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0-64세 코로나19 백신접종 후기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6.08 14:20
  • 수정 2021.11.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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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에서 백신을?
약간의 뻐근함과 미열
방어진지를 구축하라

6월 7일부터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만 60~64세 약 397만 명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 연령대 사전 예약률이 78.8%로 19일까지 310만 명이 백신을 맞게 된다. 앞서 예약한 65세 이상도 19일까지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기자는 60~64세 접종대상자로서 접종 시작일인 7일 첫 시간에 백신을 맞았다. 접종후기를 공유함으로서 접종을 우려하는 시니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60~64세 백신접종 예약이 시작되는 5월13일 첫날 새벽에 일찌감치 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을 했다. 그때만해도 부정적인 소식들이 상당히 많아 예약 소식을 듣고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었지만 이왕에 맞으려면 빨리 맞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예약은 19일로 했었는데 앞당겨 7일 10시 첫 시간으로 예약을 바꿨다.

아내도 함께 예약을 했는데 부작용 걱정을 하면서 고민하는 눈치다. 이번에 안 맞으면 10월 이후에나 백신을 맞게 되는데, 빨리 맞으라고 은근히 압박을 했더니 더 이상 말을 안 한다.

예약하고 잠시 후, 국민비서 '구삐'로 예약확인 문자가 도착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0일을 어떻게 기다릴까나.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접종자 인센티브 정책이 발표됐다. 잔여백신 예약시스템이 가동되자 폭발적으로, 접종에 대한 관심과 신청이 늘어갔다. 접종동지가 늘어나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됐다.

(국민비서 구삐 예약안내문자 캡쳐. 촬영=전부길 기자)

접종전날 국민비서 구삐가 또 1일전 안내를 보냈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혹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면, 접종 장소에 전화해서 예약날짜를 변경하고, 접종 후 3시간이상 안정을 취할 것 등이 안내돼 있다. 너무 많이 들어서인가. ‘참 잔소리도 많다’고 느껴진다.

드디어 접종 날 예약해둔 소아과의원에 30분 빠르게 우리 부부가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이 나이에 소아과에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다시 못 올 기회이기도 했다. 어릴 때 소아과는 커녕 일반 병원도 거의 가보지를 못했으니 소아과 진료는 생애 처음이다. 이 나이에 생뚱맞게 소아과 진료라니...

손녀들이 자주 가던 집 앞 병원이라 별 생각없이 예약을 했는데 소아과에서 주사 맞는 것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예방접종 예진표. 촬영=전부길 기자)

도착하니 열을 체크하고 예약자 명단 확인 후 예방접종 예진표를 쓰라고 한다. 예진표를 작성해서 간호사에게 주니 꼼꼼하게 신분증 대조를 한다. 잠시 기다리니 이름을 부른다. 우리 부부와 학교 선생님이신 두 분, 시니어 한분 총 5명이 한꺼번에 진료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오게 해 죄송하다"는 의사의 말로 시작해 주의 사항과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쇼크, 호흡곤란, 의식소실)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한 사람씩 물었다.

소아과 선생님이라 그런지 자근자근 참 쉽게 설명도 잘해주신다. 시니어 한분은 당뇨환자인데 괜찮은지 타이레놀 복용이 신부전 환자에 영향이 없는지 꼼꼼히 물어보신다. 혹시나 앞으로 접종하실 분들도 자신의 병력에 관한 의문사항을 꼭 물어보고 편안하게 접종을 받았으면 좋겠다.

(세심하고 부드러운 접종. 촬영=전부길 기자)

드디어 한 사람씩 접종을 시작했다. 세심하게 그리고 어린아이들 주사 놓는 습관에 익숙하셔서 그런지 편안하게 접종을 해 주셨다. “조금 따끔합니다”라고 하는데 큰 느낌이 없이 무언가 스쳐가는 정도였다. 내가 감각이 무딘가 싶다. 선생님은 “제가 아프지 않게 주사를 잘 놉니다”라고 웃으며 농담까지 하신다. 주사 자리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주사 밴드를 붙여 주신다. 그냥 밋밋함 보다는 조금 귀엽다.

(기자의 오른쪽 팔에 접종. 촬영=전부길 기자)

접종을 마친 후 이소아과의원 이은숙 원장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Q.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사람이 접종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A. 접종의 이상반응이나 특별한 증상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백신 종류도 다르기에 단순히 나타난 증상만 가지고 효과가 좋다 나쁘다 할 수가 없습니다.

Q. 접종 후 주의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접종당일과 다음날은 과격한 운동 및 음주, 샤워를 삼가 하시고 충분한 휴식을 해야 합니다.

Q. 만약 열이 나고 이상 증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타이레놀 진통제를 복용(500mg을 1알씩 1일 4차례까지 가능)하고 3일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

Q. 당뇨,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의 약복용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평상시 그대로 복용하시면 됩니다.

진료실을 나와 15분-30분 동안 이상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기하라고 했지만, 평소 특별한 약물 알레르기가 없는 기자는 15분 만에 병원을 나섰다. 잠시 후 1차 접종을 완료했고 2차 접종은 8월23일에 받으라는 메시지가 왔다.

(접종 등록증명과 2차접종안내 카카오톡 캡쳐. 촬영=전부길 기자)

"할 수 있으면 내일 와서 2차도 맞으면 안 되려나.
빨리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다."

두 시간이 지났다.
몸은 코로나19를 막아내는 방어막 진지를 구축하느라 바쁜지 약간의 미열이 있었지만, 타이레놀 진정제가 없어도 이겨낼 것 같아 먹지 않았다.

(백신접종 후 안내문. 촬영=전부길 기자)
(백신접종 후 안내문. 촬영=전부길 기자)

8시간이 지났다.
지인과 통화를 하느라 이십여 분 팔을 들고 있었더니 팔이 약간 뻐근했다. 이는 평소에 없던 증상이니 접종의 결과이리라. 기자는 사진을 위해 오른쪽에 맞았지만, 앞으로 맞으시는 분들은 신중히 선택하시길. 약간의 미열이 사라지지 않아 드디어 지원군 타이레놀한 알을 먹었다.

하루가 지났다.
잠도 평소와 다름없이 잘 자고 습관대로 새벽에 일어났다. 불편감도 없고 열도 없고, 뻐근함도 없다. 감사한 일이다.

오늘은 출근하여 접종 후기를 마무리 해야지...
오십 몇 년 전 웰스가 쓴 [우주전쟁]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인간보다 지능이 발달한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를 침범에 인간들을 납치하지만 결국 풍토병으로 몰락한다는 내용인데 지금도 그 내용이 생생하다.

‘백신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에 대한 후천성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제 내 몸에 코로나19 방어 진지를 잘 구축하는 작업만 남아 있다.

코로나19, 넌 이제 죽었다.

코로나19, 넌 기하학적으로 생겼던데 이 기회에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택하는 게 어떨까.

접종을 앞두고 우려와 염려를 하시는 분들 조금은 마음 편하게 독감 접종이라 생각하고 맞았으면 한다.

P.S.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는 예비명단은 규정이 바뀌어 9일까지는 60세 미만도 예약은 가능하지만 60세 이상 우선 접종하며, 10일부터는 60세 이상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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