 주변의 암석을 깎여서 절벽이 생기며, 강의 안쪽은 물이 천천히 흘러 모래가 쌓인다. 그러면서 강이 점점 옆쪽으로 암석이 깎여서 넓어지면 이와 같은 한반도 모양이 생긴다고 한다.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 후, 이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강은 더욱 넓어지고 다른 모습으로 변해갈 것 이다. 먼 훗날 다시 이 지구를 여행 오면 지도책에서는 이 모양이 사라지고 없겠다.

그 때는 이 초록별에 와 누굴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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