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을 바라보는 Y씨는 "아끼다가 똥된다"는 말을 제일 싫어할 정도로 평생을 ‘아끼다’로 살아온 사람이다. 또한 ‘우리 것’을 너무 사랑하사 외국 물건은 쳐다도 안 볼뿐만 아니라 순우리말도 좋아해서 비행기는 ‘날틀’,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계집애큰배움터’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Y씨는 집안에서 제일 잘나가는 손위 6촌성님이 20여 년 전에 미국으로 떠나면서 입다 남겨준 겨울 잠바를 아끼고 아끼다가 첫눈 오는 날 드디어 꺼내 입었다.
“아~따 징하게 따땃하구만. 성님 고마버요. 내가 누구라고 요런 것을 선물로 주시다니...(훌쩍)”
Y씨는 찬바람에 손이 시려 잠바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코끝을 훌쩍거리다가 다음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요것이 대관절 뭔 일이여. 뭔놈의 천원짜리가 여그서 나오까?”
Y씨는 큰 충격을 받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다시 차리고는 1000원짜리의 주인은 바로 육촌형님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돌려드려야제. 암은~.”
평소 영어로 된 것은 쳐다도 안 보던 Y씨는 하는 수 없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일단 미국으로 전화를 걸면 그곳 전화교환원이 영어로 말할 것이고 우리말은 안 통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Y씨는 거금 1300원으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서점에서 <쌩초보를 위한 영어회화 첫발떼기>라는 책을 10000원에 사왔던 것이다.
‘여보씨요’는 헬로
‘안녕하신게라’는 하야유
‘사랑혀유’는 라브
‘성님’은 브라다
‘참말로 고마버요’는 쌩쏘마치
‘교환 아가씨, 미국 뉴요꾸 성님 좀 바꿔줘유’는 ???
요것은 책에 없는디 으째야쓰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