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㊽] 천년 붓다왕국 미얀마 1..."미얀마는 아프다"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4.20 11:34
  • 수정 2021.04.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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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붓다 왕국_미얀마는 아프다

မစိုးရိမ်ပါနဲ့၊ အားပေးကူညီပါ။
ကိုရီးယားတွေကမြန်မာလူမျိုးတွေနဲ့အတူပါ။

힘내세요. 도와주세요.
한국인들은 미얀마인들과 함께합니다.

미얀마는 아프다.
5월이 다가오고 있다.
광주의 봄과 오버랩된다.

 

(부상자를 싣고. 사진=미얀마 친구 페이스북)
(부상자를 싣고. 사진=미얀마 친구 페이스북)

보리 이삭처럼 도금된 신들
탄생의 죄를 똘똘 감고 있는 뱀의 신들
보기에도 섬찟한 십자가의 예수처럼
공허한 영원의 칵테일 파티에서 미소 지으며
우아하게 벌거벗고 있는 부처님들
그들 전지전능한 신들은
우리에게 천국을 강요하고
고문과 권총으로
신앙심을 매수하기도 하고 피를 태우기도 했다
- 파브로 네루다, ‘동방의 종교’, 김남주 시인 역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미얀마 군부는 어이하여 자국민들을 타국과 전쟁을 하는 것처럼 무자비하게 살상하는가? 서방의 사람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지만, 거기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 특히나 그들의 지나온 과거를 보면 ‘군부 우월주의와 민간인들에 대한 멸시, 오랜 소수민족들의 탄압’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 어찌 보면 중국의 공산주의와도 닮아 보인다. 누군가는 국민들에게 탱크를 앞세워 총을 난사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은 천안문에 진주해 있던 탱크와 닮아 보인다고 한다.

인도주의 봉사단체 '프리 버마 레인저스'가 제공한 사진에 27일 미얀마 카렌주 데부노(Deh Bu Noh) 마을 주민들이 미얀마 군부의 공습을 피해 대피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미얀마 군용기 27일 밤 카렌주의 한 마을을 덮쳐 최소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2021.03.28.
(미얀마 카렌주 데부노(Deh Bu Noh) 마을 주민들이 미얀마 군부의 공습을 피해 대피하고 있다. 사진=인도주의 봉사단체 '프리 버마 레인저스' 제공)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반 군부 시위대를 처리한다고, 교도소에서 흉악 범죄자들을 23,000명이나 일부러 석방했다고 한다. 그들은 곳곳에 불을 지르다 어느 마을에서 잡혔는데, 하루 일당 10만 원을 받고 먹는 물에 독약까지 넣으라는 사주를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외국 은행인 한국 하나 캐피털 미얀마 법인을 상대로 무장강도까지 시도했다.

시민들의 돈과 식량을 이유 없이 빼앗는 약탈자의 모습도 보인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보수 지급 문제를 항의하자, 중국인 공장주의 사주를 받아 자국민 노동자를 쏴 죽이는 용역 깡패짓까지 하고 있다. (매일 경제 21.3.17)

여기에 쿠데타 전 러시아와 중국과 접촉했다는 것까지 밝혀지면서, 크나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언론들도 전한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부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영토도 나라도 아닌 바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간 양곤에서 출퇴근 때마다 한국 질병 관리청의 코로나 19 상황 발표를 청취했습니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브리핑은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위로의 말로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자국민의 목숨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애도와 위로라도 해야 합니다.

천기홍 양곤대 세종학당 교수(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미얀마 군부의 역사는 1962년으로 올라간다. ‘네윈’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이래로, 2015년까지 장장 53년을 군부 출신들이 정권을 잡으며 장기집권을 했다. 민주화 인사들을 탄압하고 경제권을 독점하며 이제는 거대한 기득권층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2015년에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개헌 저지선이 넘은 의석과 국방부 장관 임명권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사건’도 이들이 일으켰다.

고통과 늙어감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나이가 들고 또 들어간다는 것은
꽤나 두려운 일입니다.어머니.
이런 근심에 빠진 동안
당신의 사랑과 다독거림을
갈망해 왔습니다.

그릇된 사상 아래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면,
사랑하는 부모님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오, 산산조각난 내 빈한한 삶이여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표류하는 꿈은
고아도 아니면서
당신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은
외로운 물속의 물고기처럼 떨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과수원의 사치에 빠져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채
마음의 빚은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자포자기하고
비참하게 고개 숙인 청년은
치욕스러운 얼굴을 하며
자존심을 꺾은 채, 두려움에 떱니다.

언젠가 당신이 우리 입에 게걸스럽게 가득 채워 줄 밥을
핏속에서부터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 따야 민 카익, 「표류하는 꿈」

(‘따야 민 카익’씨는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으로, 2008년 한국정부로부터 ‘정치적 난민(Political Refugee)’지위를 인정받음

연이어 2020년 총선에까지 참패하고 ‘민족민주 전선’이 압승을 이루어 개헌을 시도하자, 불안을 느낀 군부는 선거에 불복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합법적으로 선출된 ‘수지 국가 고문’을 감금하고 정권을 찬탈한 것이다.

2011년에는 무려 23, 6%가 국방비였다고 하니 그들의 무소불위의 영향력에 짐작이 간다. 그러니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하다. 그래서 불교에 더욱 의지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군의 최고 통수권자는 언제나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닌 제복을 입은 최고 사령관이다. 현재 미얀마군의 수장은 ‘만 어융 홀라잉(1956~)’ 상급대장이며, 국방장관은 ‘아이르윈 중장(1954~)’이다. 더구나 미얀마 대통령과 총리는 군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정도의 권리만 있다.

최고 사령관도 명목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 같지만, 군부가 과반인 국방안보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만을 뽑을 수 있다. 그러니 자신들의 수장을 스스로 군부가 뽑고, 나머지는 그 결정과 지시에 고개만 끄덕여주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미얀마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미얀마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한 사진에는 세 자녀가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시위 군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던 간호학과 여학생은 구조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총격에 희생됐고, 젊은 의사는 유언장을 쓰고 시위에 나갔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린 아들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는 아버지와 주검을 기증하겠다는 서약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20대 여성, 신원을 알 수 없는 주검의 사진을 올려 수소문하는 이도 볼 수 있었습니다.
- 천기홍 양곤대 세종학당 교수

(조용한 저항)
(조용한 저항. 사진=미얀마 지인 페이스북)

구성도 보면 대통령, 부통령 2인, 연방의회 의장 2인 , 최고사령관, 부사령관, 국방장관, 외교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 11명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 중 1명은 연방의회 군부 의원단이 임명하며 국방부 장관, 내무장관, 국경 장관은 최고 사령관이 임명하므로 최소 6명이 확보되어 결정적이다. 그러니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수시로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를 좌지우지했다.

옆 나라인 타일랜드도 쿠데타가 더욱 단골로 일어나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막강한 권력의 왕이 있어 쿠데타를 일으킨 후에도 반드시 왕의 승인을 받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군부의 장도 왕 앞에 가면 무릎을 꿇고, 아이처럼 순박하게 군다.

불교가 국교로 지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남자들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출가한다. 왕도 한 번은 출가하다. 그래서 스님들 앞에 가면 왕도 무릎을 꿇는다

사실 쿠데타는 프랑스에서 온 말이며, ‘권력을 무력으로 찬탈하는 것’이다. 1851년 루이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12월 2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후부터 근대적인 국가에서 불법과 폭력적 수단으로 권력을 찬탈할 경우를 일컫은 말이 되었다.

미얀마의 공식적인 국방비는 14%이지만 절대 예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군인들이 현직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다. 2010년 민선 이양 과정에서는 개헌 저지를 위해 상원 224석 중 56석과 하원 440석 중 110석을 제복 입은 군인이 가져갔다. 25%의 의석이 군에게 아예 할당되어 있으니 완벽하게 독재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군대의 규모는 경찰까지 포함하여 64만에 달한다. 소수민족 반군들과 끓임 없는 분쟁 때문에 내전에 자주 동원되어 전투 경험들이 많다. 러시아와 중국, 터키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무기들은 대부분 러시아와 중국제 일색이다.

“군경이 수류탄에 기관총까지 쏘아대고, 사망자·사상자 구분 없이 도로 중간에 쌓아놓고, 전쟁에서 승리한 듯 광기 들린 소리를 질렀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 천기홍 양곤대 세종학당 교수

미얀마 경찰이 19일(현지시간) 양곤에서 순찰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당 대변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경찰이 양곤에서 순찰하고 있다. 사진=양곤/AP/뉴시스)

막강한 권력 아래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MEHL), 미얀마 브루어리, 만달레이 부루어리, 스타 하이 통신사 등 군 계열의 기업들과, 차와 커피 등 민간 병원에도 군의 자본과 브랜드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또 군부 관련 사업에도 ‘한국의 포스코, 이노그룹, 태평양 물산’과 일본의 기린홀딩스 등이 들어가 있어 해외 인권단체들에 맹비난이 이어졌고, 2020년 국제앰네스티에서는 이 기업들을 열거한 보고서까지 냈다. 영국 ‘버마 캠페인 UK’에서 31개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오랜 세월 군부는 의회를 장악한 정치집단이며, 상당수의 경제 지분까지 차지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삶의 질 저하로 다가온다.

수많은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는데, 포스코는 군함의 용도까지 속여가며 은밀히 군사 물자를 지원했고, 그 반대급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얀마 해상의 석유시추 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자본은 모두 군부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총선에서는 승리한 의회가 5월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국방비를 106억 미얀마 짯(755만 달러)나 삭감하려고 하자 군부가 반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대부분 나라에서 국방부 장관이 군인들보다 높은데, 이곳은 국방부 장관조차 현역 군인으로 최고 사령관보다 계급이 낮다.

2021년 2월 끝내 미얀마 군부는 정부가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자 군대를 동원, 국가 고문 ‘아응선 수치’와 대통령 ‘원민’을 구금하고, 1년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불교국가인 이얀마에서는 ‘미얀마 최고승려기구’에서도 47명의 고위 승려들이 5개 항으로 된 성명을 통해, ‘군정 당국에 폭력적인 체포와 고문, 그리고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살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마하나’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군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단체와 군정 간의 균열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해석했다. 미얀마의 멍크(승려)들은 오랜 사회참여 활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7년에도 급격한 유가 인상에 항의해 군정에 저항한 이른바 ‘사프란 혁명’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에도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수백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미얀마 나우(NOW) 뉴스, 피의 학살)
(미얀마 나우(NOW) 뉴스, 피의 학살. 사진=미얀마 지인 페이스북)

현재 미얀마군의 행태는 이것이 정녕 군대인지 마피아인지 헷갈리는 만행을 연달아 저지르고 있다. 오히려 카렌 민족해방군 같은 소수민족 반군들이 시민들과 외국인을 지켜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렇게 민간인을 거리낌 없이 학살하는 작태는, 군인들이 자신들은 일반 국민들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즉 “미얀마군과 미얀마는 아예 다른 조직이며, 실질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분리된 ‘미얀마군’이라는 별개의 국가가, 미얀마라는 국가 자체를 식민지배한다는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한다.

사실 미얀마군은 국민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채 자기들만의 주둔지와 그 주변에서만 생활한다. 그것은 군인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해당된다. 그러므로 일정 규모 이상의 군 주둔지는 기능상으로 소도시에 가깝다.

또한 쿠데타 이전부터 오랜 기간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예 그들이 오랫동안 운영하던 사업체가 곳곳에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군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미얀마 군인들은 훈련병 시절부터 군대 우월주의 교육을 철저히 받아, ‘군은 국가와 불교의 수호자’ ‘국민은 군대보다 열등한 존재다’라는 식의 교육을 받는다.

(총을 겨누는 경찰들)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경찰들. 사진=미얀마 지인 페이스북)

군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들로부터 불교 신앙과 국가를 지키려면 군이 계속 정치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 민간에게 정권을 주면 곧 폭력적인 소수민족들에게 발언권과 참정권을 줘야 하고, 이는 곧 국가와 종교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방침을 방해한다면 국가를 지키기 위해, 열등한 국민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 만약 반항하는 소수민족 무장집단이 있으면, 강력하게 토벌해 버려야 한다는 자기 확증까지 가지고 있다.

그곳 랑군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신들은 하느님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들의 적이라는 것을
설화석고(雪花石膏)와도 같은 신들은
하얀 고래들처럼 늘어져 있었다

보리 이삭처럼 도금된 신들
탄생의 죄를 똘똘 감고 있는 뱀의 신들
보기에도 섬찟한 십자가의 예수처럼
공허한 영원의 칵테일 파티에서 미소 지으며
우아하게 벌거벗고 있는 부처님들
그들 전지전능한 신들은
우리에게 천국을 강요하고
고문과 권총으로
신앙심을 매수하기도 하고 피를 태우기도 했다

자기들의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낸 이 잔인무도한 신들은
그리고 그곳 랑군에서도 모든 것이 똑같았다
지상은 온통 천국에 이르는
천국의 상품으로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 파브로 네루다, ‘동방의 종교’, 김남주 시인 역

여기에 더욱 놀라운 일은, 미얀마의 군인들은 민간인과 가족관계조차 이루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2011년 이전까지는 모병제였는데, 이들은 결혼도 군인들의 자녀끼리만 한다. 마치 고려 왕조나 조선, 동아일보와 재벌들의 굳건한 결혼 카르텔처럼.

여기에 태어난 자녀들은 대를 이어 다음 세대의 군인으로 키워지고, 이들 역시 군인이 되면 다른 군인의 자녀와 결혼한다. 이것이 반복되어 자기들만의 또 다른 사회로 되어 간다.

건국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아 건국과 동시에 내전에 일상화되어 정규군은 수많은 전사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발생한 미망인들은 다른 미혼 군인이나 이미 사별한 군인들과만 결혼해야 한다. 선택권은 없다. 이 때문에 미얀마군의 거의 모든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절대다수의 장병들은 사실상 민간인과 피조차 섞이지 않은 별 계의 계층이 되어버렸다. 마치 다른 민족같이.

그 결과 미얀마군은 양심의 가책이나 군인의 의무, 문민 통치 개념 대신 ‘민간인에 대한 경멸, 군대로서의 권리, 군 엘리트주의’가 팽배하다고 한다. 인간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역시 인간은 환경의 동물인 모양이다.

쿠데타 이전부터 군인들은 민간인과 분리된 환경 속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전혀 받지 않아, ‘민간인 학살을 기만작전을 펼치는 적에 대한 소탕 작전 정도로 여기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 결과 대다수 군인들은 민주화 시위대와 일반 국민을 진심으로 증오하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죽여야 할 적’으로 인식하는 사이코패스로 단련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인과 헤일로타이(노예) 사이의 관계에 가까울 정도다.

(양심선언 군인)

이런 잘못된 현실을 알고 탈영하는 소수의 군인이 있어 그들의 증언에 의해 전 세계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군부는 군인 가족들을 교육시켜 막고 있으며, 가족을 매개로 협박하는데, 그래도 탈영하면 동료군인이 탈영군인 가족을 죽인다.

대략 미얀마군의 병력도 보면, 육군은 1945년 3월 27일 창설되었으며 인원은 507,000명으로 베트남군 다음가는 동남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육군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좋은 대우와 교육 등을 내세워 다수의 엘리트층을 흡수해 왔다. 그래서 육군 출신 인사들이 정치나 경제, 사회 등에서 주를 이룬다. 이러한 기득권들 때문에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정착되긴 요원한 상태이다.

미얀마는 이런 군부독재로 인해 육군이 모든 예산을 거의 독식하는 구조로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해군력이 매우 약하다. 여기에 강이 많아 경비정과 순찰정은 매우 많은 편이다.

(미얀마 친구 ‘우고’가 보낸 현지 모습)
(미얀마 친구 ‘우고’가 보낸 현지 모습)

경찰은 1964년 내무부에 설치되었으나 1995년에 군으로 옮겨졌다. 약 93,000명 정도인데 현직 준장이 경찰국장을 맡고 있으면, 수장인 경찰청장도 현역 군인이어서 군부와 한 편이다. 장비는 역시 노후화되어 있다.

미얀마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워낙 심각하여 불만과 분노가 매우 크다. 따라서 소수민족들이 무장단체를 결성하여 정부에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미얀마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과거 우리도 이런 거울이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울을 통해 국가가 무엇인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과 희생을 잊지 말아 주시고, 기억 속에서 한 번 더 떠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천기홍 양곤대 세종학당 교수

소수민족의 자치 군대들이 시민들에게 동조하고 모이고 있다고 하나, 화력의 차이가 워낙 크게 난다. 총칼을 들고 비행기와 대포로 탄압하니 점차 조용해져 가는 양상으로 간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슴 속이 진정되고 있겠는가. 화산이 분출하듯 오히려 더욱 거센 풍랑이 몰아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세뇌된 젊은 군인들은 떼로 모여 파티를 하며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 보인다. 한 젊은이는 유엔에게 더욱 천천히 오라고 유인물로 조롱을 하고 있다. 어찌 저것이 한 국경 안에 사는 국민들의 모습인지 섬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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