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당포할매’들 호미들던 손으로 커피를 내리다...당포愛카페 주역들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4.26 15:53
  • 수정 2023.07.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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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포할매’들 호미들던 손으로 커피를 내리다

'당포愛카페 주역들'

(당포애카페 할머니들과 김정남활동가(가운데). 촬영=성지은)
(당포애카페 할머니들과 김정남활동가(가운데). 촬영=성지은)

조개 캐던 호미 대신 한글을 배우기 위해 연필을 들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통영 당포마을 어르신들은 바다물이 빠지면 호메이(호미)를 들고 바다가로 향한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 올 때 까지 쉬지 않고 조개를 캔다. 그제서야 지친 허리를 펴고, 집으로 향한다.

어르신들은 당포에 시집와서 한 평생 살면서 이웃집 숟가락 개 수, 제삿날까지 속속들이 잘 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한 가지 '한'이 있었다. 학교는 근처에도 못 간 터라 까막눈이라고 하소연을 하곤 했다.

김정남 마을활동가가 2015년 통영 당포마을로 귀어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김정남활동가는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대부분의 할머니들께서는 한글을 모르고 살아오셔서 글을 모르고 살아오신 인생이 한이 되어 이제 막 이주를 한 나에게 하소연을 하셨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렸다”라며, “이 분들께서 한글을 배우실 수 있도록 찾아가는 한글 배움을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차라리 내가 한글을 가르쳐 드리자’ 이 일은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소명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한글 공부방 ‘당포문해교실’에서 배운 시로 할머니들은 경남 시화전 입상, 시화전 전국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포마을 이두리 할머니 자작시 '조카딸' 시화를 들고 있다.  촬영=성지은)

이두리(80세) 할머니는

“글을 못 읽는 봉사였고, 내 이름도 쓸 줄 몰랐다. 학교 문 앞에도 못 간 내가 시도 쓰고, 시로 상도 평생 처음 받고, 얼마나 좋은지. 조금 더 젊었으면 좋을 텐데...“ 라고 한글을 배운 즐거움을 전했다.

할매의 손맛이 담긴 커피...당포愛카페

(당포애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경아 할머니.  촬영=성지은)

이경아(75세) 할머니의 손끝에서 인생의 구수한 맛이 묻어나는 커피가 내려지고 있다. 통영 당포마을 ‘당포愛카페’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올 3월에 문을 열어 네명의 할머니가 교대로 세평 남짓 카페에서 할매의 손맛이 담긴 커피와 정을 나누고 있다.

이경아 할머니는

“용돈벌이하고 좋죠. 시간도 잘 가고, 손님 한분 한분 올 때마다 즐겁고, 주위 분들도 와서 매상 올려준다고, 커피 한잔씩 드시고 갑니다.”며 일하는 보람을 얘기했다.

“한글 배울 땐 몰랐지만, 공부도 하고, 이 나이에 커피를 타니까, 앞으로 살 인생이 즐겁기만 해요. 평생 노동만 하다가 이런 시간도 가지고, 한 살이라도 더 젊었으면 좋겠습니다.“고 행복한 미소를 전했다.

이제 어르신들은 바리스타 자격증과 손님 응대 에티켓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을 대비해서 맛과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당포 할머니들은 계속 공부할 것을 다짐했다.

통영의 명물 톳김밥·빼떼기죽...당포愛부엌

(톳 김밥을 만들고 있는 김정남, 전미자활동가. 촬영=성지은)

다포마을에는 톳과 우묵가사리가 풍부하다. 이 식자재를 이용해서 어르신들은 톳 김밥과 양갱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당산愛부엌은 주로 톳 김밥과 빼떼기죽을 판매하는데, 통영하면 생각나는 먹거리 중 으뜸이다.

톳은 칼슘이 많아 건강식품이다. 톳을 어르신들이 채취해 오면, 수매해서 톳을 가리는 작업도 부탁하고, 최저임금도 드린다. 어르신들은 “일 한게 뭐 있다고, 돈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김정남활동가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작은 돈으로나마 보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톳으로 만든 김밥. 촬영=성지은)

새로운 도전, 우뭇가사리 ‘양갱’ 상품화

(사회적경제 부스행사에서 양갱 판매를 하는 당포할머니들. 사진=김정남 제공)

앞으로 마을 특산품 톳과 우뭇가사리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할머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고민하면서 김정남 활동가는 지역에서 나는 자원을 연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톳은 깁밥으로 우뭇가사리는 양갱과 콩국물을 만든다.

양갱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동네 주민들과 나눠 먹을 때는 좋은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전문가와의 네트워크, 할머니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육이 필요하다.

김정남 활동가는

“당포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기 전에는 마을 경로당에서 화투를 하거나 TV 시청했다. 이젠 한글을 배우고,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도 만나면서 세월에 대한 보상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지나다가 들러서 차도 한잔 마시는 사랑방이 됐다. 마을 특산품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어, 행복한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당포 할머니들은 조개를 캐기 위해 호미를 들던 손에,
시를 쓰기 위해 연필을 쥐고,
그 손으로 커피를 내리고,
양갱을 생산한다.
오랜 삶의 흔적이 담긴 당포 할머니들의 손에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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