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K-시니어를 만나다] 1막 생존, 2막 나누는 삶...‘앙코르브라보노’ 신창용 연구소장

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4.23 17:37
  • 수정 2021.06.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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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 신창용 연구소장. 사진=서성혁 기자)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 신창용 연구소장. 사진=서성혁 기자)

[이모작뉴스 서성혁 기자] 정년 시기가 다가오면 중장년은 이직 혹은 창업 등 각자의 방식대로 인생2막을 준비한다. 하지만 막연한 도전과 재시작의 두려움, 부족한 정보의 벽은 마치 우리가 사회에 발을 디딜 때 빈손으로 시작했던 청년 시절의 봄날을 마주한 것만 같다.

이모작뉴스는 은퇴가 가까워져 새로운 도약으로 재취업‧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미 인생2막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창용 연구소장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중장년에게 “일하는 연령대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중장년은 75세까지 사회활동을 준비해야 한다”며 “1인1기(一人一技), 적어도 한 가지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하게 살다가 온 예상치 못한 조기 은퇴는 아무것도 없이 사회에 나왔던 소싯적 자신을 마주한 듯했다. 신 소장은 예전의 자신처럼 방황하는 퇴직 중장년에게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이 인터뷰에 응했다.

(신창용 연구소장. 사진=서성혁 기자)
(신창용 연구소장. 사진=서성혁 기자)

인생2막 K-시니어를 만나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회협동조합, 앙코르브라보노 신창용(만 64세) 연구소장이다.

나는 그가 경험하고 느낀 세월의 발걸음에 동행했다.

Q.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은.

일손이 필요한 사회적 기업과 일할 기회가 필요한 퇴직한 시니어를 서로 연결하는 협동조합이다. 징검다리 역할과도 같다. 퇴직한 시니어들의 역량이나 재능은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사회와 다시 연결하며 개인의 의미와 성취감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약 45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신나는 조합)과 MOU를 체결했고, 2021년 3월 이후 현재는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식으로 인증받았다.

Q. 협동조합 설립 이전에 한 일은.

선경 전산실에 1981년부터 입사해 IT관련 업무를 35년간 진행했다. 2013년에 퇴사했는데 당시 사내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IT계는 역량이 높은 청년이 끊임없이 들어와 내가 일하기엔 적합지 않았다. 결국, 퇴사의 길을 밟았다.

준비 없이 갑작스레 사회에 다시 나오게 돼 방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돈을 목적으로 살았던 인생에서 갑작스레 사회에 나와 적응하지 못했다.

퇴직하고 여행을 다니며 수염도 길렀다. 문득, 귀농하고 싶단 생각에 귀농학교에서 공부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재취업을 했고 직장생활을 2년 정도 더 했다. 이때 스스로 인생이모작을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방황을 다른 중장년은 하지 않고 미리 인생2막을 준비하도록 돕고자 설립했다.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사진=앙코르브라보노 홈페이지)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사진=앙코르브라보노 홈페이지)

Q. 협동조합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사회연대은행의 'KDB시니어브릿지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뜻이 맞는 사람6명이 모여서 '앙코르브라보노'를 창립했다.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었다. 설립 취지는 시니어의 문제를 시니어인 우리가 스스로 풀어보고자 했다. 1년간 창업을 준비하며 시니어창업 콘텐츠 기획을 시작했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 7년간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앙코르브라보노 설립 취지와 사회적가치창출을 위해 자신의 의무에 책임을 갖고 일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조합 설립을 위해 매주 모여 회의와 스터디를 병행하고, 인생이모작 관련 유명 박사를 초빙해 듣기도 했다. 또한, 협동조합을 주제로 함께 공부하며 각자가 자신 있는 부분을 조사하고 국내외사례를 공유했다. 이 소통으로 서로 지식을 얻으며 연구소 또한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 콘텐츠를 만들 때 인생2막을 살기 위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봤고, 미국의 앙코르닷오알지(Encore.org)의 자료와 활동사항을 참조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은 다르기에 우리 연구소가 대한민국 시니어에게 적합하게 커스터마이징 했다.

(앙코르브라보노가 있는 서울혁신파크 전경. 사진=서성혁 기자)
(앙코르브라보노가 있는 서울혁신파크 전경. 사진=서성혁 기자)

Q. 연구소는 현재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현재는 중장년과 경력단절여성 등을 위해 정보화진흥원의 'AI데이터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 시대의 중장년에게 적합한 '클라우드워크스' 일자리를 발굴하고, 코칭을 통해 시니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칭과 컨설팅은 다르다. ‘컨설팅’은 설계한 길만을 따라가게 한다면, ‘코칭’은 옆에서 계속 지원하며 스스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니어에게 자기역량발휘의 촉진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책임이 있는 기업이나 국가의 정책과 제도를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Q.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많은 순간이 있는데, 그중 세 가지만 이야기해보겠다. 모 가방협동조합이 있는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외국계 기업을 연결해 판매사업을 진행했다. 더 넓은 곳에서 판매하니 당연히 수입도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옆에서 지원하며 중장년의 판매경험활용으로 실질적인 수입창출을 도모했고, 사회적경제기업은 영업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WIN-WIN) 가치상승의 기회 마련의 장이 됐다.

(양천가방협동조합은 양천구 가방장인들이 모여 가방의 재도약을 위해 설립했다. 사진=양천가방협동조합 홈페이지)
(모 가방협동조합은 양천구 가방장인들이 모여 가방의 재도약을 위해 설립했다. 사진=양천가방협동조합 홈페이지)

판매활동 경험이 있는 시니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장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석 달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시니어는 은퇴 이후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약자가 되는데, 이들에게 일자리를 발굴해 제공했을 때가 창업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그때 서울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계약기간이 3개월 뿐이었다. 시니어 모집과 교육, 물건 선정만 두 달을 소요했다. 실질적인 장사 기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짧은 기간만 했던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보람을 느꼈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기업 대부분은 제품의 인식 변화와 시니어의 사회적으로 경제 활동에 만족을 느꼈다. 외에도 여러 경험은 협동조합을 세운 데 보람을 느끼게 한다.

Q. 인생의 1막과 2막에서 변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생존을 위한 수익 창출이 이전이었다면 현재는 가치실현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은 내가 불편하거나 하기 싫다면 하지 않는다. 이익만을 목적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이전에는 바쁘게 살며 돈만 바라봤었다. 조직에서 나는 누군가와 싸워서 밟고 올라가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이제 함께해 나누자는 생각으로 변화했다.

철칙도 변화했다. 이제는 사흘은 일하고, 이틀 정도는 하고 싶은 취미나 여가생활을 하고, 하루는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것이다. 늙어서까지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령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첫째로, 여행을 계획해야 한다. 계획하기 위해선 정보탐색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을 키우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다음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러면 사진을 더 잘 찍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파생되고 이어지며 여행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이런 능동적 행동에서 파생되는 배움 또한 공부다.

결국, 1막 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이 목적이었다. 지금 인생2막에선 끊임없이 배우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같이 나누는 삶으로 변화했다. 나에게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내가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불행하겠지만, 이런 목표가 있으니 삶에 보람이 있다.

(혁신파크 내 카페에 신창용 연구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서성혁 기자)
(혁신파크 내 카페에 신창용 연구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서성혁 기자)

Q. 인생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하고 싶은 말.

인생2막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일자리 관련 정보를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즉, 준비에 앞서 여러 가지의 정보와 정책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인생 이모작을 위해 전진하지만 ‘정보 부족’이란 걸림돌에 넘어질 수 있다. 푸르렀던 젊은 시절에 앞만 보고 살아왔기에 현재 어떤 정책과 제도가 있고,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를 수 있다. 만났던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찾고 스스로 학습하는 등의 활동성이 필요하다.

신 소장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주관도 더욱 뚜렷해진다”며 “우리가 사는 곳은 여전히 우물 안의 세상이다. 그 밖의 세상을 보는,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며 경험에서 비롯한 진심 어린 조언으로 말을 맺었다.

그의 소싯적 조기은퇴는 고난이었을지 모르지만, 인생2막을 위한 발돋움 일부였다. 그는 은퇴 후 재도약으로 후회 없는 삶을 꿈꾸는 중장년을 뒤에서 지원하며, 성공과 실패 등 많은 사례를 봐왔을 터이다. 시니어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그 물음에 신 소장은 “자기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일을 해 보람을 느낀다면 성공한 것이다”라고 했다. 돈만을 바라보며 먼 앞을 보지 않던 그 옛날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며 힘이 약해지기에, 더는 일에 치여선 안 된다.

진정 제2의 청춘을 사는 목표는 스스로 성장하고 그것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좁은 길목의 이정표만 보고 왔던 우리는 광활한 대지와 마주하며 드디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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