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⑲] ‘여담재, 매화로 열다’展…시린 추위 속 희망을 매화로 말하다

천건희 기자
  • 입력 2021.04.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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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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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매화는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이른 봄추위를 무릅쓰고 꽃을 피워 고귀한 느낌을 주는 매화 전시를 지난 4월 26일 여담재(女談齋)에서 관람 했다.

여담재는 종로구 창신역에서 낙산공원을 향해 오르는 길에 위치한 옛 원각사를 리모델링해서 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으로 개관한 곳이다. 개관 특별전으로 이동원 작가의 <여담재, 매화로 열다>가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여러 형태의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수묵으로 매화를 그린 전통적인 ‘묵매(墨梅)’와 현대적 느낌이 나는 ‘청매(靑梅)’가 있다. ‘설매(雪梅)’는 눈 내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느낌을 주었다. 142×584㎝의 대작으로 거친 나뭇가지와 흩날리는 눈발 속 꽃봉오리는 혹한 속에서도 의연함이 보인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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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 깊이 시린 추위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 의지와 정신, 이것이 매화로 말하고자 하는 그것이다”라는 이동원 작가의 작품 의도가 느껴진다.

『매화희신보(梅花喜神譜)』는 중국 남송시대 송백인의 매화 그림으로 가장 오래된 화보이다. 이동원 작가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는 ‘매화희신보’의 작품 130점은 전시 공간과 어우러져 꽃이 피고 지는 다양한 모습을 멋스럽게 보여준다. 통유리 벽 앞에는 모시에 그려진 매화, ‘탐매(探梅)’가 있다. 반투명 화폭 모시 위의 매화는 바깥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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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재 건물 옆에는 조선 실학자 이수광이 살았던 집터인 ‘비우당(庇雨堂)’이 있다. ‘겨우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라는 의미의 이 집에서 그는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을 썼다. 너무나 작은 초가집인 이 집에서도 삶의 여유를 느끼고 후대를 위해 큰 역할을 한 옛 선비들의 정신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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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이수광이 살았던 집터 / 촬영=천건희 기자

여담재는 ‘지나온 여성의 역사를 읽고 미래를 연다’는 비전으로 배움 공간, 전시 공간, 도서관과 미디어 자료관을 갖추고 있다. 5월부터 영화 읽기, 자서전 쓰기, 70년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책이랑 보드랑 등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이다.

도서관에서 엄마와 같이 책을 읽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늘 정겹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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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공간이 여성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엮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더 넓게 확산하는 곳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여담재, 매화로 열다> 개관 기념 특별전은 7월 30일까지 이어지고, 여담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다.

여담재 방문 후 낙산공원으로의 산책길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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