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지팡이 하나라도 “물어보고 만들자!”...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김남기, 서성혁기자
  • 입력 2021.05.20 18:24
  • 수정 2021.08.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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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하나라도 “물어보고 만들자!”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전경)

“고령친화제품으로 성공하려면 일단 가봐야 할 명소”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이모작뉴스 김남기, 서성혁기자] 100세 시대에 정부와 기업은 시니어관련 맞춤형 제품제작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이하 체험관)은 2008년 개원이래 국내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지원단을 운영해 시니어 비즈니스를 위한 실질적인 기업지원 체계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고령친화기업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고령친화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기업지원을 진행한다.

시니어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고령친화제품개발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비전 및 미션)

체험관은 고령친화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 육성 및 기업 성장지원을 위해 기술자문, 애로기술 해결에서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사업활동의 전(全)주기적 과정과 기업 중심의 체계적 기업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체험관은 시니어 맞춤제품의 실용화를 위해 제품개발, 디자인, 마케팅, 특허 등을 지원한다. 체험관이 지원하는 동반협력기업은 약200여개로 체험관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컨설팅과 정보를 교류한다.

체험관의 협력기관 선정은 ‘벤처 인큐베이팅’ 방식으로 기업의 기술력과 규모 등을 평가한다. 이후 선정되면 체험관에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을 지원한다. 

(체험관 내 동반협력기관 로고. 사진=서성혁 기자)
(체험관 내 동반협력기관 로고. 촬영=서성혁 기자)

고령친화제품 개발의 중심 ‘실증체험관’

(제품 연구개발 및 실증체험관. 촬영=서성혁 기자)

실증실험관은 제품사전실험 공간이다. 시니어 제품‧서비스를 시니어가 사전에 체험해, 단점과 문제점 등을 말한다. 이 정보를 모아 기업에게 피드백한다. 소비자인 시니어가 직접 체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수용한다.

이렇게 시니어‧생산자‧연구자가 서로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체험관을 만들었다. 작년부턴 지역사회로 직접 나가고 있다. 직접 노인이 거주하는 저택에 방문해서 실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탐방실험엔 어려움이 많다. 실증실험관에는 없던 문턱과 어두운 조명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실생활에서 조사된 데이터가 그 어떤 데이터보다 실용적이다. 그래서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체험관은 시니어의 실제 삶 속을 들어가 시험하기 시작했다. 현장방문을 하면, 의외로 어르신들은 반갑게 맞이 한다. “뭐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노” 하고 말이다.

“이렇게 만들면 분명 시니어들이 좋아할 거야”

문제도 모르고 정답을 외쳤다

체험관은 2008년 개원이래 고령친화기업지원 프로세스가 갖춰있다고 자부했다. 그럼에도 시니어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친화기업의 성장이 더디었다. 그 원인을 기업과 고민을 하면서 시니어 관련 제품과 서비스 활동이 소비자한테 외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제품개발이 시니어의 관점이 아닌, 개발자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면 분명 시니어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만 생각한 잘못된 고정관념임을 깨닫게 됐다.

시니어 제품의 성공, 리빙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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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관 내 리빙랩 그래픽. 촬영=서성혁 기자)

체험관은 시니어와 기업이 함께 제품개발에 참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만나게 됐다. 2016년에 함께 시니어의 한국 리빙랩과 관련된 논의를 하며,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만들었고, 포럼이 체험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참여했던 네트워크와 관심있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 눈덩이처럼 커졌다. 리빙랩산업이 요즘 시니어 관련 복지를 넘어 장애인‧암 등 여러 산업에 도구로서 네트워크를 확충하며 다양해지고 있다.

체험관과 협력 기업들은 시니어리빙랩을 시작하며 제품개발 관점을 ‘기업‧연구자‧기업서포터’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다. 소비자 중심으로 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된 혁신)이 등장했다. 결국, 타깃이 되는 시니어 소비자가 얼마나 시험에 참여하느냐가 초점이었다.

시니어 리빙랩의 핵심은 기업과 시니어의 상생‧협력이 모티프였다. 시니어가 자기가 먼저 주체적으로 나서서 만드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시니어는 자기가 필요한 것을 쓰고 말하는, 소비자이자 개발의 주체가 되어 경력과 경험을 쌓는 것이다. 결국 시니어의 자존감도 높아진 것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 “언제 물어나 봤어?”

시니어리빙랩 성공사례

국내 최초 시니어식사 배달서비스 프랜차이즈 효도쿡. 사진=㈜사랑과선행
(국내 최초 시니어식사 배달서비스 프랜차이즈 효도쿡. 사진=㈜사랑과선행 제공)

고령친화식품전문회사 ‘사랑과선행’은 처음에는 요양원의 고령친화 요양식을 위주로 음식을 만들었다. 지역사회의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필요한 것이 뭔지 생각해 시작했다. 먼저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에 관해 물었다. 그래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식락을 개발을 했고, 그 결과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랑과선행’은 독거노인 간병인이나 가족 등을 통해 음식에 대해 평가를 앱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락의 메뉴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이 기업은 사업초기에 10여명의 인력을 현재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제품의 개발부터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까지 소비자관점에서 모니터링하고 품질에 반영하는 시니어 리빙랩의 우수 성공사례이다.

실패할 뻔한 사례

어떤 기업은 엄청난 것을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수면도 체크와 자세변환 등을 자체적으로 하는 엄청난 침대였다. 가격도 그만큼 높았다. 근데 막상 어르신들이 시험하니 웃을 따름이었다. 문제의 첫 번째는 침대가 움직이면 어지럼증 유발, 두 번째는 낙상의 위험, 세 번째는 팔걸이의 위험성이었다. 결국 이 기업은 제품개발 단계에서 시니어의 의견을 수렴을 못해 많은 개발비에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다행히 시니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품개발을 다시하고 나서야 시장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 세대가 공감하는 시니어의 삶,체험관 탐방코스

체험관 탐방코스
(체험관 탐방코스. 사진=서성혁 기자)

체험 시설들은 65세 이상 시니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더 젊은 분들도 찾아오고, 부모님에게 어떤 것을 해주고 싶은 사람들 또한 찾아오기도 한다. 또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등 청년이 오기도 한다. 이는 고령문화를 경험함으로써 어르신을 공감하고 배우기 위해서다.

<고령친화우수 제품체험>은 국·내외의 고령친화우수제품에 대한 정보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생활용품·욕실용품·배설용품·욕창예방용품·이동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시니어스마트홈>은 4차 산업의 핵심기술 인 AI, IoT, 로봇 등을 실제 실 거주공간에서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AI 로봇과 대화도 하고, 낙상의 위험이 있는 욕실에서 첨단 욕조를 체험해 볼 수 도 있다. 이외에도 높낮이가 조절되는 세면대, 싱크대도 체험할 수 있다.

<VR·AR 실증실>은 가상체험으로 다양한 시니어의 삶의 모습을 체험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실증실>은 시니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영상·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교육과 제작실습 공간이다.

<생애체험>은 고단한 어르신들의 신체적 변화와 무게를 체험하는 코스이다. 각 체험관 운영은 예약제로 돼 있으며, 현재 코로나 19 방역상황에 따라 운영이 일시 중지되고 있다.

"시니어를 알면 돈이 보인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정덕영 부관장. 촬영=서성혁 기자)

체험관의 정덕영 부관장은 "고령친화제품 개발자는 '시니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요자(어르신)를 배제시킨 채 일방통행식의 어르신들의 복지만을 생각했다. 시니어의 의견을 듣기가 쉬운데 하지 않았다. 삶 자체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시니어산업이 답보상태에 있다.

결국, 어르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기업이 그만큼 성장이 빠르다. 가끔 베이비붐 세대가 시니어로 진입하면, 그들이 돈이 많아 시니어사업이 흥행할 것으로 생각해 막연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베이비붐 세대 시니어들은 100살 이상을 살아야 하니 오히려 절약한다. 가령, 내가 지팡이가 필요하다. 그럼 대나무로 대충 만든 양산형 지팡이가 아닌, 그들이 판단해서 자기에게 맞는 지팡이를 산다. 그런 대상의 수요를 조사하고 반영해 제품을 내놓는 기업은 흥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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