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것들⑯] 하늘의 사냥꾼 천연기념물 매

김남기 기자
  • 입력 2020.11.03 15:30
  • 수정 2023.03.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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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시치미’란 원래 매의 꼬리 깃에 소뿔을 깎아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 방울과 함께 매다는 일종의 인식표로,

‘하고도 안 한 체하는 태도’를 일컬어

‘시치미 뗀다’라는 속담이 생겨남

 

하늘의 사냥꾼 ‘매’

(매사냥 모습. 사진=천연기념물센터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우리나라의 전통 매사냥은 지난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매꾼이 소리치면 몰이꾼들은 ‘시치미’의 방울 소리를 듣고 매가 날아간 방향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매는 꿩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 움켜쥐고 있기가 대부분이다.

매사냥은 기원전 8세기쯤 중동의 아시리아에서 매사냥을 한 증거가 발견됐으니 역사는 오래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방에서 발달한 매사냥은 중국 북부와 몽골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려시대 때는 몽골의 영향으로 매의 사육과 사냥을 담당하는 ‘응방'이라는 관청까지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냥에 쓰는 매를 사육하고 사냥하는 ‘응사’(鷹師)가 전북 진안의 박정오씨, 대전시의 박용순씨 등 2명이 있다. 모두 시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매사냥의 전통을 잇고 있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 ‘매’의 수난

(매구조 모습. 사진=진천소방서 제공) 

진천소방서가 지난 9월 3일 아파트 복도에 갇혀있던 천연기념물 ‘매’를 구조해 자연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진천소방서는 충북혁신도시 한 아파트 복도에서 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매(천연기념물 323-7호)는 맹금류로서 자칫 공동주택 내 어린아이나 성인에게도 위협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출동이 긴급했다.

다행히도 매(황조롱이로 추정)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겁에 질려있는 상태였고, 발견 당시 움직임이 없었다.

이에 출동 소방관들은 매를 소방서로 옮겨 부상 상태를 자세히 확인했지만 다친 부위는 발견되지 않아 소방서 근처 야산으로 돌려보냈다.

(파키스탄에서 압수된 매.사진=AP뉴시스)

파키스탄에서도 밀거래 위기에 처했던 사냥용 매 74마리가 구조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됐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세관당국은 최근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중동으로 밀반출될 뻔한 매 74마리를 압수했다. 당국 관계자는 “압수된 새들은 모두 희귀한 멸종위기종으로 거래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밀거래됐을 경우 약 14억 원가량의 가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매는 주로 중동으로 밀반출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중동 국가에서 매를 신성한 상징으로 여기며, 매사냥을 즐기기 때문이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경매에 나온 매 1마리가 4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제주지역 해안 절벽서 매 18쌍 서식

(짝짓기하는매와 파랑새를 낚아챈 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짝짓기하는매와 파랑새를 낚아챈 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제주도내 해안 절벽에서 조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라 할 수 있는 매가 총 18쌍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올해 조사연구 사업으로 제주도에 서식하는 맹금류의 분포 실태를 담은 『제주 바다를 누비는 매』책자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 1급인 매는 해안절벽에서 번식하는 텃새이다.

제주도는 철새의 이동경로 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맹금류의 이동경로, 번식유무, 개체수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수월봉을 비롯해 일출봉, 섭지코지 등 수성화산체와 갯깍, 돔베낭골, 형제섬 등 주상절리대가 발달한 곳이 그들의 보금자리로 확인됐다.

‘매사냥’ 전시회 관람 기회 열려

이제는 국내에서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시피하고 있는 매사냥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경북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1월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더브-살다’. ‘더불어’의 옛날 말인 ‘더브’를 활용해 ‘더불어 살자’로 했다. 환경오염과 같은 현재의 여러 문제들을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서 찾아보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전시에서는 위기의 지구 상황과 과거 매사냥꾼의 모습을 세미디오라마(semi-diorama)로 재현했다. 디오라마는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에 두고 축소모형을 재현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풍경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이를 통해서 매사냥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매사냥을 하는가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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