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시인 산문집…신간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김지수 기자
  • 입력 2020.11.13 12:12
  • 수정 2020.11.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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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표지. 사진=김영사 제공)

[이모작뉴스 김지수 기자] 정호승 시인의 오늘을 있게 한순간들과 이 순간들이 알알이 맺힌 시를 한 권에 담은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가 출간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사랑을 전하는 시인,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찾는 시인... 정호승 시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수식어들의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인생의 고비마다 시를 쓰고 고백하는 뜨거운 기도에 가깝다.

정호승 시인은 시와 산문이 자신의 문학을 이루는 ‘한 몸’이기에 시와 산문이 한 몸인 책을 소망해왔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오랜 소망으로 쓰인 이 책은 직접 가려 뽑은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쓴 산문이 짝을 이룬 ‘시가 있는 산문집’으로, 모두 60편이 실려 있다.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군 복무 시절의 사진, 부모님과의 한때, 존경하는 스승님과 찍은 사진 등 소중히 간직해온 시인의 사진들이 20여 컷 함께 실렸다.

책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자.

▶ 시는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고, 상처와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이며,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생이 외로움과 상처와 고통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듯 시 또한 마찬가지다.

▶ 독자들이 시집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구절은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이다. 그렇게 쓸 때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언제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 나는 사막의 모래 한 알보다 못한 존재다. 나도 선한 눈을 지니고 사막을 건너가는 야생 낙타가 되고 싶다.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으며, 사막의 물이 되면 더 좋겠다. 젋을 때는 산을 바라보아야 하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아야 한다.

▶ 만일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나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가장 먼저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 “아버지, 얼마나 짜장면이 드시고 싶으셨어요. 오늘 곱빼기로 드세요” 하고. 아, 아버지는 어쩌면 천국에서도 가끔 짜장면을 드시고 계실 것이다.

시 한 편을 읽고 나면 시인이 이 작품을 지을 때 들었던 생각, 영감을 줬던 경험 등 시작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이어 만날 수 있다.

그의 인생이 시가 되어 맺혔듯 모두의 인생이 한 편의 시라는 시인의 메시지는 읽는 이들에게 가슴 먹먹한 위로를 전달한다. 역할을 나누어 치열하게 살아온 인간 정호승과 시인 정호승이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인간적인 성숙과 나이 듦의 성찰까지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이 책만이 갖는 묘미일 것이다.

(정호승 시인.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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