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의 플러스라이프] ‘리봄’ 조연미 대표,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때가 인생의 봄날”

박애경 기자
  • 입력 2021.04.05 14:35
  • 수정 2021.06.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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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삶에서 가장 생기발랄하고 행복한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흔히 ‘인생의 봄날’이라고 한다. 이것은 생동감, 따사로움, 화사함, 그리고 희망 등 봄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 때문일 거다. 우리에게 생의 봄날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청년기에, 어떤 이는 중·장년기에, 혹은 더 늦은 노년기에 생의 봄날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인생에서 봄날은 꼭 한번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겨울지나 봄이 오듯 인생의 봄날도 계절의 순환처럼 오고가고 한다. 지난 4월 1일, ‘다시 꽃피는 인생2막의 봄날’을 즐기려는 시니어들의 놀이터, ‘리봄’을 다녀왔다. ‘시니어플래너’를 양성하고 교육하는 ‘리봄’의 조연미 대표를 만나 생의 봄날을 되찾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리봄’ 조연미 대표. 촬영=김남기 기자)

국내 제1호 시니어플래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조연미 대표는 현재 시니어플래너 양성학교인 ‘리봄교육’의 대표와 미디어 ‘시니어통’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백세시대를 준비하는 시니어들을 위한 창직전문가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시니어의 일과 삶에 대한 제안 및 정부정책에 대한 제언 등을 조 대표만의 ‘사이다 어법’으로 제시해 ‘통쾌상쾌 인기강사’로도 불린다. 그래서인지 조 대표의 일상은 날마다 생기 넘치는 ‘봄날’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니어 일과 삶> 연구소 소장 조연미입니다. 처음 이 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백세시대를 준비하는 우리가 어떻게 일과 삶을 운용해 가야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밑그림과 관련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연구소를 통해 시니어의 일과 삶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과 몰랐던 것, 그리고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했고, 그래서 ‘시니어 통’이라는 뉴스레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시니어 관련 연구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다보니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업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시니어플래너라는 창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직업이라 스스로 ‘국내 1호’라는 별칭을 붙이게 되었죠.(웃음)

(리봄시니어플래너. 사진=리봄 제공)
(리봄시니어플래너. 사진=리봄 제공)

조연미 대표의 ‘리봄’ 출발은 바로 여기부터라고 한다. ‘시니어플래너’라는 신개념 창직활동을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2015년 ‘리봄학교’를 설립하고 시니어플래너 자격증 과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는 조 대표가 지난 14년 동안 쌓고 다듬어 온 콘텐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에 관해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한 10년 전쯤, 퇴직공무원들을 위한 미래설계교육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2011년 당시에는 시니어 문제라기 보단 전문직에서 퇴직한 분들이 이른바 ‘묻지마 창업’으로 창업 후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이 창업 후에도 발휘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창업세계에서는 취약했던 거였죠. 그래서 창업하기 전 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에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시니어 창업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인생2막을 준비하는 국내 최초 과정일 겁니다. 이때 중기청은 퇴직공무원들을 위해 교육 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와 사례를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실패를 최소화시키려고 했고, 공간을 제공해 창업을 도와주었습니다.

(퇴직공무원 명강사양성과정. 사진=리봄제공)

그때 제가 맡아 운영한 부분이 바로 시니어플래너 과정입니다. 5~60대 초반 퇴직자들이 교육 대상이었는데, 이분들의 마음가짐이 아직 할 수 있는 것은 많은데 자신감은 떨어져 있는 거예요. 게다가 돈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그냥 일을 벌리다보니 취약한 점이 많았죠. 재정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론적 교육보다는 사례교육이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고,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인생선배인 70대가 강사가 되어 자신은 인생고개를 어떻게 지났는지, 설계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고백같은 강의를 했고, 멘토가 돼주었습니다. 이때 5~60대 멘티들은 열광했습니다. ‘아 늦지 않겠구나’, ‘준비가 필요하구나’라는 생각들을 심은 거죠. 교육과정은 70시간으로, 선배 퇴직자들의 조언형태로 진행해 70대 강사들에게는 일할 기회를, 교육생들에게는 산교육을 받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중기청 시니어 커뮤니티 지원사업도 수행하면서 정부의 시니어 정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쌓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사업 위탁운영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 대학교와 컨소시엄으로 정책사업 입찰에 참여했지만, 두 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유찰된 이유는 경쟁 상대가 없어서였죠. 그만큼 당시에는 시니어 정책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없었던 겁니다. 3번 만에 입찰에 성공해 2년간 위탁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시니어 커뮤니티 운영경험을 쌓은 조 대표는 이후에도 정책사업을 활용해 시니어플래너 과정을 시니어sns플래너, 시니어온라인창업, 시니어창업플래너 등으로 세분화하고 전문화했다. 시니어플래너 1급, 2급 자격증 과정도 마련했다.

(SNS플내너 교육. 사진=리봄 제공)
(시니어SNS플내너 교육. 사진=리봄 제공)

과정을 세분화시키는 과정에서 디지털시대에 맞는 인생2막을 설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 바로 스마트폰 활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스마트폰은 휴대용 컴퓨터와 같습니다. 컴퓨터 활용능력이 좋을수록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은 날마다 그 기능이 진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시니어들이 그 속도에 따라가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바로 ‘시니어SNS플래너’ 과정입니다. 세상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창직의 트렌드도 익히고, 일을 진행할 때 숏컷(Short Cut.지름길)으로 가는 방법들이 스마트폰 활용에 들어있기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만들어가는 시니어플래너가 현재 전국에 약 5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직업으로서 경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많은지 궁금했다.

현재는 시장이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국가가 백세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선진국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시장은 점차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시니어들이 무조건 국가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가가 시도하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기회로 만드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인생2막에 경제적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사회공헌 또는 사회적가치공유를 통한 자기계발도 의미 있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사업 중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되는 사회공헌활동 영역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다보면 시니어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모아지고, 정책으로 이어져,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는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디지털마케터, 시니어플래너 교육. 사진=리봄 제공)

조 대표는 시니어 스스로 고립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립되어 있으면 어두침침한 겨울밤에 머물러 더 웅크리게 된다고 한다. ‘함께라면’의 풍부한 맛을 본 사람은 누구나 봄날 같은 시간을 소유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리봄학교가 바로 그 맛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배우면서 행복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리봄학교를 운영하면서 행복하고 보람된 일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공인중개사 시험에 실패한 60대 선생님의 일화가 잊히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노후준비를 위한 유일한 계획과 희망이었던 공인중개사 자격취득이 물거품이 되자 절망에 빠졌다고 합니다. 유서까지 쓸 정도로 우울증을 겪었답니다. 치료과정을 거친 후 활동거리를 찾다가 저희 리봄학교에 오셨어요. 그때가 광진노동복지센터에서 교육비를 지원을 받아 ‘스마트폰 블로그 첫걸음’이라는 교육을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소극적인 분이셨는데, 블로그 수업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변화해가는 것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독자수가 엄청난 유명 블로거가 되셨습니다. 긍정적으로 변한 자신의 이야기와 블로그 운영 노하우를 복지관에서 재능기부로 교육하고 계십니다.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돼서 기쁘고, 그로 인해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하십니다.

(1인미디어컨텐츠교육. 사진=리봄제공)

조 대표는 이런 행복의 선순환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면서 ‘리봄’이 그 역할의 중심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니어들이 자신을 위한 인생플래너로서, 혹은 타인의 인생플랜을 잘 설계해주는 전문플래너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에 올려주는 역할도 하겠다고 했다. 리봄은 ‘자신을 다시 보고 배우면 인생의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란다. 조 대표의 봄날은 언제였나는 질문에 “바로 지금”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저는 얼떨결에 사회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경력단절여성이었죠. 가정 일에만 매몰돼있을 땐 제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숨어있던 저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거죠. 이것이 봄날이지 싶습니다.(웃음) 스스로의 생각을 실현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칭찬받고 하는 것이 저의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꿈이 커지는 것, 누군가에게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이어 ‘리봄 인생’을 기대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말을 부탁했다.

우리 선생님들을 보면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른처럼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도 갖고 계시구요. ‘리봄’의 공간에서는 나이가 몇이든 있는 모습 그대로 나답게,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생을 응원합니다.

(리봄 사무실 소품. 촬영=김남기 기자)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노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당혹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우리는 노인을 정말 모르는 사회를 살고 있구나. 그냥 효도나 공경에 대한 개념만 갖고 있고, 어떻게 해야 효도나 공경인지 모르는 사회인 것이었습니다. 노인 스스로 행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노인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공급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는 그게 없었습니다. 이유는 노인에 관해 사회복지개념만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닌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참 슬펐습니다. 노인이 됐을 때도 여전히 나의 삶의 주체는 나라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노인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야하는 백세시대가 지금이다.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때, 바로 그때가 ‘인생의 봄날’이지 싶다. 그래서 우리 생의 봄날은 계절처럼 오고 갈 것이며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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