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투어] "늙었다고 말 함부로 하지마세요"…영화 69세

박은지 기자
  • 입력 2020.08.12 14:54
  • 수정 2020.11.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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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이모작뉴스 박은지 기자] 69세 효정은 29세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된 보호와 조치를 받지 못한다.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효정을 치매 환자로 매도한다. 법원 역시 "젊은 남성이 왜 노인 여성을 성폭행하겠냐"며 개연성 부족을 이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한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그 후 효정은 "몸매가 좋다", "젊은 처녀 몸 같다"라며 언뜻 칭찬처럼 들리는 말에 "늙었다고 말 함부로 하지마세요."라며 날카롭게 받아친다. 성폭행을 당한 효정에게 그런 말은 수치심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러한 반응은 효정이 ‘얼마 전 성폭행 당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 ‘노인에게도 저런 말은 실례다.‘ 라는 깨달음을 준다.

임선애 감독은 노인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이용한 범죄가 빈번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읽고 영화 '69세'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 내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관객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연출했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내에서 효정이 실제로 치매인 듯 한 상황을 그려 관객들도 효정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연출은 주목할만 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조차도 효정을 의심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노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선입견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영화 '69세'는 선입견이 어떻게 인간을 무력화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선입견에 갇힌 '효정'의 용기있는 행동은 관객에게도 감동을 준다.  임선애 감독은 영화 제목을 '69세'라고 한 이유도 선입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감독은 "69세가 중년과 노년의 경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69세는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영화 후반에 가해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인생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효정과 불철주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인의 능동적 태도는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영화 '69세'의 임선애 감독. 촬영=박은지 기자)

임감독은 이 영화가 “노인을 배려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기길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각자만의 해석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영화 ‘69세’는 8월 20일 개봉한다.

(임선애 감독과 배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촬영=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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