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 47] 요즘 육아법

오은주 기자
  • 입력 2020.08.31 15:19
  • 수정 2021.01.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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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현재, 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2019상년 조연현문학상 수상
한국문화화콘텐츠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미선씨는 1년 전에 결혼한 아들이 며느리의 임신소식을 알려주던 그날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했다. 생명의 신비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 자신이 35년 전쯤에 아들을 가졌던 때로 이동하는 묘한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9개월을 온통 기대감 속에 흥분으로 보냈다. 친구들이 손주의 사진을 들이대며 “너무 예쁘지 않니?” 하고 물으면서 동시에 강제동의를 얻는 행태?를 몇 년간 보여 왔기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왠걸, 입이 근질거려서 손주턱으로 친구들에게 서둘러 밥을 샀다. 젖내 나는 고물고물한 아기를 안는 상상만 해도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는걸 보면 첫손주증후군이 단단히 든 것 같았다. 5개월이 지나자 여아로 성별이 밝혀지고, 미선씨의 남편은 미리 이름 몇 개를 지어놓고 아들네에게 최종결정권을 준 상태로 친손녀 상봉의 날은 하루하루 다가왔다. 저절로 주위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지고 세상만사에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손녀가 태어나고 미선씨는 대망의 할머니가 되었다. 아뿔사! 코로나 때문에 병원과 산후조리원 방문은 아예 금지돼 전화기로 보내주는 사진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보내오는 조그만 사진을 확대해서 남편과 함께 몇 번이고 들여다봐도 신기했다. 확대해서 볼수록 유전자의 위력을 느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자마자 아들의 태도가 급 아빠모드로 되면서 모든 게 아기위주로 재편되었다. 2주후에 조리원에서 나오자 그제야 아들의 면회허가가 떨어져 미선씨와 남편은 아들네로 갈 수 있었다. 아파트 현관에서 손세정을 하고 화장실에서 가글까지 하고서야 손녀 알현에 성공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배시시 뜨는 그 순간이 애타게 기다려졌다. 정말이지 손주란 존재는 중노년기에 주어진 사람꽃이고 은총이었다.

두 달 후에 며느리의 산후조리가 다 끝나고, 아들내외가 기념으로 산후 첫 당일치기 여행을 한다고 손녀를 봐달라고 했다. 드디어 손녀를 하루 종일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선씨는 자못 흥분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아침 일찍 출발한다기에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아들집에 도착한 미선씨에게 초보아빠인 아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분유는 3시간 간격으로 딱 120㏄만 주세요. 인터넷에 보면 아주 신생아 때부터 식습관을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대요.”

아들과 며느리는 말끝마다 인터넷에 그렇게 나와 있다며, 분유 먹은 후 트림시키는 법, 애기 머리 눕히는 방법 등을 주지시키는 게 아닌가? 민주씨는 아들과 며느리의 당부에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애기가 배고픈 기색이면 그래도 나는 우유를 더 주고 보채면 시간 당겨서 줄거다…라고 다짐하는데 아들이 또 쐐기를 박았다.

“엄마, 경험 있다는 거 인정은 하지만 요즘은 육아법도 바뀌었으니 맘대로 하지 말아 주세요.”

생각해보니 미선씨도 그 옛날 친정엄마에게 그 당시 육아의 바이블격이었던 [스포크박사의 육아법]을 떠벌렸던 터라 세대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러나…미선씨는 인터넷 육아법으로 막강하게 무장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인터넷이 우는 애기도 달래고 흔들어서 재워 준대니? 그 방법이야 나와 있겠지만 육아는 결국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거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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