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나를 있게 하는 우리, ‘나우’ 이한철감독

김남기,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5.10 18:16
  • 수정 2021.06.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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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게 하는 우리

[‘나우’ 이한철감독]
(나를 있게하는 우리 '나우' 이한철 감독. 촬영=서성혁 기자)
(나를 있게하는 우리 '나우' 이한철 감독. 촬영=서성혁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서성혁 기자] ‘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이하 나우)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1층에 자리 잡은 카페 앞에서 잠시 머물고 있는데, 2층 열린 창문으로 컨트리음악이 들려왔다. 아마도 오늘 인터뷰 주인공이 음악을 틀어 놓은 듯했다. 곧 사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분이 합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음원이 아니라 라이브였던 것이다. 스피커 소리도 아닌데 밖에서도 그렇게 쩌렁쩌렁 울렸다니...
지난주 오랜만에 차안에서 "나나나~“ 하고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라디오에서 가수 이한철씨가 나와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서 버스 안에 계신 분들 말고 자가용 안에 계신 분들은 다함께 노래 부르자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렇게 이한철감독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에 꽉 막힌 삶의 체증구간에서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사 했던, ‘나우’에 이한철감독을 만났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맘에 쏙 들어오는 노래 주인공

 이한철감독님 소개?

 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다. 다양한 지역사회구성원들과 노래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나를 잇게 하는 우리” 나우에서 총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기타와 3분의 시간만 있으면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을 느끼고 있다. 행사에 가면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제 히트곡 “괜찮아 잘 될 거야~”를 1절만 불러도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관객들은 가수를 보지만 가수는 관객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나를 있게 하는 우리 ‘나우’

 요즘 나우 활동은?

 ‘나우 프로젝트’는 매년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분들과 노래를 만든다. ‘나우’는 장애·시니어·암 경험자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을 만난다.

올해는 나우프로젝트 시즌 7활동으로 ‘뮤지컬’을 진행하고 있다. 뮤지컬은 ‘뮤직과 로컬을 잇는다’의 약자로 서울·대구·광주·대전 등 지역의 뮤지션과 마을공동체와 노래를 만들고 있다. ‘뮤지컬’ 활동은 하나의 작곡된 멜로디로 각 지역의 뮤지션과 마을공동체사람들이 함께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가사와 노래를 만들게 된다.

(뮤지컬 프로젝트의 뮤지션 4인방은 '고라니클럽'. 사진=나우 제공)

뮤지컬 '4·4·4·1·4' 운동
4개의 지역에서
4명의 지역뮤지션과
4개의 마을이 함께
1가지 멜로디를 바탕으로
4가지 색깔의 노래만들기

뮤지컬프로젝트 지역별 뮤지션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뮤지션 : 이한철, 대전 대덕구 공동체 뮤지션 : 바비핀스 임일규, 광주 일곡마을 뮤지션 : 우물안개구리 성민걸, 대구 안심마을 뮤지션 : 폴립 안현우.

 가수에서 사회공헌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데, 나우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중증장애독립생활연대’ 단체가 있다. 이곳에서 주제곡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이런 음악을 좋아할 것이야?”하고 추측하는 것보다, 그분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며, “직접 살갗이 닿는 느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래를 통한 공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나우’를 만들었다.

(룰루랄라합창단 1기 ‘암 파인 땡큐’ 녹음현장. 사진=나우 제공)
(룰루랄라합창단 1기 ‘암 파인 땡큐’ 녹음현장. 사진=나우 제공)

나우의 노래 부르는 워크숍은 다양한 대상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암 경험자가 모인 ‘룰루랄라’는 1, 2, 3기를 운영 중이다. 암 환자의 가족들도 암경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암경험자끼리 모이니 자신들의 애환과 암투병의 고통을 나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눌 때 눈물바다가 되곤 했다. 어느 팀보다도 룰루랄라 합창단의 관계가 돈독히 유지되고 있고, 훌라 연습과 우쿨렐레 학습을 하고 있다. 룰루랄라 합창단은 요양시설, 병원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17년에 서울시사회공헌대상도 받았는데 어떻게 상을 탔는지?

 상복이 많은 것 같다. 1회성이 아닌 꾸준히 활동한 결과로 축하와 격려가 뒤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치유도 된 분들이 있을 텐데?

 우리가 의사는 아니니 의료적으로 치유를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과 경험을 함께 하고, 공감하면 그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또한, 이런 활동을 통해 그들은 일상에 적극적인 자세가 생기게 된다. 훌라를 배워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분도 계시고, 암 경험자분들과 함께 뜨개질 모임을 통해 경제적 활동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암밍아웃’이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자기 생활에 있어서 더 주체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프로젝트 소개?

 ‘실버그래스’는 ‘노년반격‘ 프로젝트로 선발된 분들로 음악을 취미를 넘어선 전문음악인 수준의 어르신들의 활동이었다.

반면에 ‘알로하하하’는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과의 호흡이었다. 어르신들은 일상에서 이따금 깜빡하는 게 있어 사월과오월의 ‘장미’라는 기성곡으로 연습했다. 어르신들은 훌라 안무를 계속 까먹었지만, ‘틀려도 괜찮아’라는 키워드를 갖고 시작해서 모두들 즐겁게 활동했다.

('알로하하' 어르신 노래 '장미'녹음 현장. 사진=나우)
('알로하하' 어르신 노래 '장미'녹음 현장. 사진=나우)

‘알로하하하’ 어르신 한 분이 평생의 꿈이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 당시 녹음할 때 그분이 “제가 이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실제로 예전에 녹음을 하고 싶어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스튜디오에 전화해 “곡은 어떻게 받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알아봤다고 한다. 녹음이 끝나자 우울증에 시달렸던 어르신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고, 기쁨의 눈물이 살짝 비치었다.

(위대한복식클럽 멤버들. 사진=나우 제공)

작년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대상자이신 어르신들과 생활지원사 선생님들과 함께한 ‘위대한 복식클럽’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에게 ‘어린 시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라는 것을 주제로 해 ‘어린시절 나에게’란 노래를 만들었다.

어르신들이 들려준 얘기로 “도박하지 마라”, “짝사랑 고백해라”, “중년에는 자식 너무 믿지 마라 어찌 보면 친구가 더 좋더라” 등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시절 나에게

어린 시절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순수함을 마냥 즐겨라
이제와 생각하면 그 때 그 시절
다시 한 번 가고파
스물 두살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아낌없이 사랑을 해라
맘만 가득 우물쭈물 말 못하다가
짝사랑은 이루지 못했네

(중략)

중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자식 너무 믿지 말아라
효도라는 두글자만 믿었는데
친구라는 두글자가 남더라
그 시절 아버지 보다 더 나이 많은
나는 여전히 그 때의 나이
그 시절 어머니 보다 더 나이 많은
나는 여전히 그 때가 그립네

 장애인·환자·소외계층 등을 위한 활동을 하는데,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나우의 식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낀다. 뮤지션들이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이 보여도 그렇지 않다. 세상에 널려 있는 음악 장르나, 음계를 넘어 나만의 길을 걷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많은 이들에게 음악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나도 함께 하면서 어르신들의 삶속에서 내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음악을 넘어서 “내가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아야지”하는 생각하고 배운다. 심지어는 부동산, 재테크 관련 상담도 받는다(웃음).

(훌라춤을 추고 있는 '알로하하하' 어르신. 사진=나우 제공)

“오늘도 울컥~” "꿈속에서도 노래 부른다"

‘나우 패밀리 콘서트 공연’을 열면, 관람객과 가족 분들이 울컥하며 공연을 보곤 한다. 암에 걸린 딸의 공연을 본 어머니는 “우리 딸이 장미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나우’에 모인 분들은 ‘오늘도 울컥’ 한다. “꿈속에서도 노래 부른다”는 룰루랄라 합창단 3기. 그들의 이야기로 함께 만들어 낸 가사로 “내가 나를 만나는 여행”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만들면서 그들이 남긴 대화를 살짝 엿본다.

유지현님이 찍어서 공유해 주신
“이 모든 게 다 필요해서 나한테 오는 거다”
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이다님도 보고 힘내서
기운 찾으시기 바랍니다.
- 이한철 감독

늘 행복하게 들리던 이 노래가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머님 간병하면서 힘들어서인지 노래가 슬프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모두 만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 이다님

노래를 틀어놓고 식사 준비하면 몸이 들썩 들썩거려져요.
룰루랄라 합창단 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동영상도 처음 찍어보았는데, 영상 속의 나를 보면서 노래연습하니 기분이 달랐어요.
- 손수아님

규빈님은 꿈속에서 노래 부르셨다는데 이런 것이 바로 뮤지션들이 겪는 단계에요.
손수아님은 오디션과 동일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셨어요.
연습을 열심히 하신 게 느껴졌어요.
수아님은 한 단계 더 느셨네요?
노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되거든요. 웃음
- 이한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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