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것들⑮] 개구리에게는 ‘시멘트 농수로’가 팬데믹···농수로에 사다리를 놓자

김남기 기자
  • 입력 2020.10.28 16:40
  • 수정 2023.03.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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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초등학교시절 개구리 해부를 위해 서울근교 논두렁에서 개구리를 잡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 논에는 농약 때문인지 개구리, 미꾸라지, 우렁 등, 전에 흔히 보던 동물들이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특히 대형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농수로가 시멘트로 만들어져 개구리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 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개구리의 서식지를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영국로즈디자인서비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국에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는 백령도 33개, 파주 13개, 연천 2개에 이어 고성의 14개를 포함 총 62개이다.

(시멘트 논두렁에 갖힌 개구리. 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강원도 고성군 송정리 농수로에 14개의 개구리사다리가 설치됐다. 논에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한 이유는 시멘트 농수로에 개구리 개체수가 상당히 많이 서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구리사다리 설치에 함께 한 지역농민은 “수초형 농수로일 때는 미꾸라지 등을 잡을 수 있었으나 콘크리트로 농수로 이후부터는 미꾸라지를 볼 수가 없다. 시멘트 농수로가 최선인 줄 알았지만 더 낳은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며 개구리사다리 설치에 동의했다.

(개구리 사다리 설치장면. 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백령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고성 개구리사다리 설치에도 함께 한 최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현재는 접경지역 농수로를 통해 개구리사다리가 설치되고 있는데 도심지역 우수관, 도시공원내 사방시설에도 설치해 도심내 양서류들을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설치에 직접 나선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장석근 의장은 “사실상 수초형 농수로가 전국에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서 되도록 수초형을 유지하되 시멘트농수로가 불가피한 경우 처음부터 개구리사다리 설계가 필요하다. 팬데믹이 주는 교훈은 서식지 보호인데 양서파충류, 조류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종들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개구리 사다리 설치장면. 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양서류 전문가인 중국 난징임업대학 아마엘볼체 박사는 “시멘트농수로와 같은 현대 농업 방법이 양서류의 개체수 감소를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개구리사다리설치와 같은 양서류를 살리기 위한 방법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농민, 환경단체, 지방정부, 학자, 재단이 함께 양서류를 살리기 위한 노력에 감사하다”며 그나마 한국 논에 남아있는 수초형 농수로가 더 이상 시멘트 농수로로 바뀌지 않기를 희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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