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일본을 향한 일침, 전재홍 사진전 ‘제국의 휴먼’

김경 기자
  • 입력 2021.05.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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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부대 생존자 손전본(孫傳本) 한족 중국인_중국 흑룡강성 하얼빈 2005 / ⓒ전재홍
731부대 생존자 손전본(孫傳本) 한족 중국인_중국 흑룡강성 하얼빈 2005 ⓒ전재홍 / 제공=하얀나무

[이모작뉴스 김경 기자]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을 향해 일침을 놓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26일 사진가 전재홍의 사진전 <제국의 휴먼>이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했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기록하던 사진가 전재홍은 2003년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신사(神社)를 담기 위해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신사참배 거부로 신체의 손가락과 다리가 잘리는 단종을 당했다는 장기진(蔣基鎭) 씨를 만나면서 사진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한센인 장기진과의 만남은 일본제국주의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의 절실함을 증폭시켰다. 이때부터 ‘제국의 휴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후 한국, 일본, 러시아 연해주, 중국 길림성 등지를 돌며 20여 년에 걸쳐 일본제국주의가 낳은 피해의 현장을 낱낱이 역사로 기록했다.

이번 전시는 일제의 강제 노동과 강제 이주, 일본군 위안부, 일본 원자폭탄 피해자, 사할린 강제 징용자 후손들, 군함도, 731부대와 세균전 피해자와 그 후손들을 찾아 역사적인 장소와 함께 기록한 흑백 사진 45점이 전시된다.

경기대학교 박영택 교수는 “머지않아 사라질 일제 수탈의 흔적과 일본 식민 지배가 남긴 상흔의 역사를 저장하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며 “전재홍 작가의 사진마저 없다면 훗날 무엇으로 일본의 악행과 시대를 증언하겠는가?”라며 전시가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하얀나무는 전재홍 사진집 <Little Boy(리틀보이)>를 발행했다. 사진집은 전시 중인 ‘제국의 휴먼’, 1990년대부터 일제의 한반도 수탈 시설물들을 촬영한 ‘제국의 평야’, 철도역에 있는 증기기관차의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을 기록한 ‘제국의 바벨탑’ 등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틀보이는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의 이름이다.

기억해야 할 진실의 증인이 되어주는 사진전 <제국의 휴먼>은 오는 6월 1일 오전까지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며, 이후 충남 대전에 위치한 갤러리 탄에서 6월 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신사참배 거부죄로 단종된 장기진_전남 소록도 2003 ⓒ전재홍 / 제공=하얀나무
신사참배 거부죄로 단종된 장기진_전남 소록도 2003 ⓒ전재홍 / 제공=하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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