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여행 가고 싶은 사람 모여라…‘여행 갈까요’ 전시회

김지수 기자
  • 입력 2020.11.06 11:31
  • 수정 2022.04.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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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Auroras forest,200x100,디지털아트canvas,2015 ⓒ뚝섬미술관

[이모작뉴스 김지수 기자] 코로나 이후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1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23만 명에서 7천 명으로 급감했다. 약 30분의 1수준이다. 마스크 속에 갇혀 대화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요즘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전시가 있다.

바로 ‘여행 갈까요’ 전시이다. 여행이 낯설어진 요즘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즐기게 해주는 뚝섬미술관에 지난 11월 4일 다녀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비행기 입구. 실제 탑승하는 느낌을 준다. 촬영=김지수 기자

전시장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치 공항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순간 미술관이 아닌 실제 공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으로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의 느낌과 설렘을 가지고 전시를 볼 수 있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비행기 좌석이었고, 옆에는 창문에 하늘의 구름 사진을 붙여놨다. 실제로 세 개의 창문 각각 다른 하늘 모습이다. 똑같을 순 없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 여행 전 설렘을 증폭시키기엔 성공적이다.

전시공간. 사진=뚝섬미술관제공
전시공간. 사진=뚝섬미술관제공

전시 한편에는 마치 피서를 온 듯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옆에 걸려있는 작품의 분위기까지 찰떡궁합이다. 쌀쌀하다 못해 추워지는 요즘, 당장이라도 따듯하고 고요한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옆에 배치돼있는 선인장과 오두막처럼 생긴 파라솔이 무더운 휴양지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해당 작품을 그린 황다연 작가는 ‘삭막한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여유와 휴식이 되는 파라다이스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문구로 작품을 소개했다.

차일만.Alecandria⫼_Paris,100.0x73.0,Oil on Canvas,1993. 촬영=김지수 기자
차일만.역사의 빛_몽생미셀,162.0x80.0,Oil on Canvas, 2009. 촬영=김지수 기자

차일만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파리의 거리 사진과 죽기 전 꼭 봐야 할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이라는 몽생미셸의 모습을 담아냈다. 본인 또한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곳인지라 더욱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올해 초인 1월, 실제로 직접 다녀왔는데 꿈에 그리던 곳을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밝을 때 봐도 멋지지만 해가 지고 성 안에 있는 조명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이란.. 모든 걸 다 잊게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차일만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의 어두움 속 아름다움을 거리의 조명과 물에 비치는 그림자로 아주 잘 표현했다. 특히 파리의 그림 작품들을 보고 난 후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지난 추억을 떠올려봤다.

정은진.Auroras forest,200x100,디지털아트canvas,2015 ⓒ뚝섬미술관

핀란드의 오로라 숲을 그린 정은진 작가는 세계를 여행 다니며 있는 그대로의 밤하늘을 담아낸다. 좋아하는 장소를 여행하며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추억하기 위해 남기는 사진, 거기에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재능이다. 그리는 내내 작가는 얼마나 지난날을 곱씹어 봤을까. 또 정은진 작가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기도 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오로라가 하나의 버킷리스트일 텐데, 그 버킷리스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즉 이번 전시는 ‘여행’만이 아닌 또 다른 메시지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환경’이다.

전시공간 내부에 설치된 모래바닥, 그 위에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다. 촬영=김지수 기자
전시공간 내부에 설치된 모래바닥, 그 위에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다. 촬영=김지수 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여행지 대부분이 쓰레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떠날 여행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여행 갈까요’ 전시는 답답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위한 문화생활 제공과 함께 여행지 환경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세계 지도 위 관람객들의 바람이 적혀있다. 다녀온 곳이나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붙일 수 있다. 촬영 =김지수 기자

관람객들은 세계지도 속, 가고 싶은 곳 또는 갔던 곳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한마디씩 남기기도 했다. ‘대학 동기들아 잘 살고 있니?’. ‘시카우치에서 니카후라노 걸어가 보세요 “강추”’, ‘지우랑 세계여행해버렸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코로나 빨리 물러가라!’ 등 많은 메모를 볼 수 있었다.

한 쪽 벽면을 가득 빔이 오로라 화면을 띄어놨다,
오로라 빔이 아닌 진짜 오로라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촬영=김지수 기자
다른 공간에도 한 벽면을 가득 빔프로젝트가 여행영상을 비추고 있다.
영상에 비친 그림자로나마 자신의 모습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촬영=김지수 기자

사전예약제를 통한 입장이기에, 같은 시간대 관람객들과 짧게나마 직접 이야기도 해봤다. ‘입구도 공항 같아서 좋았고 흘러나오는 음악들과 그림, 영상들이 주는 분위기가 여행을 더 가고 싶게 했다’, ‘여행 영상들도 진짜처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생동감이 들었다, 또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같이 관람했던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4학년 L양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좋은 취지임은 알지만 환경오염 문제 제기 후 급작스레 끝나버린 전시가 조금 뜬금없었다며, 전시회의 전반적 스토리텔링이 아쉬웠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여행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회 ‘여행 갈까요’는 서울 뚝섬미술관에서 12월 2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내부 전경. (상)자연을 표현하기 위한 초록빛 작품들과 곳곳에 화분을 배치해놓은 모습
(하)외국의 여유로운 카페 테라스 모습으로 꾸며놨다. 커피와 책 그리고 수첩은 더욱 생동감을 준다.
촬영=김지수 기자

 

전시회 '여행 갈까요' 포스터. 사진=뚝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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