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㉖] 점 하나에 울고 웃는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1.04.20 17:10
  • 수정 2021.05.14 13: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Y씨는 어릴 적부터 개를 워낙 좋아해서 정년퇴직 후에도 개만 보면 어쩔 줄 몰라 한다. 뿐만 아니라 복날이면 곧잘 듣게 되는 "개 혀?"라는 사투리식 우스갯소리도 세상에서 제일 못돼먹은 막말로 생각할 정도다.

그러던 어느 봄날, Y씨는 우연히 이모작투모로라는 인터넷매체에서 "반려동물 전문가. 치매예방 지도사 양성과정"이라는 광고를 접하고 반색을 했다.

"하기사 동물도 치매가 올 수 있겄제잉. 반려동물 치매예방 지도사라고? 요것이야말로 나한테 딱 맞는 일이구먼 흐흐."

곧바로 Y씨는 광고에 적힌 안내전화를 돌렸다.

"에또~. 그곳이 페트 스페샤루 학원인가요?"

"아 예. 펫앤올드스페셜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내가 전화를 잘 못 걸었나? 그곳이 개 훈련시키는 곳 같은디 페트는 페트병 아닌가요?"

"하하. 선생님. 페트병이 아니고요. 애완동물을 펫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면 애완동물이라고 부를 것이지 뭣땜시 펫이라고 하남? 쯔쯔."

"요즘은 영어를 발음 그대로 우리말로 많이 사용하잖습니까."

"허허. 외국말께나 좋아들 하시는구먼... 그나저나 그곳에서 페튼가 펫인가 치매가 올려고 하면 스페샬로 고쳐주고 예방도 하는 자격증 딸 수 있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애완견 치매예방 자격증 따는 곳이라고 광고를 내놓고선 뭔 딴소리여?"

"아저씨! 우리가 언제 반려동물 치매예방 광고를 냈다고 그러시나요? 이곳은요 펫 전문가와 노인치매예방 지도사를 양성하는 곳이란 말입니다. 혹 치매 걸리신 것 아니세요?"

"아니, 이런 싸가지 없는 놈 가트니라고! 뭐 내가 치매? 여보씨요. 여보씨요. 여보씨욧? 이런 젠장맞을 전화가 끊어져부럽네..."

Y씨는 전화를 끊고 난 후 다시 그 광고 문구를 뚫어져라 뜯어보다가 큰 충격에 빠졌다. '반려동물 전문가'와 '치매예방 지도사' 사이에 찍힌 마침표(.)를 허투로 보고 두 번째 자격증도 앞 구절과 연결하여 반려동물의 치매예방으로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더니 참! 진갑을 바라보는 Y씨의 헛헛한 가슴팍 위로 아직 여물지 못한 이모작 인생이 아스라이 가물거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