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투어] 과학자의 양심과 나약한 인간의 충돌, 뮤지컬 ‘마리퀴리’

박은지 기자
  • 입력 2020.08.06 18:06
  • 수정 2020.11.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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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퀴리'의 출연진들이 모두 모였다. 촬영=박은지 기자)

[이모작뉴스 박은지기자] 창작뮤지컬 '마리퀴리'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과학자 마리퀴리의 인간적 고뇌와 따뜻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리 퀴리는 라듐의 방사선을 이용해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성공하지만, 곧 라듐의 위해성과도 마주하게 된다.

라듐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는 과학자로서 이 사실을 알려야하지만 그러려면 라듐 연구를 중단해야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일생을 라듐 연구에 바쳤던 마리는 결국 라듐의 위해성조차 연구를 통해 극복해낼 것이라고 다짐하며 점점 라듐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마리퀴리'역의 김소향. 촬영=박은지 기자)

주인공 '마리퀴리' 역을 맡은 김소향 배우는 “이전 공연에서는 ‘김소향’스러운 마리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과학자로서의 마리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라듐이 의학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설을 발견했을 때의 활달하고 의욕 넘치는 모습에서 점점 예민해지는 변화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눈을 빛내며 연구에 몰두하고 남편 피에르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던 마리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예민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라듐의 위해성 때문에 마리의 친구 안느가 일하는 라듐 시계 공장의 직공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시계 회사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그들의 부검 기록을 조작하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장면은 마리의 묵인이 초래한 비극에 대해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마리의 혼란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김태형 연출가. 촬영=박은지 기자)

김태형 연출가는 “극 초반의 실험쥐와 후반의 직공들의 상황을 오버랩 시킴으로써 직공들의 억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뮤지컬 ‘마리퀴리’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히는 마리퀴리의 역경과 고뇌를 통해 ‘인간’ 마리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마리와 그의 친구 안느는 약소국인 폴란드의 여성이자 이방인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소향은 “마리가 받았을 차별과 벽을 미국 유학 시절에 겪었다. 그래서 마리라는 인물에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리는 사회적 편견에 굴복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오른 파리행 기차에서 처음 안느와 마주친다. 안느는 당당한 마리의 꿈을 들으며 자신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또한 연구를 위해 라듐의 위해성을 묵인했던 마리의 고백에 안느는 “넌 너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다.”라며 마리를 위로한다. 이러한 두 여성의 관계성은 한국 뮤지컬계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중심의 서사극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김히어라, 이봄소리 배우. 촬영=박은지 기자)

안느역을 맡은 김히어라, 이봄소리 배우는 김소향 뿐만 아니라 더블 캐스팅인 옥주현과 같은 멋진 선배들의 옆에서 ‘너 자체로 괜찮다.’ 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태형 연출가는 “마리퀴리를 통해 자신의 주변에는 안느가 있는지, 나는 누군가의 안느인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이 “저희가 공연을 하면서 느끼는 따뜻한 마음을 관객 여러분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7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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