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모작 시간여행⑤] 미디어 아트에 동·서양의 철학을 담다···미디어아티스트 '조상'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11.02 15:57
  • 수정 2021.06.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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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에 동·서양의 철학을 담다 

미디어아티스트 '조상'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팬데믹 공포와 마주하기

 

"파사드, 파사드, 자꾸 되뇌이니 일거에 뭔가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신사조 같다.
마치 뒤샹의 변기처럼,
우리의 뇌구조를 일시에 바꾸려는, 그런 고약한 어감(語感)이 난다."

 

(초연결사회. 촬영=윤재훈)
(초연결사회. 촬영=윤재훈)

'조상 미디어아트 미디어 파사드 전' 

초연결사회 - 바라봄과 보여짐 ​
Hyper-Connected Society | gazing & being gazed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출연했다. 팬데믹의 공포로 마스크 쓴 인간 ‘호모 마스쿠스Home maskus’가 되어 스스로를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s Lacan)이 얘기했던 "응시(gaze)"의 원리를 미디어아트의 조형 언어로 형상화 했다.

작가에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다양한 플랫폼이며,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 사옥에 설치된 ‘COMO 미디어 파사드 조상 작품 전시’에 갈음하는 이야기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대상성이 없는 대상성.”

“환상적인 구조 속에서의 응시는, 타자의 시선이자 동시에 작가의 시선일 수 있다.
마치 신채호 선생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싸움’을 보는 듯도 하다.”

(아휴, 힘들어. 작가 조상)
(아휴, 힘들어. 작가 조상)

작가는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동양의 유불선을 주제로 그에 충실한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뉴욕으로 떠난 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미국인 교수가 수묵화의 정신이 동서양의 소통에 괴리감을 주는 것 같다는 말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만약 동서양의 소통에 부재의 느낌이 있다면, ‘나는 누구이며, 또 그렇게 말한 저 미국인 교수은 또 누구인가.’ 동양의 정신이 ‘직관의 세계’라면, 서양사에 흐르는 ‘추론적 세계관’는 또 무엇인가? 그 차이점과 정체성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논할 것인가?

그러자 문득 노자가 떠올랐고 서양에서는 아이슈타인이 마치 호수 위 물거품처럼 떠올랐다고 한다. 이 두 인물에 의한 차이점에 고민한다며 뭔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을 통해 ‘자신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구적인 학문의 프리즘을 통해 동서양이 융합된 세계관과, 직관과 추론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두 세계를 결합한 일원론적 세계관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것이 뉴욕에서의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그후 ‘노자와 아이슈타인과 나’에 관련된 전시가 이어졌으며, 이후 장자의 물화(物化)사상과 라깡의 정신분석적 세계 속에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여러 인물들을 통해 시각적인 언어로 재발견, 재창조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초연결사회. 촬영=윤재훈)
(초연결사회. 촬영=윤재훈)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

‘초연결사회’, 점점 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 인간의 대한 고독감과 소외가 더 무겁게 짓누른다. 그래서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이고 내면적인 무의식의 세계에 관해 더 다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인물들의 통해 시뮬라크르Simulacre, 복제의 세계까지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유전자의 변형이나 신인류의 탄생, 동시에 이런 것들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내가 느끼는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며
내 자아 또한 타자의 자아가 아닌가.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욕망인데,
내 욕망으로 착각하고 살지나 않는가?
결국 내 욕망이나 자아는 타자에 의한 욕망일진데"

이런 것들에 천착하다보니 이번의 주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꿈 이야기’을 끄집어 낸다.

(무의식의 담론. 촬영=윤재훈)
(무의식의 담론. 촬영=윤재훈)

“무의식 속의 무의식” “중첩에의 중첩”

전통한옥에서도 문을 보면 계속 중첩되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물론 환기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신의 작품에서 오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꿈에서 나타난 것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60년대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초등학교 풍경이나, 지금 2020년대를 살아가는 서울의 거리 속에서, 문득 과거와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낀다고 한다. ,

혼탁한 대도시의 이미지와, 꿈에서 나타난 유토피아 같은 그런 공간을 작가는 ‘3시3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단다. 세 개의 시간과 세 개의 공간이 서로 한 화면에 확, 나타나는데, 일종의 꿈에서 경험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작가는 꿈에서 나타난 시간을 구별하지 않고 한 화면에 나타내는데, 결국 3개의 시간과 3개의 공간이 하나로 화한 어떤 것들이 공백화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강하게 압축된 어떤 세계를 ‘공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큰바위 얼굴 같다. 작가 조상)
(큰바위 얼굴 같다. 작가 조상)

그동안 작가의 예술 인생이 궁금했다. 한국에서 미술공부를 할 때는, 지극히 ‘한국성, 동양성’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묵의 정신성’, ‘한국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스승님들에게 강요되다시피 공부를 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서양의 변화된 부분 속에서, 우리의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수묵의 정신성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과연 ‘모든 수묵화는 같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 수묵과 서양 현대미술이 같고 있는 괴리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것들인데, 결국은 ‘시대성에 대한 고민’에서 오는 것들 이었다고 한다.

“그 속에서 작가의 정체성, 즉 남과 다른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이 시대를 다른 눈으로 세상에 질문하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을지로 SK사옥 벽면에 설치된 조상의 '미디어 파사드Media fasade'. 촬영=윤재훈)
(을지로 SK사옥 벽면에 설치된 조상의 '미디어 파사드'. 촬영=윤재훈)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잘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100점을 받았으며 아버지가 유난히 미술 재료를 많이 사주셨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많이 그리게 되고 공모를 통해 수상한 것이 이 길을 가게 만들었다고. 대학에서도 다른 친구들은 서양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는 달랐다고 한다. 어릴 때 유교적인 분위기나 아버지가 시킨 서예나 묵의 향기 등 그런 좋은 기억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공부하면서 보는 스승님들의 단아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단다. 다른 친구들은 컴퓨터를 배우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른 생각 오직 전공만 생각했다고 한다.

이제 점점 정년의 시기가 돌아오는데, 지금의 소망은 전업작가를 꿈꾼다고 한다. 늘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단다. 도중에 붓을 꺾고 간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작가는 그 점에서 행운이었다고.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한 길을 갈 수 있었으며, 자신의 우직한 부분도 있지만,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다른 생각 않고 이 길을 올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보통 1~2년에 한두 번 정도 전시를 했는데, 몇 년 전부터 전업작가 준비하면서는 매년 전시회를 하고 있단다. 전업작가의 틀에 묶어 환경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그런 작가에게 그림을 하면서 얻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듣고 싶다고 하자, 선뜻 옛이야기를 하나 꺼낸다.

작가는 운이 좋아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뉴욕 ‘조지빌리스 갤러리’ 전속 작가로 10여 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주로 한, 중, 일 동양 권 작가들이 많았는데, 1990년대 두 번째 전시회 쯤으로 기억한단다. 수묵과 아크릴이 혼합한 맥스미디어 평면작업으로 상당히 대작이었는데, 한 감상자가 가격을 알고 싶다고 했단다. 당시 50,000달러로 기억을 하는데, 그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아 벤츠도 그 정도면 사는데, 그 것 뿐이 되지 않느냐”, 너무 싼 것 아니냐고 말씀해 주셔서, 작가의 자부심과 참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단다.

(작업 중인 작가)
(작업 중인 조상 작가)

작가는 한국에서는 동양화나 한국화가로 살았으며, 서양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주로 다루었다고 한다.

1994년 대학원 마무리 무렵, 그 시절 생소한 비디오 아트작가인 백남준 선생이 60대 무렵, 동료작가로서 4번 정도 같이 그룹전을 했다고 한다. 3~40여명 정도 참여하였는데, 뉴욕에서는 주로 백선생님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뉴욕 채널 25번에서도 진행이 되었는데, 이 방송은 한국의 EBS와 같은 류의 채널로 방송으로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시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에나 가능한 시도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DMZ에서 베를린까지’라고 하는 문광부 주최 전시회를 국내외 작가 30여명과 함께 진행했다고 한다.

지금은 각 대학에 미디어 학과가 개설되어 전공자들이 많지만, 그 시절에는 대학에도 전공이 없어 드문 편이었다고 한다. 평생을 ‘설치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화가’ 등 다양의 이름으로 살고 있으며, 이번에는 미디어 아트 중에서도 ‘미디어 파사드’로 전시회를 진행했다. 이 장르는 요즘 젊은 작가들도 굉장히 선호하는 분야이며, 세계적으로도 핫한 분야라고 한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호기심이 가장 많아 대학 입시에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미디어 파사드나 프로젝션 맵핑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들 한단다.

유럽에서는 1960~70년대부터 굉장히 예술로서 성행되었는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각종 미디어가 발달되다 보니 필수로 들어가는 장르가 되었다고 한다.

“미래의 다가오는 세계에서는 갈수록 ‘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가 첨단화 되고 인공지능, 복제된 인간, 영생의 시대들이 온다고 수선을 떠는데,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더욱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우리로서,
동물과 다른 점이 아닐까?”

(아(我)와 비아(非我)의 불협화음. 촬영=윤재훈)
(아(我)와 비아(非我)의 불협화음. 촬영=윤재훈)

초연결사회가 되어 갈수록 개인의 프라버시가 침해당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그런 것들은 더욱 인간성 말살을 가속화 시킬 것이며, 작가는 이런 것들에 대해 늘 질문하고 싶다고 한다.

“공동체와 가족들이 해체되는 이 시대의 병리에 대해서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혼술, 혼식, 1인 가족’이 늘어나고,
히키 코모리, 공황장애 등 청소년들의 정신장애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의 사태로 사회는 비대면을 요구하고,
인간과 기계의 대면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미래로 이어져가고 그 시대에 맞게 새롭게 변화된 것이 전통의 자연스런 흐름이겠지만,
한쪽에서는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또한 크다.
세상의 흐름은 당대에는 이질적이고 서로 충돌하겠지만,
그것 또한 물처럼 흘러갈 것이다."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 코로나 비대면의 시대. 촬영=윤재훈)
(호모 마스쿠스, 코로나 비대면의 시대. 촬영=윤재훈)

작가는 24시간 작업만을 생각하며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은 오직 작품만 매진할 수 있는 꿈을 꾼다고 한다. 또한 이제 뉴욕과 한국을 넘어 유럽 진출을 꿈꾼다고 하는데, 내년쯤이나 코로나 잠잠해지면 독일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금호미술관 초대전과 기타 개인전 22회회 정도 했으며, 미국 댈러스 미술관, 알버트 녹스 미술관 등에서 250여회의 기획 그룹전에 참여했다.

직접 진행한 아트 프로젝트는 서울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디지털 공공예술 개념 설계(2003), <전주세계소리축제 판소리 칸타타 유관순> 공연영상 연출, 감독(2006), 미디어아트 싱글 채널 페스티벌 디렉터(2007), 미디어 퍼포먼스 <나무와 물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총감독(2008), <예술과 과학이 만난 자연전> 디렉터(2008), 순천만 대지미술 <달을 문 새> 제작 (2008) 등이 있으며, 현재 서울시 디지털미디어시티 자문위원, (사단법인)한국예술융합연구센터 ACLab 대표로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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