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事] 도심 개천에서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5.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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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개천에서

(부용천에서. 촬영=윤재훈)
(부용천에서. 촬영=윤재훈)

개천물이 맑아지고
모래톱이 생겨나니
아이들이 개천으로 들어왔다

고기들이 알을 낳고
새들이 찾아오니
아이들이 텀벙텀벙, 개천으로 들어간다

도시에서 점점 자연이 사라지고
매연과 세재 냄새가 코를 찌르니
아이들 동심이 자연으로 간다

코로나가 찾아오고
너와 나를 단절시키고
입까지 막으니
본능이 자연 속으로 불러낸 것이다

초하(初夏), 온 산이 진녹색으로
몸서리치는 계절,
아이들이 두 발을 걷고
개천으로 들어간다   

- 도심개천에서 / 윤재훈

(이것봐, 이것봐! 물 속에 참, 많은 것이 있어! 촬영=윤재훈)
(이것봐, 이것봐! 물 속에 참, 많은 것이 있어!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금방 물러가겠지, 금방 물러가겠지하며, 한 달, 두 달, 기다려왔던 것이 이제 우리 곁에 딱 달라붙어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을. 그러나 인간의 삶의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개천가에 피어난 소박한 파꽃들. 촬영=윤재훈)

세계의 공장들은 더 많은 매연을 뿜어내고, 플래스틱 제품과 세재를 생산해 내고, 자동차 공장에서는 더 많은 차들이 나오고, 더 빠르게 자연을 파괴하고.

우리는 반성이 없다. ’결코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은 무자비하고 이기적이다.

“코로나도 인간에게는, 경종이 되지 못한다.”

일 년이 훨씬 지나갔고, 이제 앞으로는 같이 살아야 된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으면 코로나도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제2의, 3의 바이러스가 몰려올 것이다.

“인간은 각성해야만 한다.

파괴와 오염과, 편리와 풍요만을 쫓은, 병든 21세기 현대인들은”

(초롱, 초롱, 초롱꽃. 촬영=윤재훈)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철저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서 인류의 희망을 본다. 그 동심 속에는 자연의 원형이 들어있다. 불행하게도, 커가면서 어른들에 의해 부서지고 멍들지만.

그나마 도심 하천에 물고기들이 돌아와 반갑다. 새들이 찾아오고 풀들이 살아나니 더욱 반갑다.

“인류는 환경과 한 몸이 되어야만,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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