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㊸] 코카서스 3국을 가다 9_조지아 ’나리칼라 요새‘와 ‘사메바 대성당’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3.11 11:30
  • 수정 2021.07.1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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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의 나라 조지아
’나리칼라 요새‘와 ‘사메바 대성당’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
상처 입은 자들이다.
죽음의 창이
모두을 상하게 하나니
수치스런 삶을 살기보다
영광스런 최후를 원하노라.

- 루스타벨리의 ‘표범가죽을 입은 기사’ 중

(조지아의 상징, 나리칼라 요새.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기원전 4세기부터 인간의 발자국이 드리우기 시작한 ‘와인의 나라’, 수도 트빌리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체(Citadel) 도시이다. 지금처럼 치안이 발달하지 않은 먼 옛날에는 나라가 개국되면 맨 먼저 자국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을 쌓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로지 백성들의 피와 목숨을 담보로 한 강제 노역에 지나지 않았다. 오직 왕과 거기에 기생하여 권력를 탐하는 자들을 위한 나라가 대부분이었다. 그 뒤안길에 순박한 백성들은 항상 피에 굶주린 위정자들을 위한, 신전 위의 제물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성체 도시로는 기원전 9,000년 경, 요르단강 서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리코(Jericho, 예리고, 여리고, 아랍인들은 ’아리하‘)’이다. 지중해 해면보다 250m나 낮은 성체도시였으며, 각종 과실수(특히 종려나무)가 우거진 오아시스 도시로, 예로부터 ‘종려나무 성’이라 불렀다. 본래 요르단 영토인데 19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군이 빼앗아 왔다.

구약 성경에 의하면 기원전 14세기경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예리코 성이 함락되었다(여호수아 6장)고 하니, 지금도 옛 역사가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탄소동위원소 측정법에 의하며 기원전 8,000경에 주민이 2~3,000명에 이르는 도시가 형성된 듯하다. 그러니 약 1,000년 동안에 수렵 생활에서 완전한 농업 정착 생활로 전환된 듯하다. 따라서 농경 생활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을 것이며, 밀과 보리의 낱알들까지 발견되었다.

레그브타크헤비 폭포
(레그브타크헤비폭포. 촬영=윤재훈기자]

길들지 않은 야성의 땅, 잠들지 않은 뜨거움이 꿈틀대는 트빌리시는, ‘뜨거운 땅’이라는 뜻이다. 5세기 박탄왕이 상처 입은 사슴이 온천수에 몸을 담구자 치료되는 모습을 보고, 수도를 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
상처 입은 자들이다.
죽음의 창이
모두을 상하게 하나니
수치스런 삶을 살기보다
영광스런 최후를 원하노라.
- 루스타벨리의 ‘표범가죽을 입은 기사(베프키스트카오사니)’ 중

 유황온천이 발견되어 15세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17세기에는 나리칼라 요새 아래에 동굴식 온천인 '아바노투바니(Abanotubani)'를 만들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조지아는 겨울이 길어 온천수로 과일 재배를 한다.

한 나라의 모든 역사는 예술에 투영되어 있다고 하듯이,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후로는 <트빌리시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전통찾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조지아 민족문화 박물관>에서는 전통 옛 소리 복원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별한 가사가 없이 화음을 중요시하는 노래를 부른다

특히 12세기부터 사용된 기타와 비슷한 4줄짜리 <촌구리>라는 스반족의 전통 악기는, 신에게 진리를 호소하기 위해 연주된다.

(조지아에서 가장 큰 ‘츠민다 사베바 대성당.’ 촬영=윤재훈기자)
(조지아에서 가장 큰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 촬영=윤재훈기자)

쿠라강 근처 엘리아 언덕에 솟아 있으며, 나리칼라 요새에 올라서면 바로 정면에 성 삼위일체 대성당(Holy Trinitiy Cathedral of Tbilisi, წმინდა სამების საკათედრო ტაძარი)’이 보인다. 현지인들은 사메바 대성당(Sameba Cathedral, სამება)으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독교 2,000년과 조지아 정교회 독립 1,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89년부터 새로운 대성당에 대한 건설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건축가 아킬 마인디아스빌리가 설계하고 6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95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2004년에 완공된 대성당은, 돔 형식의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조지아 전통 교회 양식과 일부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성당의 실내에는, 대천사, 성녀 니노, 성 게오르기우스, 성 니콜라스, 12사도 등의 예배실이 있다.

조지아의 정신적 부활를 상징하며, 조지아어로 사메바는 삼위일체라는 뜻이다. 수용인원은 10,000명이며, 십자가 길이만 7,5m이고 십자가까지 높이는 87,1m에 이른다. 돌은 시온 산과 요단강 쪽에서 재취하였으며, 성 조지 무덤과 예루살렘에서 갖고 온 흙을 사용했다.

‘조지아의 민족적이고 영적인 부활의 상징’을 건립 이유로 선언하고 만들어진 이 성당은, 사업가와 국민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까지 성금을 보냈다. 

 

"조지아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이며,

동방 정교회 성당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영내 안에는 대주교의 저택을 비롯하여, 종탑, 수도원, 신학교, 수련원 등이 있다."

(꽃과 종려나무의 나라, 조지아. 촬영=윤재훈기자)
(꽃과 종려나무의 나라, 조지아. 촬영=윤재훈기자)

조지아의 최대 명절인 ’부활절‘에는 예수가 예루살렘을 다시 찾았을 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 환영했다고 해서, 이 나뭇가지를 흔든다. 또한 1주일 전부터는 <종려 주일>이라고 하는 ‘고난 기간’으로, 성당에 갈 때는 종려나무 가지와 초를 꼭 들고 가서 기도하는 풍습이 있다. 사용한 가지는 집에 가 말려 1년 후에 다시 성당에 가져와 태우면, 집에 있던 모든 부정이 사라진다고 한다. 특별히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이 나무는 ’승리의 희망‘을 상징하며, 가지에 새순이 돋으면 아기를 낳는다고 한다.

이 날는 온 가족이 모여 우리의 명절처럼 음식을 만들고,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이 그들의 오랜 전통이다. 달걀에 종려나무를 붙여 붉은 염료를 넣어 삶으며, 햇밀쌀도 데친다. 가족들이 먹을 ’빠스카(빵)‘도 만드는데, 그리스어로 부활절이라는 뜻이니, 아마도 그리스에서 온 모양이다. 이렇게 만든 음식으로 부활절 전날 가족들이 모여 만찬을 한다.

부활절 1주일 전부터 대주교가 사회 주요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며, 부활절까지는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 조지아인들은 대부분 조지아 정교회를 믿으며, 부활절 당일 12시부터 주기도문을 보며 밤샘기도를 드린다. 성모상 앞에는 사람들이 자기의 가장 귀중한 물건들을 걸어놓으며, 팔찌를 걸어두고 가기도 한다. 익명의 기부자들도 많다.
츠민다 사베바 대성당 앞에는 부활절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리며, 거리의 상인들도 색색의 계란과 싹을 틔운 밀들을 팔며 요란하다.

(지금은 공원에 있지만, 그들도 ’렐로 게임‘에 열광했을 것이다. 촬영=윤재훈기자)
(지금은 공원에 있지만, 그들도 ’렐로 게임‘에 열광했을 것이다. 촬영=윤재훈기자)

또한 조지아는 7개월이 겨울이다. 그래서인지 부활절이 오면 윗마을과 아랫마을 간에 아주 오래전부터, <렐로 게임>이라는 뜨거운 축제가 열린다. 공은 전통방식에 따라 소가죽으로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며, 새로 만든 공에는 와인을 따라 마시는데, 마신 사람에게는 행운이 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게임을 하다 맨 아래 사람이 깔리며 진한 와인 향을 맡고 다시 힘을 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의 무게는 와인과 흙을 넣어 18kg로 맞춘다. 공을 만들 때는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 무게를 확인한다. 온 마을 사람들이 참가하는데, 응원도 대단하다. 마침내 신부님이 공을 던지면 시작되고, 시합 중에 공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생각한다.

1개의 공에 1000여 명이 매달리니,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개미 떼의 군무 같다. 하지만 서로 조심하고 위해주어, 큰 부상자는 생기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면 승리하게 되고, 경기가 끝나면 공동묘지로 공을 가져다 놓는다. 이것은 먼저 가신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리칼라 요세에서 본 쿠라강 번화가. 촬영=윤재훈기자)
(나리칼라 요세에서 본 쿠라강 번화가. 촬영=윤재훈기자)

트빌리시의 첫 인상은 약간 무질서하며 운전들도 거칠게 하는 듯하다. 전동차 속도처럼 빠르게 문명은 질주해 가지만,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더 빠른 속도로 자연 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도시의 중심에는 한강보다 폭이 좁은 쿠라강이 흘러가며, 양편의 도로를 따라 차들이 질주한다. 검정 차도르를 깨끗하게 차려입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옆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처럼 산유국도 아닌데, 차량은 많고 교통신호등도 거의 지키지 않는다.

청춘들도 일자리가 부족한지, 크지 않은 슈퍼에 젊은 아가씨들여 여러 명 근무한다. 전단지를 나르는 청춘들도 보이는데,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커피는 어느 나라를 가나 젊은이들로 붐빈다

한 남자가 슈퍼에서 물건을 산다. 평범한 복장에 경찰도 아닌데, 무전기와 옆구리에 권총이 반쯤 나와 누가 금방 뺄 수도 있겠다. 섬뜩하다, 이 나라는 총기 소지가 자유롭나?

(조지아 전 도시로 가는 마슈루카 터미널과 재래시장. 촬영=윤재훈기자)
(조지아 전 도시로 가는 마슈루카 터미널과 재래시장. 촬영=윤재훈기자)

식자재 대부분을 낱개로 비닐 봉투에 담아준다. 봉투를 거절할 때마다 점원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왜 그리 귀찮은 짓을 하냐는 눈빛도 섞였다.

나의 여행 모토는 ’환경과 같이 사는 여행‘이다. 절대 그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비닐 봉투는 넘쳐났지만 가능한 쓰지 않았다.

부엌에서 요리도 많이 해 먹었지만 한 번도 세재도 쓰지 않았다. 가끔은 싫어하는 주인도 있었다. 목욕탕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서 가는 여행, 내가 즐기는 여행에서,
나는 일체의 환경오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 위기의 코로나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 아닌가. 이것은 25여 년이 넘어가는 나의 오랜 습관이다.

 

(조지아의 상징, ’와인‘. 촬영=윤재훈기자)
(조지아의 상징, ’와인‘. 촬영=윤재훈기자)

계기가 있었다. SBS의 <환경의 역습>이란 프로였던가? 한 사람이 한 대야의 물로 머리를 감을 때, 비누를 사용하면 10대야의 물을 희석시키야 마실 수 있는 물이 되는데,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100드럼의 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후부터 나는 일체의 세재와 일회용품들을 쓰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비닐을 받게 되면, 몇 번 재활용을 하던가, 깨끗이 보관해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다시 갖다 주었다.

마지막 카운터에서 계산하려 할 때, 모든 물건을 커다란 비닐에 다시 담아주려 해서, 배낭에서 어제 썼던 비닐을 꺼냈다. 다시 계산원이 쳐다본다. 나오면서 대략 셈을 해보니 6장 이상의 비닐을 아낀 것 같다.

”자연이 나를 보고 웃는다.

공기가 더 신선해졌을 것 같다.

그 공기가 마시며 발걸음 가볍게 돌아온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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